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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스 셰인 빅토리노, PO 11타점···당당한 '하와이 영웅'

Los Angeles

2008.10.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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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저스 방출 후 재영입 거절…필라 횡재
'날쌘돌이' 셰인 빅토리노(27). 필라델피아 필리스 중견수. 프로데뷔 5년차이지만 올 정규시즌 때까지만 해도 크게 주목하지 못한 무명급.

가끔 TV 중계에 소개될 때 1925년 세인트루이스 브라운스의 포수 토니 레고 이후 빅리그 첫 마우이 출신 하와이언이란 게 더 주목받을 수 밖에 없던 선수.

하지만 포스트시즌 들면서 빅토리노는 시쳇말로 '떴다.' 떠도 보통 뜬 게 아니다. 밀워키 브루어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LA 다저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를 통해 빅토리노는 정상급 메이저리거로 거듭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게…"라며 함박웃음을 짓는 빅토리노에 대해 알아본다.

▶빅토리노의 맹활약 - 빅토리노는 올시즌 2할9푼3리의 타율에 14홈런 58타점으로 개인 최고의 성적을 냈다. 하와이 세인트 앤서니고교 시절 단거리 육상 유망주답게 도루도 36개나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들며 빅토리노의 활약은 더욱 만개했다.

팀 승리와 연결된 결정적인 순간엔 꼭 그의 이름이 있었다. 방망이로 또 빠른 발로 빅토리노는 필리스 승리를 부르는 '빅토리'였다. 밀워키와의 2차전 5-2 승리 때는 홈런과 2루타 등으로 혼자서 4타점을 몰아냈다.

다저스와의 1차전 때는 0-2로 뒤지던 6회 빠른 발로 상대의 실책을 유발시키며 역전승의 기폭제 구실을 했다. 다저스와의 5경기 동안 빅토리노는 필리스의 리그 챔피언십 사상 최다인 무려 6타점을 올리는 등 포스트시즌 9경기 동안 타율 2할8푼1리 2홈런 11타점을 쓸어 담았다.

▶'룰-5' 드래프트에 두 번이나 서야 했던 설움 - 8살 때부터 리틀야구를 한 빅토리노는 1999년 고교를 졸업하며 다저스와 계약했다. 유망주였지만 빅리그까지 갈 길은 멀었다.

2002년 룰-5 드래프트 때 샌디에이고 파드레스가 데려갔으나 다시 다저스로 컴백했다. 샌디에이고에서 잠깐 빅리그 무대를 밟았지만 36경기에서 타율1할5푼1리가 고작이었다.

두 번이나 빅토리노에 애정을 보이던 다저스는 빅토리노의 기량이 좀처럼 늘지 않자 공짜 세일까지 했으나 데려가는 곳이 없었다. 2004년 겨울 다시 한 번 룰-5드래프트에 나왔고 이번엔 필리스가 찍었다.

무명세월이 지긋지긋한 빅토리노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궁합이 맞았던 것일까. 2005년 트리플A 최우수선수로 뽑혔고 빅리그 21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를 마크했다.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비록 백업이었지만 2006년 주전 외야수의 부상으로 출전기회가 많아지면서 빅토리노의 경력엔 탄력이 붙기 시작했다.

▶주의력 결핍증 아이 결벽증 아빠 - 어린 시절 빅토리노는 주의가 산만한 아이였다. 빅토리노 자신은 굳이 이런 사실을 털어놓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는 그로 인해 마음 고생이 심했다.

운동을 통해 대인관계를 넓히며 산만함을 고친 빅토리노는 결혼해서는 지저분한 꼴을 못보는 아빠가 됐다.

아내 멜리사 스미스와 18살난 딸 칼리아가 일어나기도 전에 집안 청소를 말끔히 끝내고 심심하다 싶으면 거라지까지 배큠을 할 정도다.

2004년 라스베이거스에 만난 알래스카 출신의 아내 스미스는 "아침에 일어나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빅토리노는 늘 그런 식이다. 잠시도 그냥 쉬는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와이의 '타이거 우즈' - 포스트시즌을 통해 빅토리노는 고향 하와이에서 '타이거 우즈'와 같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와이 어린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필리스와 빅토리노의 저지를 입고 야구를 하는 게 대유행이다.

우즈처럼 빅토리노도 다양한 민족의 피가 혼합됐다.

5대째 마우이섬을 지켜 온 빅토리노의 가계엔 하와이안과 일본 중국 포르투갈의 정기가 유입됐다. 빅토리노는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을 필라델피아 홈경기에 초대했다.

비행기나 호텔 심지어 티켓까지 빅토리노가 책임지기로 했다. 친지들은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가장 큰 하와이안 깃발을 흔드는 사람들이 바로 우리일 것이다"며 빅토리노의 월드시리즈 활약에 파이팅을 외쳤다.

김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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