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부 야구팬들은 LA 다저스와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가 성사되지 않은 것에 미련을 갖고 있을 것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그들만의 리그’보다는 동·서부의 전국구팀끼리 월드시리즈 대결을 펼쳐야 분위기도 살고, 보는 맛도 있고, 무엇보다 흥행대박까지 칠 수 있기에 나오는 말들이다.
하지만 진짜 야구팬들이라면 탬파베이-필리스전이 갖는 다음의 5가지 관전포인트를 통해 2008월드시리즈가 보여 줄 참신함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포인트 1.신선한 얼굴들-물론 이번 대결엔 데릭 지터나 매니 라미레스 자시 베켓은 없다. 그들은 그 동안 여러 차례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고 월드시리즈에서도 명성을 확인했기에 더 이상 새로운 이야깃거리도 없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베켓이나 매니 지터도 한 때는 포스트시즌이 낯선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미스터 옥터버(10월)'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일 뿐이다.
탬파베이의 에반 롱고리아 B.J업튼 데이비드 프라이스나 필리스의 콜 해멀스 체이스 어틀리 라이언 하워드도 충분히 10월의 주인공이 될 실력과 첫 우승의 주역으로 쏟아 낼 무궁무진한 얘기들을 감추고 있다.
▶포인트 2. 이런 기적을 본 적이 있는가-이번 월드시리즈는 '꼴찌들의 대결'이다. 1998년 첫 메이저리그판에 뛰어 든 탬파베이는 지난해까지 단 한 번도 5할 승률을 해본 적이 없는 만년 하위팀이다.
지난해에도 66승96패로 30개 팀 중 꼴찌를 했다. 그런 탬파베이가 올해는 97승65패로 1년 만에 아메리칸리그 동부조우승을 차지했고 내친 김에 월드시리즈 정상까지 노리고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전해 꼴찌팀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4대 프로스포츠 에서도 그런 기적을 일군 팀은 아직 없다. 탬파베이가 우승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다면 팬들에겐 더 없는 행운일 것이다.
▶포인트 3. 필리스 컵스 못지 않은 '한(恨)'-해마다 메이저리그 시즌이 오픈되면 팬들은 '올해는 시카고 컵스가 과연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할 수 있을 것인가'라고 묻곤 한다. 1908년 이후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었으니 컵스 팬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도 한을 풀지 못한 터라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126년 역사의 필리스도 그 못지 않은 한을 갖고 있다.
필라델피아는 뉴욕과 LA 그리고 시카고를 제외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4번째로 큰 TV마켓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1983년 이후 프랜차이즈 4대 프로 스포츠팀 중 어느 팀도 우승 퍼레이드를 펼쳐보지 못했다.
그나마 필리스가 1983년 볼티모어를 꺾고 딱 한 번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가 전부다. 지난 1세기 동안 우승이 없다는 컵스도 2번이나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은 것과 비교하면 필라델피아의 한도 못지 않다.
▶포인트 4. 감독 이야기-두터운 뿔테안경에 백넘버 70번을 단 탬파베이 조 매든 감독. 백넘버가 70번인 사연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선수시절 싱글A까지가 전부였던 매든은 자신의 넘버를 지킬 힘이 없었다. 좀 좋은 번호다 싶으면 누군가가 낚아채 갔다.
결국 매든은 아예 누구도 탐내지 않을 법한 70번을 갖게 됐다. 선수로 실패한 매든은 스카우트 인스트럭터 마이너리그 코치 등 바닥부터 지도자 생활을 하며 2006년부터 탬파베이에서 감독 인생의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인터뷰 중에도 야구 얘기만이 아닌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밋볼 얘기를 자연스럽게 섞을 만큼 소양이 깊다.
찰리 매뉴얼 감독은 클리블랜드(00-02년)를 거쳐 2005년부터 필리스에서 지휘봉을 잡고 있다. 선수시절 일본프로야구에서 맹활약했고 지난해엔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까지 수상하며 매든보다는 분명 성공적인 야구인생을 걷고 있다.
그러나 매뉴얼 감독도 기술적인 것보다는 선수들과의 융화 인간에 대한 이해에서 시작하는 용병술로 매든 감독과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 덕장간의 대결인 셈이다.
▶포인트 5. 야구장-필리스 홈인 시티즌시뱅크파크와 레이스의 트로피카나필드 돔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신축구장이다. 필리스구장은 쿠어스필드처럼 타자들에게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전문가들은 홈런이 승부의 중요 변수가 될 것으로 꼽는다.
트로피카나돔은 지붕을 떠 받치는 몇 개의 단계별 링이 있는 데 타구가 어떤 링에 맞느냐에 따라 2루타 혹은 홈런 등으로 달리 판정됨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도 있어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