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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오바마' 뒤엔 외할머니 있었다…10세때부터 직접 키우며 엄마 역할

Los Angeles

2008.10.22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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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인생관 등 가장 큰 영향 줘'
민주당 버락 오바마 대통령 후보는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오바마는 그런 외할머니를 '투트(Toot)'라고 부른다. 하와이 원주민 말로 할머니를 뜻하는 '투투(tutu)'를 변형한 애칭이다.

그런데 외할머니 매들린 던햄이 손자의 대통령 당선을 보지 못할 수도 있는 위중한 상태에 빠졌다. 선거일인 11월 4일을 넘기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오바마가 23~24일 귀중한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하와이로 급히 날아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오바마는 열 살 때인 1971년부터 LA 옥시덴털대학에 입학하던 79년까지 하와이 호놀룰루의 외가에서 자랐다.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해 자카르타에서 살던 어머니 스탠리 앤이 "오바마를 미국에서 가르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그곳으로 보냈기 때문이다. 던햄 부부는 오바마를 명문 사립인 푸나후스쿨에 입학시켰다. 초등학교 5학년에 들어간 오바마는 중.고 과정을 그 학교에서 마쳤다.

스탠리 앤은 72년 인도네시아인 남편과 헤어지고 나서도 주로 인도네시아에서 일했기 때문에 던햄은 오바마에게 어머니 역할까지 대신 했다. 그는 손자의 비싼 사립학교 학비를 대기 위해 아주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한다. 지역은행 부행장으로 승진한 뒤에도 옷 살 돈 등을 아껴 오바마 교육비로 썼다.

던햄은 지난해 1월 오바마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후 자신이 살았던 캔자스의 족보를 자세히 알려줬다. 케냐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가 미국 중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대중 특히 백인에게 알리라는 뜻에서 그런 것이다.

오바마는 외가의 얘기를 하면서 백인층에 다가갔다. 유세 등을 통해 "외할아버지(스탠리 던햄.92년 작고)가 2차 대전에 참전했고 외할머니는 당시 폭격기 조립공장에서 일했다. 내 외할머니는 진짜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라고 널리 알렸다. 그런 홍보는 백인층의 거부감을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게 오바마 측의 자평이다.

오바마는 소년 시절 백인인 외할머니 때문에 마음의 상처를 입은 적도 있다.

던햄이 오바마와 함께 외출했을 때 버스를 타지 말고 걷자고 한 건 흑인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외할아버지에게서 들었을 때 "주먹으로 명치를 가격당한 것처럼 아팠다"고 오바마는 기억한다.

그는 인터뷰 등에서 "흑인을 무서워한 내 외할머니도 그 시절의 전형적인 백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나를 위해 희생했고 나를 키워준 그녀를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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