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스 비디오' 본점 문닫는다…영화 테이프 5만 5000개, 회원 12만명
New York
2008.10.31 19:06
23년간 이스트빌리지 명물…디지털 시대 고객 절반으로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의 명물 영화 전문 ‘킴스 비디오’ 본점이 간판을 내린다.
킴스비디오 대표 김용만(53·사진)씨는 지난 30일 “본점 5층 건물(6 St.마크 플레이스/8스트릿)을 매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1만3000평방 피트 규모의 빌딩을 매각하고, 3층의 렌탈용 비디오 5만5000점 운영권도 양도할 예정이다. 영화 비디오 인수자는 3000평방피트의 공간을 확보하고, 킴스 비디오 회원들의 대여권을 계속 허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킴스 비디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에드 카치 전 뉴욕시장 사무실 등을 비롯 전 세계에 12만명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비디오 렌탈은 중단하지만, 현재 1층의 뮤직숍과 2층의 DVD는 1애브뉴 지점으로 이전해 판매를 계속한다.
지난 23년간 ‘영화의 보고(寶庫)’로 자리매김해온 킴스 비디오는 1985년 애브뉴A의 세탁소에서 탄생했다.
김 대표는 외국 영화와 교재용 영화 1700편을 구입해 자신의 세탁소 안에 숍을 마련했다.
“돈을 버는대로 비디오를 구입했지요. 1년에 한개씩 지점을 늘리다보니 다운타운에서 컬럼비아대학교까지 8개 지점을 갖추게 됐습니다. 직원도 한때 250명까지 채용하고, 매상도 연 1천만달러에 이르렀습니다.”
아날로그가 디지털 시대로 바뀌면서 킴스 비디오도 2년 전부터 본점에 하루 평균 고객이 1500명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지점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1960년대 동성애자 대중 목욕탕이었다는 이 건물은 1980년대 초 건물주 프리드만이 AIDS로 사망하자 1984년 에드 카치 뉴욕 시장이 행정명령으로 건물을 폐쇄하기도 했다.
그 후 10여년간 비었던 건물을 김 대표가 저렴한 값에 사들였다. 그는 1993년 영화 ‘몬도 가네’에서 이름을 따 ‘몬도 킴스’로 정하고 빌딩 색깔도 황색으로 칠했다.
“그때부터 이스트빌리지가 180도 변했습니다. 영화학도 등 하루 평균 1500여명이 찾아왔지요. 펑키한 뉴요커와 일본 젊은이들도 모여들었습니다.”
이윽고 세인트마크 플레이스는 ‘리틀 도쿄’로 불리며 일본 식당이 속속 생겨났다.
‘킴스 비디오 시대’는 가도 이스트빌리지는 ‘리틀 코리아’가 될 가능성이 크다.
“빌딩은 한인에게 팔릴 것 같습니다. 5층 건물을 유리 건물로 개조한 후 1층엔 한국 식당이, 그 위로는 한인과 관련된 문화 공간이 들어설 예정입니다.”
킴스 비디오 인근에는 한인식당 ‘가마’와 ‘보카’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김 대표는 10여편의 단편영화를 만들며 한국영화 ‘301, 302’와 ‘학생부군신위’를 제작했다. 2006년엔 자작 시나리오로 장편영화 ‘1/3’을 연출하며 감독으로 데뷔했다. 킴스 비디오를 운영하면서 지난 10여년간 뉴욕대와 컬럼비아대 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해왔다.
박숙희 기자 [email protected]
# 뉴욕 킴스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