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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대선관전평] 오바마 바로 알기

New York

2008.11.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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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뉴욕 뉴저지 한인 유권자센터 소장
미국에 첫 흑인 대통령이 탄생했다. 세계는 지금 흥분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현실이고 대통령은 그 중심에 있다. 대통령 당선자를 정확하게 아는 일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오바마 당선자는 정치계에서 아직은 신인이다. 한국에서는 오바마 인맥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가 아는 워싱턴의 한 분은 오바마와 가까운 인맥의 절반을 알고 있다며 한국은 걱정할 것 없다고 한다. 이는 오바마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말이다.

이제 흥분에서 벗어나 오바마 당선자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오바마는 지난 3월 오하이오주와 텍사스주 예비경선에서 힐러리에게 패했다. 2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쏟아 부었는데도 대패했다. 뉴햄프셔에서 패한 후 수퍼 화요일에도 ‘박빙승부’가 되면서 경선을 조기에 마무리 하려는 전략에 차질이 생겼었다. 긴급전략회의에서 오바마는 우선, 후보인 자신의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고 모두의 책임이라고 단정, 침울한 전략팀의 분위기를 바꾸었다.

오바마는 과묵하지만 부드럽고, 신중하지만 단호하다. 취재기자들에게 오바마의 캠페인 매니저인 데이빗 플라프는 “오바마 만큼 타인을 배려하는 정치인은 없다”고 했다. 참모들과 직원들로부터 가장 존경을 받는 후보였다. 전략회의에서 언제나 가장 조용한 사람은 오바마라고 한다.

그는 침묵을 지키는 사람들의 의견에 더 주목한다고 한다. 그래서 오바마 캠프의 전략회의는 늘 조용하다. 오바마는 고민거리가 있어도 그런 걱정을 다른 사람이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한다. 그는 쉽게 동요하지 않고 늘 침착을 유지한다고 한다.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 발언의 여파로 인디애나와 노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수행기자들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 물어오자 그는 “이는 실제 상황이고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바마는 핵심참모들에게 휴식을 취할 것을 권했다.

이후 오바마의 캠프는 무보수 직원으로 점점 불어났다. 대다수가 당적이 없는 정치권내 고급 인력들이었다. 이러한 자원봉사 고급인력들은 전국의 각 주로 배정 파견되었다. 이것이 오바마의 성품이고 리더십이다.

오바마가 구체적으로 대선전략을 수립, 확정지을 때 가장 큰 고민이 힐러리 클린턴의 안방인 뉴욕의 도시권 공략이었다. 엑슬로드는 “나누어 확보한다”로 결정했다.

우선 뉴욕도시권의 정치세력중 소수계(유색인종권)를 골랐다. 이미 클린턴이 장악한 흑인사회는 별 방법이 없는 듯 보였다. 정치적으로 잠자고 있는 아시아계를 두드렸다. 오바마 캠프의 이러한 전략으로 한인사회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정치 참여 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는 유권자센터에 기회가 왔다. 필자는 중간선거 민주당 후보의 지원 유세차 뉴저지를 방문한 오바마를 만났었다. 그 때가 2006년 10월이었다.

아시아계의 투표 참여율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다. 아시안커뮤니티의 현안에 초점이 맞으면 전폭적인 지지가 있음을 애써 알렸다. 그의 보좌관은 “오바마 캠페인은 일반 시민사회의 정치참여 운동 ”이라고 했다. 웹사이트에 의견을 보내면 반응할 것이라고 했다. 캠페인의 핵심 내용은 “돈 정치를 청산한다”였다.

오바마 의원은 커뮤니티 활동을 왕성히 했다. 시민사회의 상층부(오피니언 리더)를 통해 동부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힐러리 안방을 깰수 있는 전략은 바닥을 훑는 것이었다. 서민층이 들썩거리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캠프 본부에 부지런히 의견을 냈다. 인도네시아와 하와이에서 살았았던 오바마와 아시아와의 인연은 깊다.

지난 2월12일 포토맥 프라이머리를 하루 앞두고 열린 상원외교위원회에서 오바마 의원은 처음으로 한국관련 발언을 했다. 그는 의회에 자신의 발언을 기록으로 남겨달라고 요청을 하면서 “한미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200만 이상의 한국계 미국인과 10만여 한국내 미국시민들이다 ” 라고 언급했다. 풀뿌리 단체의 의견을 직접 수렴해서 소신있게 발언한 것이다. 오바마는 참모들로부터 민심에 관한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듣는다.

각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사회운동 단체들의 의견이 들어오면 직접 일일이 챙긴다. 도시빈곤, 가정폭력, 청소년선도, 정치참여 등 비영리 기관들을 사회의 주축으로 여긴다. 그 자신이 커뮤니티 활동가 출신이기 때문이다. 풀뿌리의 의견에 신중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요구에 정확하게 부응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오바마는 전략팀에게 캠페인(선거운동)이라 하지말고 무브먼트(사회운동)라 하라고 했다. 오바마 권력의 작동방식은 철저하게 밑으로부터 출발한다. 핵심측근과의 인맥을 통하는 방식은 오바마가 일찌감치 유세에서 비판한 ‘워싱턴의 오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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