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아버지께서 청송을 지나시다가 한 과수원에서 사과 한 상자를 사오신 적이 있다. 꿀이 차고 사각사각 한 게 맛이 좋아 금새 다 먹었는데 그 사과를 주문할 도리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그 과수원에 대해 기억 하시는 건 '청송군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가장 첫 번째 오른쪽 과수원'일 뿐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 사과를 사기 위해 차로 4시간을 넘게 달려 청송에 갔다. 청송에는 사과축제가 한창이었다.
도로의 양 옆으로 빼곡한 사과나무들엔 선홍색의 잘 익은 사과들이 알차게 달려있었고 과수원마다 사과를 수확하는 손길은 분주했다.
차문을 열고 달리면 사과향이 배인 가을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결국 작년의 그 과수원을 찾아내서 꿀사과 듬뿍 사 가지고 돌아왔다.
사과를 가지고 술 주스 파이로도 만들 수 있지만 그냥 사과를 통째로 깨물어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나는 빨갛게 윤이 나도록 잘 익은 꿀 사과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사과는 익을수록 녹말이 당과 알코올로 바뀌면서 맛이 드는데 사과씨 주변에 말갛고 투명하게 변한 것을 우리는 꿀이 박혔다고 한다.
이것은 녹말에서 당을 거쳐 알코올로 바뀐 것으로 달콤하고 청량한 맛을 준다. 꿀사과 일수록 껍질의 붉은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많아지므로 발그레한 색이 선명할수록 그 속이 잘 익었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맛있는 꿀 사과를 한 알씩 먹고 있는 중이다. '아침마다 공복에 먹는 사과 한 알은 의사를 울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비슷한 뜻으로 '아침의 사과는 금이요 낮에는 철이요 6시 이후로는 납이다.' 라는 영국의 속담도 있다. 그 만큼 건강에 이롭다는 뜻이니 열심히 챙겨 먹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침에 먹는 사과가 저녁에 먹는 사과보다 더 건강에 좋을까? 이런 말이 나오게 된 이유는 있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펙틴은 먹고 5시간 정도가 지나야 활성화 된다. 그러니 아침에 먹어야 낮 동안에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펙틴은 탄수화물의 일종인데 사과에 1.5%정도 들어 있다.
채소의 식이섬유와 같아서 장의 운동을 자극하는 정장작용을 한다. 변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가 심할 때도 사과를 갈아 먹으면 속이 한결 편안해 진다.
그 이유는 사과의 펙틴이 변비 일 때는 변의 부피를 늘려 밀어내고 설사 일 때는 수분을 머금어 젤리 상태로 굳혀주기 때문이다. 또한 장안에서 유독성 물질의 흡수를 막고 이상발효도 방지한다.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과는 되도록이면 아침에 먹어야 이로운 것이다.
아침 공복에 사과를 먹으면 위벽을 자극해서 위에 부담을 준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위액의 분비를 도와서 하루 종일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 081006_김은아의 푸드토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