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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아의 '푸드토크'] 각종 별미 가능한 '감'

어릴 적엔 홍시를 얼려서 샤베트처럼 먹는 것을 좋아했다. 사각사각 시원하고 달콤해서 아이스크림보다 더 맛있다고 생각했다. 요즘은 손님이 올 때 이걸 디저트로 내놓는다. 얼려둔 것을 손님이 도착하기 30분 전에 내 놓아야 숟가락으로 떠먹기 좋은 상태가 된다. 십자로 칼집을 내서 껍질을 벗기면 흐트러짐 없이 깔끔하게 벗겨진다. 그 위에 레몬즙을 뿌리고 허브잎 하나만 올려 내는 참 간단한 것인데도 손님들이 늘 기뻐하는 것을 보면 이것만한 디저트가 없는 것 같다. 설탕이 없던 시절에는 감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그 중에서도 곶감 위에 눈꽃처럼 앉은 하얀 가루는 특히 귀했다. 곶감을 만들 때 생기는 이 흰색 분은 과육 표면 근처에 있는 과당과 포도당이 건조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겨난 것으로 예전에는 궁궐에서 감미료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감을 말리고 가루 낸 것 역시 귀하고 맛이 좋아서 대추 밤 꿀에 조린 귤 계피가루 잣 꿀을 넣어 찐 감설기떡은 차마 삼키기 아깝다 하여 석탄병이라 불렀다. 얼마 전엔 감가루로 만든 냉면과 국수도 나왔다. 먹어 본 사람들은 연노란 빛깔이 보기에 예쁘고 천연단맛 때문에 맛도 좋다는 반응이다. 경상북도 청도군에 가면 감으로 만든 와인이 있다. 소반처럼 둥글납작한 모양의 청도반시로 빚은최초의 와인이다. 그 빛깔로만 봐선 화이트와인과 닮았지만 일반 화이트와인보다 약간 더 떫은 맛이 있고 상큼하다. 은은한 감의 향이 한식과도 잘 어울린다. 얼린 홍시로 만든 아이스 감와인도 있는데 포도가 얼어서 단맛이 응축됐을 때 만드는 아이스와인과 비슷한 방법으로 만든 것이다. 감의 주성분은 당질이고 그밖에 카로틴 비타민C K등도 함유되어 있다. 특히 비타민C는 딸기나 귤보다 많아 100g중에 30~50mg이나 된다. 과육보다 감 잎에 많아서 잎을 말려 차로 애용되고 있다. 알코올의 산화분해를 도와주는 과당과 비타민C 콜린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에 술 마신 다음 날 위장에 탈이 생겨 토하거나 설사를 하는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감의 떫은 맛은 타닌의 일종인 시부올(shibuol) 때문이다. 감을 많이 먹으면 변비에 걸린다고 하는 것은 쉬부올이 지방질과 작용하여 변을 단단하게 만들기 때문인데 철분의 흡수 또한 방해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철분부족으로 빈혈이 생길 수 있다. 옛날에는 감을 보고 황금 겉옷 속에 신선이 마시는 달콤한 액체가 들어 있다 하여 '금의옥액'이라 불렀다. 신선이 마시는 달콤한 액체라니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 비유를 달았을까? 와인을 신의 물방울이라 한다면 감은 '신선의 물방울'이라 불러야겠다.

2009.01.05. 15:30

[김은아의 '푸드토크'] 잡채는 '코리안누들'

호주의 시골 와이너리에서 매일 아침 포도샘플 당도를 재며 지내던 2004년의 겨울 회사사람들에게 종종 잡채를 해줬다. 양파 버섯 파프리카 소고기만을 넣어 후다닥 만든 잡채는 인기가 꽤 좋았다. 채식만 고집하시는 할머니의 잡채엔 색색깔의 파프리카를 다이어트중인 제이드의 잡채엔 송이버섯과 닭가슴살을 넣었다. 잡채는 한끼식사로도 부족함이 없었고 멜롯(merlot) 같은 부드러운 레드 와인과도 맛이 참 잘 어울렸다. 그래서 파티가 있을 땐 어김없이 잡채를 만들었고 잡채의 매력에 빠진 한 누들 집 사장은 구운 닭다리살을 넣은 잡채 레시피를 받아가서 'JAB-CHAE' 메뉴를 추가하기도 했을 정도. 그러고 보니 '아시안 누들'이라는 간판을 걸고 있는 집에 우동 쌀국수 프라이드 누들은 있어도 우리 잡채는 못 본 것 같다. 외국에서야 잡채를 잘 몰라서 그런다 치더라도 우리나라에 있는 누들 전문점의 메뉴에는 왜 잡채가 들어갈 수 없는 걸까. 하긴 우리 잘못도 크다. 지금은 잡채를 특별한 음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지만 잡채는 궁에 올리던 궁중음식이었다. 또 이를 만든 이가 임금의 신임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이충은 광해군에게 무척이나 사랑 받고 지금으로 치면 장관쯤 되는 호조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그런데 그게 다 잡채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란 말이 '광해군일기'에 나온다. 나는 잡채를 '코리안 누들'이라고 소개한다. 간혹 이해가 쉽도록 '코리안 파스타'라고도 말한다. 밥상에서 코스문화가 익숙한 외국인에게 반찬의 개념을 먼저 이해시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젓가락을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에겐 그냥 스푼과 포크로 면을 말아 파스타 먹듯 먹어보라고도 한다. 그러면 그들은 잡채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해물을 넣으면 '시푸드잡채' 버섯을 넣으면 넣으면 '머쉬룸잡채' 닭고기를 넣으면 '치킨잡채'. 그때부턴 이해와 응용이 빨라진다. 개인적인 바람일수도 있겠지만 난 늘 잡채와 파스타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잡채도 파스타처럼 세계의 식탁에 오를 거라 상상해 본다. 얼마 전 유명한 국내 한식당에서는 랍스터잡채를 브라질 상파울루에 선보였다. 어찌나 기쁘고 자랑스럽던지. 잡채에 꼭 당근과 표고버섯을 넣어야 하는 건 아니다. 우리가 토마토소스 스파게티에 고추장도 넣고 김치도 넣듯이 잡채에 블랙올리브를 썰어 넣어도 브로콜리를 볶아 넣어도 괜찮다. 젓가락 대신 포크로 당면을 돌돌 말아 먹더라도 좋다. 일단은 맛있게 먹고 기억해 줬으면 좋겠다. 맛있게 먹고 있는 그것이 코리안누들 '잡채'라는 것을 말이다.

2008.12.15. 15:31

[김은아의 '푸드토크'] 떫지 않고 씹을수록 고소한 단맛

얼마 전 파티에서 또 '포항초 샐러드'를 만들었다. 어떤 분이 내게 와서 "이 채소 이름이 뭐예요? 너무 맛있네요. 수입채소인가 봐요?"하신다. 내가 "포항초예요"라고 대답했더니 "우리나라 채소인가요? 처음 먹어보는데 맛이 좋네요" 하시는 거다. 포항초를 모르실 수도 있으니 시금치라고 한 번 더 설명을 드렸다. 그러자 그 분은 나 한 번 시금치 한 번을 번갈아 쳐다보시더니 "시금치는 여태 나물로만 먹었는데 이렇게 먹을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요" 하신다. 초겨울부터 간단하게 잘 해먹는 것 중 하나가 '포항초 샐러드'다. 잎의 푸르고 진한 녹색과 뿌리부분의 불그스름한 색조화가 너무 예뻐서이기도 하지만 잘 씻어 잎을 떼고 치즈와 드레싱만 곁들이면 되는 아주 간단한 메뉴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금치로 만들어도 되지만 특히 생으로 먹는 포항초는 떫은 맛이 없고 씹을 수록 고소한 단맛이 난다. 포항초는 재래종의 시금치로 경상북도 포항에서만 재배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일반 개량종 시금치에 비해 잎이 짧지만 향이 깊고 단맛이 있다. 일반 시금치는 사계절 내내 먹을 수 있는데 비해 포항초는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봄까지 말하자면 겨울이 제철이다. 충분한 햇빛을 받으며 차가운 바닷바람을 이겨내고 자라서 일까? 초겨울의 포항초는 더욱 더 맛이 좋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시금치를 즐겨먹는다는 기사가 나서 시금치의 영양에 대한 관심이 더욱 집중되기도 했다. 시금치에는 항산화 성분인 루테인과 페놀이 풍부하다. 비타민C.E와 식이섬유도 풍부하지만 특히 채소 중에서 비타민 A의 함유량이 가장 많아서 피부와 모발 시력의 건강에 도움을 준다. 시금치는 철분의 보고라고도 하는데 철분의 함량은 100g당 2.6mg으로 샐러리와 상추보다는 높지만 근대보다 낮아서 평균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금치의 영양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오래 데치거나 끓이지 말아야 한다. 가장 간편하게 먹는 방법은 위에서도 말한 샐러드다. 훈제연어나 닭다리살 구이를 곁들이는 것도 좋다. 혹은 팬에 버터나 올리브유를 두르고 연기가 나기 직전까지(180도) 달군 다음 시금치를 넣고 녹색이 진해질 정도로만 볶아 내는 방법이 있다. 팬에 시금치를 올렸을 때 '치직' 소리가 가능하면 크게 나도록 하고 팬에서 재빨리 꺼내는 것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소금을 넣으면 수분이 빠져나가 맛이 없어지므로 마지막에 소금을 넣는 것 또한 요령이다. 몇 년 전에 이탈리안 친구에게 시금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유럽사람들은 데이트를 할 때 시금치 요리는 절대 주문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시금치가 치아 사이에 껴서 망신을 당할까봐 그렇단다. 데이트할 때 우리가 고추가루 든 음식을 피하듯 그들은 시금치를 피한다니 재미있다. 시금치를 많이 먹으면 결석이 생긴다고도 하는데 이는 시금치를 하루에 500g씩 매일 먹었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므로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안심해도 된다.

2008.12.01. 15:11

[김은아의 '푸드토크'] 사과와 함께 굿모닝

작년에 아버지께서 청송을 지나시다가 한 과수원에서 사과 한 상자를 사오신 적이 있다. 꿀이 차고 사각사각 한 게 맛이 좋아 금새 다 먹었는데 그 사과를 주문할 도리가 없었다. 아버지께서 그 과수원에 대해 기억 하시는 건 '청송군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가장 첫 번째 오른쪽 과수원'일 뿐이었다. 그래서 며칠 전 사과를 사기 위해 차로 4시간을 넘게 달려 청송에 갔다. 청송에는 사과축제가 한창이었다. 도로의 양 옆으로 빼곡한 사과나무들엔 선홍색의 잘 익은 사과들이 알차게 달려있었고 과수원마다 사과를 수확하는 손길은 분주했다. 차문을 열고 달리면 사과향이 배인 가을바람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결국 작년의 그 과수원을 찾아내서 꿀사과 듬뿍 사 가지고 돌아왔다. 사과를 가지고 술 주스 파이로도 만들 수 있지만 그냥 사과를 통째로 깨물어 먹는 것이 가장 맛이 좋다. 나는 빨갛게 윤이 나도록 잘 익은 꿀 사과를 아작아작 씹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사과는 익을수록 녹말이 당과 알코올로 바뀌면서 맛이 드는데 사과씨 주변에 말갛고 투명하게 변한 것을 우리는 꿀이 박혔다고 한다. 이것은 녹말에서 당을 거쳐 알코올로 바뀐 것으로 달콤하고 청량한 맛을 준다. 꿀사과 일수록 껍질의 붉은 색을 내는 안토시아닌 색소가 많아지므로 발그레한 색이 선명할수록 그 속이 잘 익었다는 뜻이다. 매일 아침 맛있는 꿀 사과를 한 알씩 먹고 있는 중이다. '아침마다 공복에 먹는 사과 한 알은 의사를 울게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비슷한 뜻으로 '아침의 사과는 금이요 낮에는 철이요 6시 이후로는 납이다.' 라는 영국의 속담도 있다. 그 만큼 건강에 이롭다는 뜻이니 열심히 챙겨 먹는 것이다. 그런데 정말 아침에 먹는 사과가 저녁에 먹는 사과보다 더 건강에 좋을까? 이런 말이 나오게 된 이유는 있다. 사과 속에 들어 있는 펙틴은 먹고 5시간 정도가 지나야 활성화 된다. 그러니 아침에 먹어야 낮 동안에 그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펙틴은 탄수화물의 일종인데 사과에 1.5%정도 들어 있다. 채소의 식이섬유와 같아서 장의 운동을 자극하는 정장작용을 한다. 변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가 심할 때도 사과를 갈아 먹으면 속이 한결 편안해 진다. 그 이유는 사과의 펙틴이 변비 일 때는 변의 부피를 늘려 밀어내고 설사 일 때는 수분을 머금어 젤리 상태로 굳혀주기 때문이다. 또한 장안에서 유독성 물질의 흡수를 막고 이상발효도 방지한다. 이러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과는 되도록이면 아침에 먹어야 이로운 것이다. 아침 공복에 사과를 먹으면 위벽을 자극해서 위에 부담을 준다는 말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위액의 분비를 도와서 하루 종일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

2008.11.10. 15:02

[김은아의 '푸드토크'] 미국인의 먹대로 커피' 취향

호주에 있는 와인회사에서 인턴십을 할 때의 일이다. 동료인 제이드는 하루에 한번 30분간의 커피브레이크를 칼같이 지켰다. 시계바늘이 2시를 가리키면 여지없이 일을 멈추고 커피를 준비해서 정성스레 음미했다. 내 눈길을 붙잡은 것은 '셀프 커피' 하는 방식이었다.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커피액에 뜨거운 물을 가득 붓고 마멀레이드 잼 한 스푼을 넣고 휘휘 저어 마시는 거였다. 그 요상한 커피를 바라보는 내게 한마디. "It's my own style." 커피에 잼을 넣다니! 재미있는 발상이다. 왜 난 그런 생각을 한번도 못해봤지? 미국의 커피전문점에선 이런 일이 일상적인 풍경이다. 주문하는걸 보면 놀라울 정도로 디테일하다. '더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우유' '에스프레소에 무지방 우유 거품 쵸코시럽추가' 등등... 사정이 이렇다 보니 카푸치노 같은 정통 커피 레시피조차 미국인들의 입맛에 따라 변형되고 말았다. 오죽했으면 이탈리아 '카푸치노 수난사'라는 말까지 있을까/. 제 자식같은 카푸치노가 미국땅에서 정체성을 잃기 직전까지 가자 카푸치노 종주국 이탈리아가 뚜껑이 열린 건 당연지사. 그들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2007년 초부터 카푸치노의 기준을 만들어 미국에 제시하더니 급기야 그 기준에 맞지 않는 커피는 카푸치노라고 부르지 말라고 요청한 것이다. 그 내용을 보면 카푸치노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카푸치노는 25ml의 에스프레소 원액에 거품을 낸 우유 125ml를 섞어 도자기 잔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마시면 하얀 거품이 콧수염처럼 입술 바로 위에 묻어나야 하고 다 마셨을 때는 우유 자국이 컵 바닥에 남아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인들은 생각한다. '니 마음대로 하세요' 한국은 미국과는 좀 다르다. 때는 별다방 콩다방 등 커피전문점들의 상륙 초창기. 다방커피에 익숙했던 사람들은 수십 가지 커피 메뉴 앞에서 당황하기 일쑤였다. 쿨 해지고 싶은 욕망은 속 쓰린 에스프레소를 견디게 만들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위를 훑어 내릴 정도의 쓴맛이어야지 최고라고 말한다.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라. 진심으로 그 쓴맛을 좋아하는게 아니라면 더 이상 참지 말아라. 약도 아니고 정신건강에 안 좋다. 에스프레소의 종주국인 이탈리아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듬뿍 넣어 걸쭉하고 매우 달게 마신다. 설탕 넣어 먹어도 된다. 설탕이 싫으면 다른 것도 괜찮다. 달콤한 메이플시럽을 한 스푼 넣으면 쓴맛이 훨씬 줄고 다크 쵸콜렛을 한 조각 넣고 녹여 먹으면 달콤쌉싸름한 모카 맛이 난다. 꼬냑 등의 브랜디를 부어 마시면 와인의 향처럼 그윽하다. 머그컵에 에스프레소25ml 탄산수200ml 시럽 1스푼을 섞고 얼음을 가득 채워 마셔보자. 탄산수와 시럽을 넣는 대신 사이다로 대신해도 좋다. 이젠 추억의 음료가 된 '맥콜'맛이 나는데 그 맛이 구수하고 꽤 괜찮다.

2008.11.03. 14:36

[김은아의 '푸드토크'] 생새우의 참 맛

'머리가 붙어 있지 않은 새우는 먹지도 말라.'고 했다. 이 말뜻은 머리와 다리가 온전히 붙어 있으면서 다리와 수염에서 생명력이 느껴지는 '신선한 것'을 먹으라는 말이다. 자고로 해산물의 맛은 제철과 신선도에서 판가름 나기 마련이니 역시 가을의 생새우에 가장 큰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다. 지난 주말 친구들과 몽산포해수욕장에 갔다가 차로 5분 거리인 몽산포항에 생새우를 먹으러 갔다. 몽산포항은 작은 낚싯배 몇 대가 드나드는 소규모의 포항이다. 주변에는 지중해 느낌의 예쁜 펜션들이 밀집되어 있고 낚싯배 이름을 건 횟집들이 바다를 향해 줄이어 섰다. 여러명이 갔으니 광어와 우럭회를 한마리씩 뜨고 생새우 만원어치를 주문했다. 뚜껑이 닫힌 밀폐용기에 한 뼘이 좀 모자라는 크기의 새우 20마리가 담겨 나온다. 새우는 저마다 등을 활처럼 휘었다가 다시 곧게 펴 온몸으로 바닥을 치고 튀어 오른다. 뚜껑의 귀퉁이만 슬쩍 열고 손을 넣어 새우 한 마리를 꺼내 감싸 쥔다. 머리 쪽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한 후 몸통의 껍질과 다리를 벗겨낸다. 알몸을 드러내고도 여전히 꿈틀거리는 것을 미끄러지지 않도록 왼손은 머리 오른손은 꼬리를 잡는다. 탱글탱글한 몸통에 초장을 찍고서 그대로 살을 발라 먹는다. 이렇게 먹는 새우를 '오도리'라고도 부르는데 이는 일본어로 '싱싱한 새우'라는 뜻이다. 처음엔 약간 비릿할수도 있지만 맑고 투명한 새우 살을 씹을수록 단맛이 점점 나와 어느새 내 손은 다음 새우의 몸통을 벗기고 있다. 이렇게 살을 다 먹으면 머리와 꼬리는 모았다가 숯불에 구워서 바삭한 과자처럼 먹는다. 그게 번거로우면 술안주로 시켜놓은 해물탕에 바로 넣고 끓였다가 라면 하나 부숴 넣어 익혀서 시원한 새우탕으로 먹는다. 맛 좋은 새우는 몸에도 이롭다. '본초강목'에서 '남자가 혼자 여행할 때는 새우를 먹지 말라.'고 했는데 이는 주체할 수 없이 정력이 솟아 남의 여자를 넘보게 될 것을 우려한 것이다. 예로부터 새우는 신장을 강하게 해서 남성의 양기를 북돋워 주므로 총각은 삼가야 한다는 말이 있다. 중국에서는 혼자 여행할 때 여행지에서 새우를 먹지 말라는 말이 의서를 통해 전해 올 정도다. 새우가 강장 식품으로 손꼽히는 것은 양질의 단백질과 칼슘을 비롯한 무기질 비타민B복합체 등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고단백 저지방 고칼슘 식품으로 아동의 성장발육이나 다이어트 정력을 높여주는 데에 효과가 있다. 새우의 단백질은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데 특히 맛에 관여하는 것이 많다. 글리신은 새우의 단맛을 내는 주성분으로 100g중에는 1000mg이상이 함유되어 있는데 9월부터 다음 해 1월까지 그 양이 최고로 많아져서 가장 맛이 좋다. 베타인역시 새우의 독특한 단맛을 내는 성분인데 맛이 좋을 뿐 아니라 강장효과가 있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감소시키는 작용도 한다고 밝혀져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8.10.06. 14:27

[김은아의 '푸드토크] '신들의 음식' 카카오, 분말 물에 타 마셔요

원래 마야 사람들이 즐겨 마시던 초콜릿은 매콤하고 얼큰한 맛이 났다. 지금과는 달리 카카오 가루를 옥수수가루 고춧가루와 함께 넣고 물에 풀어 거품을 내 마셨기 때문이다. 17세기 유럽에서는 카카오에 그리스어로 '신들의 음식'을 뜻하는 테오브로마 카카오(Theobroma cacao)라는 학명을 붙였다. 영양이 좋고 약리작용도 있는 카카오 열매는 화폐구실을 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었으며 마야나 아스테카 문명을 이룩한 원주민 사회에서는 신분이 높은 사람들만이 먹을 수 있는 고급 식품이었다. 한국에서는 주로 초콜릿의 형태로 카카오를 먹는다. 특히 작년에는 카카오의 함량을 늘려 기능성을 높인 다크 초콜릿 제품이 인기였다. 카카오에 들어있는 프로시아니딘은 심혈관 질환과 암을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최근에 이탈리아 미국 공동 연구팀은 다크 초콜릿에 들어있는 카카오가 심장질환과 뇌중풍의 위험을 줄인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은 카카오의 효능이 알려질수록 초콜릿의 인기는 덩달아 높아져서 요즘은 중년 남성들에게까지 인기가 있다. 그 덕에 나는 죄책감 없이 초콜릿을 먹을 수 있어 좋지만 카카오의 장점만 너무 부각 되다 보니 일부 사람들은 카카오라고 이름을 달고 나온 초콜릿을 마치 건강 기능성 식품이라도 되는 듯이 오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카카오와 초콜릿은 엄연히 다른 것이며 그 성분에도 명백한 차이가 있다. 카카오 나무에서 맨 처음 꼭 럭비공모양과 같은 카카오 열매를 '카카오포드'라고 한다. 이 카카오 포드를 쪼개면 씨가 꽉 차 있으며 이 씨를 '카카오빈' 혹은 '카카오콩'이라고 부른다. 볶은 카카오빈의 껍질을 제거하면 알맹이가 나오는데 이를 '카카오니브'라고 하고 카카오니브를 갈아 걸쭉해진 반죽 같은 것이 바로 '카카오매스'다. 초콜릿은 카카오 매스에 우유 버터 설탕 향료 등을 첨가한 음료 또는 이것을 틀에 부어 넣어 굳힌 과자를 말한다. 때문에 당분과 지방함량이 높아 100g의 열량이 550kcal로 초콜릿 100g을 먹으면 비빔밥 한 그릇을 먹는 셈이다. 그럼 카카오와 발음도 비슷한 코코아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코코아'란 말은 처음으로 카카오 파우더가 물에 잘 풀리도록 만든 제품의 이름이었다. 그런데 이 제품이 인기를 끌다 보니 '코코아'란 말이 널리 알려졌고 카카오와 코코아를 혼용하여 사용하게 된 것이다. 초콜릿이나 코코아도 괜찮지만 카카오를 섭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이 첨가되지 않은 카카오 분말을 생수에 타서 마시는 것이다. 쓴맛을 견디기 힘들다면 설탕이나 꿀을 첨가한다. 이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초콜릿으로 섭취하는 방법이 있는데 되도록이면 유지방과 당분이 낮은 다크 초콜릿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초콜릿을 전문적으로 맛 보는 전문가들은 차가운 생수와 함께 먹지만 가끔은 레드 와인과 함께 먹는 것도 좋다.

2008.09.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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