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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이 보는 미국 정치] 차기정권 핵심 이매뉴얼

New York

2008.11.14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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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 센터 소장
1993년 대통령에 취임한 클린턴은 이스라엘의 안정 없이는 백악관에서의 잠자리가 결코 편할 수 없음을 알았다. 걸프전으로 미국에 대한 중동지역의 분노가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자신을 지지해준 유대계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보답해야 했다. 중동분쟁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화해와 협력이 없이는 끝나지 않으리란 결론을 내기에 이르렀다.

클린턴은 유대계로부터 선거자금을 가장 많이 모금해 ‘돈통’이란 별칭을 얻고 있는 ‘램 이매뉴얼’을 호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상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클린턴은 팔레스타인 소멸을 외치는 로비단체인 ‘AIPAC’이 가장 걸림돌이라 생각했다. ‘AIPAC’의 반발을 무마시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이매뉴얼이었다. 그의 부모는 극우 유대계의 핵심인사였고 ‘AIPAC’의 핵심 간부다.

이렇게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평화협정은 1년도 채 안돼 ‘오슬로 평화협정’이란 빛나는 성과를 이뤄냈다. 이 협정은 1993년 9월13일 백악관에서 이스라엘 수상인 이츠하크 라빈과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장 사이에 체결됐다. 클린턴이 원칙을 선언한 그 유명한 ‘땅과 평화의 교환’이다. 클린턴의 중재로 중동에 평화의 길이 열린 것이 높이 평가돼 아라파트와 라빈은 그해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했다.

‘결정하면 성사 시킨다‘라는 전설의 사나이, 이매뉴얼은 1992년초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될 무렵 제발로 클린턴 캠프에 찾아갔다. 그는 클린턴 캠프에서 가장 많은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전국에 있는 유대계의 돈을 거의 싹쓸이 해온 공신이다. 예비경선전에서 클린턴의 강적이었던 폴 송가스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이매뉴얼 때문에 졌다고 할 정도였다.

이매뉴얼은 클린턴 대통령 재임시 섹스 스캔들이 터졌을 때 백악관내 참모들을 으름장으로 단속, 탄핵정국을 무난히 모면한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장본인이다. 보스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의 성격이 한 몫을 한 것이다. 이렇게 그는 실력은 인정받았지만 평판은 제로였다. 이매뉴얼은 1959년생 돼지띠다.

시카고에서 출생, 노스웨스턴대에서 커뮤니케이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20대 불타는 정의감에 시카고시 소비자권리운동에 뛰어들기도 했다. 유대계 이민자의 아들로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였다. 자기민족의 역사를 통해 유대인의 아들로 자기 역할을 분명히 한 사람이다. 이스라엘을 철저히 보호하는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지론도 폈다. 1985년 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었던 토니 코엘호의 눈에 들어 민주당 선거캠프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시카고 리처드 데일리시장실(이매뉴얼은 거기에서 오바마 부부의 대모격인 발레리 쟈넷과 인연을 맺었다)을 거쳐서 1992년 클린턴 캠프에 합류했다.

1991년 걸프전이 터졌을때 이스라엘 군에 자진입대, 전장을 누비기도 했다. 1999년 백악관을 떠나 시카고로 귀향, 2002년 연방하원에 진출했다. 9·11 테러 사태 이후 매 선거 때마다 민주당이 완패하자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인 낸시 펠로시는 초선의 이매뉴엘 의원을 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했다. 이매뉴얼은 2006년 중간선거를 완벽하게 승리로 이끌었고 덕분에 겨우 재선의원임에도 불구하고 당서열 4위인 민주당 간부위원회 의장이 됐다.

필자는 2007년 ‘AIPAC’ 대회에서 그와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아시안이 ‘AIPAC’에 있는 것을 이상히 여기는 눈치를 받았다. 나는 그와 악수를 나누던 중 그의 손가락 하나가 반토막인 것을 봤다. 학창시절 아르바이트로 식당에서 일하다 고기 절단 기계에 손가락이 잘못 끼여 잘렸다는 것을 알았다. 과연 그는 투지와 의지로 똘똘뭉친 사람이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는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에 램 이매뉴얼을 임명했다. 깡마른 작은 체구의 이매뉴얼이 당선자 옆에서 매서운 눈매를 치켜세우고 두 손을 양 허리춤에 올린 사진을 보고서 오바마의 인사에 말들이 많다. 분명한 것은 어려운 난국을 이매뉴얼의 스타일로 풀어 나가겠다는 당선자의 의지이다. 공화당이 몸을 낮추었고 로비스트들이 숨을 죽이고 있다. 이매뉴얼을 넘지 못하면 대통령에게 다가갈 방도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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