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35)가 계약기간 1년 최대연봉 300만 달러에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둥지를 틀 것으로 보인다.
야후스포츠가 윈터미팅 마감 하루 전인 10일 '박찬호의 필리스행'을 독점보도한 후로 11일엔 스포츠전문 웹사이트 로토월드닷컴이 구체적인 계약조건까지 예상하며 박찬호와 필리스의 계약이 임박했음을 밝혔다.
야후스포츠는 메이저리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박찬호가 필리스와 재계약이 불투명한 46살의 FA 좌완 노장 제이미 모이어나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될 수 있는 카일 켄드릭이 빠진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토월드닷컴은 한 발 더 나아가 "박찬호가 올해 LA 다저스에서 임시지만 선발로 주어진 찬스에서 잘 던졌다. 필리스가 모이어 켄드릭의 빠진 자리에 대체용으로 박찬호를 활용하려고 한다"며 "계약은 1년짜리지만 연봉은 200만~300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최대 300만 달러의 연봉에는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계약이 확정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박찬호가 최대 300만 달러 정도의 연봉을 받고 필리스와 계약한다면 5선발 한 자리 정도는 보장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중간계투로 54경기를 뛰는 동안 5번 선발로 출장해 1승무패 평균자책점 2.16을 기록했다. 49번의 릴리프피칭에서 3승4패2세이브 3.84를 올린 것에 비하면 선발로서 보다 훌륭한 투구를 했다.
그러나 다저스 조 토리 감독은 박찬호를 선발로 쓰기 보다는 4 5선발기회를 팀내 젊은 유망주들에게 돌렸다. 또 엇비슷한 경우라면 연봉 50만 달러짜리 박찬호보다는 보다 많은 연봉을 받던 에스테반 로아이자에게 선발 기회를 돌리기도 했다. 결국 필리스에서 받는 박찬호의 몸값이 300만 달러나 된다는 것은 그만큼 박찬호를 선발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1994년 다저스에서 데뷔한 박찬호는 올해까지 뛴 378경기 중 선발 출장이 74%나 됐다. 통산 117승(92패 4.34)이나 올린 베테랑이기도 하다. 더구나 필리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거머쥐었지만 투수진에 모이어가 빠진다면 대부분이 신진세력들이다.
특히 선발진은 에이스 좌완 콜 해멀스가 24살 2선발 브렛 마이어스와 3선발 조 블랜턴이 28살로 경험이 부족하다. 빅리그 100승 이상 경험을 가진 박찬호의 멘토 역할이 중요할 수 있다.
물론 플라이볼 투수인 박찬호가 '투수들의 무덤'이라 평가받는 필리스 홈구장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줄 지는 미지수다. 로토월드닷컴도 "박찬호가 플라이볼 투수로서 시티즌스뱅크파크에서 잘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도 데뷔 팀 다저스를 두 번째로 떠나기로 작정하면서 "야구 인생 마지막을 걸고 선발투수로 멋지게 활약하고 싶다"는 다짐을 한 바 있다.
다저스를 시작으로 텍사스 레인저스 샌디에고 파드레스 뉴욕 메츠를 거쳐 5번째 팀이 될 필리스에서 박찬호의 선발 꿈이 펼쳐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