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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스행 박찬호 '5선발 올인'···250만불 보장, 옵션 채우면 최대 500만불

Los Angeles

2008.12.1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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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35)가 2008월드시리즈 우승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새 둥지를 틀었다.

박찬호는 15일(LA시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필라델피아와의 계약 사실을 밝혔다.

계약조건은 1년 연봉 250만 달러이며 선발 혹은 불펜으로 정해진 이닝을 채울 경우 최대 5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옵션의 자세한 내용은 선발 11~27경기까지 보너스가 있고 110~170이닝까지 또 로열티가 있어서 선발로 최대 27게임과 170이닝을 다 소화하게 되면 500만 달러까지 받을 수 있다. 구원투수로는 30~75경기까지 매 5경기마다 보너스가 있으며 그것을 다 채웠을 때 300만 달러가 넘게 된다.

물론 최종 계약은 내년 1월 초 박찬호가 구단 신체검사를 통과해야만 한다. 하지만 박찬호가 올해 LA다저스에서 뛰면서 전성기 못지 않은 직구 스피드를 기록했고 건강한 상태임을 감안하면 필라델피아 행에 다른 걸림돌은 없다.

필라델피아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도 이날 ESPN mlb.com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박찬호와의 계약사실을 인정했다. 이로써 1994년 LA 다저스에서 데뷔한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한 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뉴욕 메츠 다저스를 거쳐 5번째 유니폼을 입게 됐다.

하지만 이번 필라델피아와의 계약이 당초 박찬호가 원했던 '선발 보장'이라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옵션내용을 보면 선발이 보장된 것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다. 마침 이날 필라델피아는 46살의 좌완 베테랑 제이미 모이어와 2년 계약했다. 연봉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로써 필라델피아엔 콜 해멀스-조 블랜튼-브렛 마이어스-모이어로 이어지는 선발진 4명이 굳어졌다. 결국 박찬호는 스프링캠프를 통해 5선발 한 자리를 놓고 다퉈야 한다.

현재 5선발 후보로는 올해도 선발로 활약한 카일 켄드릭(24)과 불펜에서 뛴 J.A. 햅(26) 그리고 트리플A 유망주 카를로스 카라스코(21)가 거론되고 있다.

켄드릭은 2007년 빅리그에 데뷔했고 첫 해 10승(4패 평균자책점 3.87) 올해도 11승(9패 5.49)를 마크했다. 2년간 51경기를 뛴 중 50경기에 선발로 나온 선발투수로 박찬호와 가장 치열한 경쟁을 펼칠 상대다.

좌완 햅은 데뷔는 2년이 지났지만 실제로 뛴 경기는 9경기(선발 5게임) 밖에 되지 않아 신인이나 다름없다.

올해 성적은 8경기(선발 4게임)에서 31.2이닝을 던져 1승무패 평균자책점 3.70을 마크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카라스코는 올해 트리플A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72를 기록했으며 아직 빅리그 경험 자체가 없다.

물론 어느 한 선수 얕볼 수는 없겠지만 메이저리그 100승(117승92패 4.34) 이상 경력에 올해 다저스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4경기(선발 5게임)에서 4승4패 3.40을 기록한 박찬호에 견주기는 어렵다.

박찬호는 올해 선발 5경기에서도 1승무패 2.16으로 더욱 좋은 내용을 보였다. 직구 최고 96마일의 강속구를 찾으며 자신감까지 회복한 박찬호라면 필라델피아의 선발 한 자리 확보가 크게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인터뷰 '유일하게 선발 OK'…팀내 경쟁에 WBC 출전 못해

필라델피아 필리스에서 새 출발을 하는 박찬호(35)는 '자신감'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강조했다. 젊은 투수들과의 5선발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필라델피아를 선택한 배경은.

"루벤 아마로 주니어 단장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 큰 관심을 나타냈다. '4명의 젊은 선수들과 선발 경쟁을 해야 한다'면서 '내게 큰 관심과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마무리 투수가 잘못됐을 때 소방수로 기용하고 싶다'는 제안도 했다."

-필리스 말고 관심을 나타낸 팀은.

"나를 구원투수로 여기는 팀이 많았다. 샌프란시스코 애리조나 캔자스시티 토론토 등이다. 그 중에서 샌프란시스코와 애리조나가 적극적이었는데 나를 선발로 원했던 팀은 필라델피아 뿐이었다. 내년 1월께 더 좋은 조건을 기다리느냐 고민도 했는데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할 예정인가.

"오늘 김인식 대표팀 감독님께 WBC는 못 가게 될 것이라고 말씀드렸다. 내년 어떤 성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선수 생활 연장 여부가 결정되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1회 대회 때 샌디에이고에서 선발을 보장받았으나 WBC를 다녀왔더니 다른 선수가 잘해 틀어졌다. 내년은 처음부터 선발 경쟁을 해야 돼 WBC 출전은 어려울 전망이다."

-올해 다저스에서도 젊은 투수들과 선발 경쟁을 벌였는데.

"젊은 선수와 경쟁은 항상 부담스럽다. 팀이 젊은 선수를 키우기 때문이다."

-필리스에 대한 느낌은.

"강한 매력은 못 느꼈다. 다만 타자들이 제 때에 한 방을 쳐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아주 유명한 선수가 없는 팀인데도 긴 정규 시즌에서 이길 힘을 갖춘 팀이다. 불펜 투수들이 강하고 선발 또한 2 3명은 잘 던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부터 동부지역에서 뛴다면 뉴욕이나 필라델피아에서 뛰고 싶었다."

-현재 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이달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잠실구장에서 체력 위주로 하루 3~5시간씩 훈련한다."

-마지막 선수 생활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고 했는데.

"그 뜻은 변함없다."

-시티즌스뱅크파크가 짧은 구장인데.

"일단 하늘에 맡겨야겠지만 공이 그다지 빠르지 않은 에이스 콜 해멀스와 제이미 모이어가 잘 던졌기에 그들을 잘 연구할 생각이다. 작은 구장에서 잘 던진 투수들은 체인지업이 좋다. 체인지업을 집중적으로 뿌리고 몸쪽 빠른 볼로 요리하겠다."

-내년 예상은.

"건강해야 한다. 2010년에도 또 던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면 만족한다. 이제는 빅리그에서 나를 얼마나 인정해주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올해 직구가 살아나 자신감이 생겼고 그것을 살리면 성적이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김문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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