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던 소가 웃을 이야기 한 토막.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면제를 받은 한국 프로야구 선수가 4주 기본군사 훈련을 마친 후 감기몸살에 걸려 응급실 신세를 졌답니다. 1년 내내 강행군을 해오다 숙원의 군 문제를 해결하니 갑자기 긴장이 풀려 몸의 밸런스가 무너졌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4주 훈련도 이렇게 힘든데 2년이나 군 생활을 하는 군인 여러분이 참 존경스럽습니다."
한국 프로선수들에게 군 문제는 황소 같은 장정도 아무렇지 않게 거꾸러뜨리는 스트레스의 등짐입니다.
내년 3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 팀 구성에 어려움이 많은가 봅니다. 해외파 선수들이 대거 불참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군 문제가 가장 큽니다. 1회 대회 때와 달리 이번엔 4강에 오르더라도 병역 면제 혜택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이미 군 문제를 해결한 선수들은 물론이고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선뜻 응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나마 출전을 자원한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의 절실한 필요 때문입니다. 야구 엑스포라고 할 수 있는 WBC를 통해 더 큰 리그로 진출하기 위해서입니다.
출전을 꺼리는 선수들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소속 팀과의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프로선수들은 몸이 재산이고 그 자신으로서 독립기업이니까요. 이익이 나지 않는 곳에 투자하지 않는 게 기업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겐 궁색한 면도 없지 않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라가 부르면 기꺼이 달려가겠다던 선수는 아예 침묵으로써 발언 자체를 없던 일로 만들었습니다. 나중에 돌아오는 게 알맹이 없는 쭉정이뿐이란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입니다. 계약 기간이 '1년이냐 2년이냐'에 따라 출전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다며 절묘하게 퇴로를 열어놓은 선수도 있었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팀을 위해 한 게 없어 못 나가겠다"는 선언은 에누리 없이 속마음을 털어놓아 낫습니다.
수틀리면 손바닥을 뒤집는 여반장(如反掌)의 세태야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프로선수들에게만 국한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때만 되면 나라와 국민을 들먹이는 것도 그들이었기에 차라리 '말이나 말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080825_스포츠7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