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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년기획] 새벽을 여는 한인들 <4> 남들보다 두세시간 먼저 하루 시작 '희망 먹는' 새벽 식당

Los Angeles

2009.01.09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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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4시26분. LA한인타운 8가 길 몇블럭에 걸쳐 불이 켜진 업소는 서넛 뿐이다.

뉴햄프셔길 인근 샤핑몰에는 한 업소만 불이 켜진채 문이 열려 있다.
불빛은 따라 한식당 다락방에 들어선 것이 4시28분. 이른 새벽시간이라 손님들이 없었다.

하지만 주방으로 들어서자 갓 삶은 콩나물의 ‘구수한’ 냄새가 가득하다.
김영순(58) 사장이 큰 냄비에서 김이 모락 모락나는 콩나물을 꺼내고 있다.

일찍 일어나 이미 새벽기도를 마치고 가게로 나온 김 사장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 메뉴 준비에 분주하다. 주방에는 7~8개의 냄비가 끓고 있다.
김사장은 5시에 오픈하기 위해 매일 4시~4시30분에는 가게에 나온다고 한다.
이날 아침 메뉴는 ‘얼큰한’ 콩나물 무국, 감자볶음, 삭힌 고추, 호박, 계란 프라이.

한참 국을 조리하던 그녀가 갑자기 김치 겉절이를 만들기 시작한다.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내내 쉬지를 않는다.

“여유있게 하나가 다 될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어요. 틈틈히 다 만들어야지 손님들에게 아침식사를 내놓을 수 있어요.”
다락방 김 사장의 아침메뉴를 먹기위해 새벽부터 다락방을 찾는 손님수는 70~80여명. 새벽기도나 아침 산행을 마친 한인들이 대부분이고 일찍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김 사장은 “보통 출근시간 전에 손님들이 몰리지만 5시에 오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그가 다락방은 인수한지 4년째, 그때부터 새벽 손님들을 위해 아침메뉴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메뉴도 매일 바꾼다.

오전 5시가 채 못돼 “아줌마, 나 왔습니다”라는 굵직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날 첫손님은 LA다운타운에서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최모씨.
김 사장은 “웬 일로 어제, 오늘 모두 일등이네?”라며 반갑게 맞는다.

그리고 주방에 들어가 아침메뉴를 준비한다.
이미 오전에 운동과 사우나를 마치고 식당을 찾은 최 사장은 “일주일에 4일은 다락방을 찾는다”며 “일터로 향하기 전 ‘든든하게’ 먹고 간다”고 한다.
최씨가 연신 ‘얼큰하다’며 아침식사를 하는 동안 김 사장은 아침 준비를 하러 주방으로 들어간다.

식사를 마친 최씨가 계산을 하고 “아줌마, 잘 먹고 갑니다”라며 가게문을 나선다.
김 사장에게 새벽 장사는 이른 아침 하루를 시작하는 손님들에게 ‘든든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는 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아침을 맛있게 먹는 손님들의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새벽 식당을 찾는 한인들은 누구보다도 하루를 먼저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활기가 희망의 새해를 힘차게 열고 있다.

서기원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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