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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대표 은퇴···'WBC 못간다'

Los Angeles

2009.01.12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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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36.필라델피아)가 눈물 속에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불참을 선언했다. 국가대표 은퇴도 선언했다.

박찬호는 1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사숙고 했지만 아무래도 WBC 출전은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 WBC에서도 잘 하고 시즌 때도 잘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표팀 합류를 바랐던 많은 분들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했다. 박찬호는 "내 나이도 있고…. 선수로서 대표팀에서 뛰기는 앞으로 어렵다. 대표팀 은퇴로 봐도 좋다"고 덧붙였다.

박찬호가 대표팀 합류를 포기한 이유는 불확실한 팀내 위상 때문이다. 박찬호는 "루벤 아마로 주니어 필리스 단장과 만나 WBC 참가 문제를 상의했더니 '나가도 좋고 안 나가도 좋고'라고 하더라. 솔직히 팀을 위해 WBC 출전을 만류할 것을 기대했는데 아니었다"고 털어놨다.

박찬호는 "팀은 나를 선발 후보로 올려놓고 있지만 안 되면 불펜으로 쓸 생각인 것 같다. 앞으로는 내가 몇 승을 거두는 게 중요한 것 같지는 않다. 선발 투수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내 몫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박찬호는 얼마 남지 않은 야구인생을 다해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지키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그를 WBC 1.2차 엔트리에 포함했던 한국 대표팀도 박찬호 없는 전력을 새로 짜야 할 입장이다.

박찬호는 이 자리에서 필라델피아 입단식을 스스로 열었다. 그는 "지난 7일 신체검사가 끝난 뒤 입단식이 예정돼 있었지만 구단 사정으로 취소됐다. 그래서 내가 유니폼을 직접 한국으로 가져와 이 자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예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위상에 서러운 듯 박찬호는 이 때부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물 기자회견…
딴 선수 약물 문제 입단식 취소 '이제 내가 이 정도인가' 설움…


박찬호는 눈물로 태극마크와의 작별을 고했다. 국가대표 은퇴 그리고 눈물과 희망이 뒤범벅됐다.

박찬호는 이날 기자회견서 놀랄 만한 얘기들을 쏟아냈다. 그동안 갖고 있던 많은 고민들을 팬들에게 전한 것이다.

박찬호는 "얼마 전 필라델피아 동료가 약물 문제를 일으키면서 예정됐던 나의 입단식이 취소됐다. '이제 난 이 정도 선수인가'하는 실망감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국 기자들이 미국에 오기도 어려운 상황이어서 내가 유니폼을 들고 왔다"고 말한 뒤 필라델피아의 홈 유니폼을 입어 보였다.

박찬호는 이때부터 눈물을 보였다. 회견을 중단하고 "왜 갑자기 눈물이…"라며 당황해했다. 국가대표 은퇴를 알리는 자리가 스스로 만든 입단식이라는 사실이 설명하기 힘든 회한을 만들어냈다.

그는 "한국에서 유니폼을 입고 회견을 하기는 처음이다. 이렇게 해보니까 좋다"며 애써 웃어보였다.

박찬호는 자신의 선택을 이해해 달라는 메시지를 반복해서 전달했다. 필라델피아에서 입지가 확실하지 않다는 점 계약 기간이 1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WBC와 소속팀에서 모두 잘 하기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며 "팬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내 상황을 설명해야 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박찬호는 며칠 전까지 WBC 참가 문제로 고민했다. 필라델피아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 해도 선발을 '보장'받을 수는 없기에 고국의 부름에 응해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박찬호는 "절제가 필요했다. 내 나이도 있고 더 이상 대표팀에서 뛰는 건 어렵다고 느꼈다. 소속팀에서 선발 경쟁을 벌이고 최선을 다해 던지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마지막까지 '조국'을 놓지 않았다. 일본 미야자키의 두산 캠프에는 예정대로 합류할 예정이다. 또 마지막 선수생활은 한국에서 하고 싶다는 뜻도 재차 강조했다.

박찬호는 "할 말이 많았는데 다 생각나지 않는다"며 아쉬운 듯 기자회견을 마쳤다. 말로는 형언하기 어려운 막막한 심정이 눈물까지 만든 것이다.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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