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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오바마 대통령을 기다리는 숫자들

Los Angeles

2009.01.19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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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상혁/JBC중앙방송 편성제작부장
전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는 버락 오바마가 44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했다.

흑인 지도자 마틴 루터 킹을 추모하는 국경일이 바로 다음날 역사적인 미국 최초의 흑인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것이다.

지난주 한 미국 언론에서는 '숫자로 본 대통령 취임식'이라는 재미있는 기사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식을 보기 위해 몰려들 인파가 3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또 300만명의 인파가 워싱턴 DC로 몰리면서 연쇄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파급 숫자들도 열거했다.

퍼레이드의 행사 비용 4000만 달러 전철 지도 200만장 워싱턴 DC소속 경찰 동원 8000명 간이화장실 4100개. 전세 버스 1000대.

기사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부시 대통령 취임식 당시 인파가 50만명에 그쳤다는 대조적인 숫자도 덧붙였다. 오바마 취임식의 그 역사적 상징성을 역설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취임식 행사와 관련된 숫자들은 대부분 '사상 최고 사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그 만큼 이번 취임식와 동시에 앞으로 새로운 시작에 기대를 거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취임식이 끝난 다음 현실에선 '사상 최저 사상 최악'의 수식이 붙는 숫자들이 오바마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사상 최저인 0%대로 떨어뜨려 놓은 금리는 어떻게 처리할 것일지가 문제다. 금리 조작을 통한 통화정책은 이제 더 이상 빼쓸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실업률도 문제다. 2009년 들어 처음으로 발표된 실업률 숫자는 7.1%였다. 40년만에 최악으로 기록된 실업률을 어떻게 개선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경기 침체에 묻혀 지금은 완전히 잊혀져 있지만 물가상승률도 그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 지난주 월스트리트 저널의 한 구석에 실린 칼럼에서는 "경기 부양에만 정신이 팔려있지만 인플레이션의 공포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고 경고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지출에다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가 채권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있다. 또 사상 최저로 떨어진 이자 덕분에 은행간 대출도 서서히 꿈틀거리고 있다. 결국 마지막에는 인플레이션으로 터져 버블이 최종 조정된다는 주장도 있다.

또 7000억달러 구제금융의 예산 중 미집행된 3500억 달러의 사용처가 긴급히 결정돼야 한다.

경기부양책에 쓸 정부 지출예산도 결정해야 되는데 현재 8250억 달러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다한 재정지출에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지만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3%의 응답자가 찬성하고 있어 경기부양책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금환급이나 공공정책에 배정될 금액의 숫자는 여전히 워싱턴에서 논쟁거리가 될 전망이다.

실업률 금리 재정지출 물가상승률 등 이 모든 숫자들이 오바마에게 수시로 힘든 결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만족할 만한 숫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현재 71%인 오바마의 지지율도 추락하고 정치사회적으로도 큰 혼란이 예상된다.

오바마에게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선택 숫자는 '4'이다. 4년동안 온통 숫자로 점철될 오바마 대통령이 2013년 당당히 연임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문제를 아무쪼록 지혜롭게 해결하기 바란다.

오바마 대통령이 대공황 이후 사상 최악으로 평가되는 이 고비를 극복한다면 이번 취임식 행사가 역사적이었던 만큼 그 평가도 역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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