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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첼로 소리, 피를 위로하다

Los Angeles

2009.01.26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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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5월 27일 유고슬라비아 사라예보. 몇 달 째 계속되는 세르비아계 민병대들의 위협을 피해 한 빵가게 앞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문학동네



하지만 빵을 사러 몰려든 시민들에겐 포탄이 날아오고 그 자리에서 22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빵을 생각하며 희망에 부푼 사람들이 순식간에 피바다로 변한 거리에 그 다음날 한 사람의 첼리스트가 찾아온다. 사라예보 심포니 수석 첼리스트인 그는 그 날 죽은 사람들을 기리며 22일 동안 매일 포탄이 떨어진 자리에 앉아 알바노니의 '아다지오 G단조'를 연주한다.

저격수들의 총탄이 날아가고 전쟁의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에 사람들이 연주를 듣기 위해 서서히 모이고 전쟁을 수행하던 보스니아와 세르비아측에게 그는 문제의 인물이 된다.

보스니아측에서는 여자 저격수 '애로(Arrow)'에게 그를 보호하라는 임무를 맡기고 그녀는 첼리스트의 생명을 지킴과 동시에 세르비아 저격수 사살을 노린다.

그러나 애로는 적군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로 첼리스트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한 인간임을 깨닫고 지금까지의 믿음에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소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소설이다. 저자 스티븐 갤러웨이는 뉴욕 타임스 매거진에 실린 첼리스트 '베드란 스마일로비치'에 관한 이야기를 접하고 그를 소설의 주인공으로 끌어낸다.

실제로 스마일로비치는 사라예보에서 첼로를 연주한 후에도 여러 곳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했다.

갤러웨이는 여기에 라디오 방송을 통해 접한 사라예보의 여성 저격수 스트리옐라(슬라브어로 화살이란 뜻)를 22살의 앳된 처녀 '애로'로 재창조해 스마일로비치로부터 영감을 받은 캐릭터 '첼리스트' 반대편에 배치했다.

"인간의 문명은 건축물처럼 한번 쌓아올렸다고 해서 계속 그대로 보존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재창조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사라져버릴 수 있습니다."

소설을 빌려 말한 것처럼 인간이 이룩한 것을 한순간에 무너뜨리는 전쟁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서 투쟁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신문으로만 접했던 이국땅의 피냄새 나는 전쟁의 비극을 보여주되 이를 치유하는 음악의 힘을 그려내고 있다.

갤러웨이는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과 인터뷰 자료 조사를 더해 생생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16년 전 유고슬라비아의 비극을 펜 끝으로 살려냈다.

주인공들과의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행동과 심리를 숨 가쁘게 쫓는 문장은 눈 앞에 전쟁의 모습을 생중계하는 듯하며 철학적이면서도 지적으로 문학적 성취를 이루고 있다.

1992년에서 1995년에 걸친 보스니아 내전의 참상과 전쟁의 의미 휴머니티를 제공하는 소설은 지난해 출간과 동시에 20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갔으며 영화화될 예정이다.

2000년 첫소설 '피니 월시'로 캐나다 아마존의 '캐나다 첫소설 상' 두 번째 소설 '상승'으로 윌슨 소설상 후보에 오른 갤러웨이의 세 번째 작품인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영국 '가디언'지로부터 '장인의 작품'이란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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