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를 찾아서] 존 웨인 주연 '재난 영화의 원조'
Los Angeles
2009.01.29 15:36
비상착륙(The High and the Mighty)
영화는 종종 현실보다 더 실감나게 그려지기도 하고 현실 또한 영화보다 더 극적인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허드슨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비행기 불시착 사고가 년초부터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155명이 탄 거대 항공기가 새떼라는 미약한 존재로 인해 엔진의 추진력을 상실하고 뛰어난 기장 조종술과 침착한 승객들의 대처로 단 한명의 사망자도 없이 안착했다니 그야말로 영화보다도 더 극적이다.
항공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박감은 다른 어떤 배경보다 극적이어서 자주 영화의 소재로 쓰여지곤 한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항공기에서 탈출하거나 도망칠 방법이 전혀 없으니 말이다.
조금만 영웅처럼 행세하는 사람에게는 여지없이 '존 웨인 흉내내지 말라'고 할 정도로 존 웨인은 미국 고전 영화의 대표자 중의 하나로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주연해 1954년 개봉된 '비상 착륙'(The High and the Mighty)은 감독 여우조연 편집 음악 등 그 해의 아카데미상 5개 부문 후보에 지명돼 음악상을 수상한 명작이다.
웨인이 공동설립한 영화사가 홍수로 인해 침수되면서 네거티브 필름이 젖는 사고가 발생하자 웨인의 아들인 마이클 웨인부부에 의해 십수년에 걸쳐 디지털 방식으로 복원됐다. 그의 탄생 100주년을 맞은 작년에는 특별상영회를 열기도 했다.
과거 비극적인 사고로 인해 괴로워하며 조종을 멀리했던 베테랑 조종사 댄 로만(존 웨인)은 다시 비행기 조종에 임하게 되는데 호놀룰루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의 태평양을 비행하는 비행기의 부기장이다.
이 비행기에는 제각기 인생의 고민을 대변하는 여러 인간 군상들이 탑승하고 있는데 비행기의 회항기점을 통과하는 순간 승객간의 말다툼으로 권총이 발사된다. 이로 인해 연료탱크가 파열되고 엔진이 고장을 일으키면서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 순간부터 승객들과 승무원들은 그간의 갈등과 고민을 잊고 한마음이 되어 위기에 맞선다.
요즘 하늘에서 펼쳐지는 재난영화의 원조격인 작품으로 꼽힌다.
백종춘 기자 [email protected]
# 080925_테마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