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순한' 메뚜기···'광폭한' 메뚜기떼
Los Angeles
2009.02.11 20:21
기분을 좌우하는 물질, 특정 조건서 3배 급증
평소 단독생활을 하며 순하기만 하던 메뚜기들이 무리를 이루면 논밭과 숲을 폐허로 만들 정도로 맹렬한 공격성을 갖게 되는 이유가 밝혀졌다.
영국과 호주 과학자들은 사람의 기분을 좌우하는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이 메뚜기들의 잠자던 공격성을 깨워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전혀 다른 성격으로 만든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사이언스지 최신호에 발표했다.
뇌에서 분비되는 세로토닌은 기분과 성욕 식욕 수면 기억과 학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정 조건에서는 메뚜기들의 세로토닌 분비량이 3배로 늘어나 갑자기 무리를 짓게 된다는 것이다.
메뚜기들은 가뭄으로 먹이가 줄어드는 등 한 곳에 몰려야 하는 상황이 오면 세로토닌을 평소보다 많이 분비하며 다른 메뚜기들의 존재를 시각과 후각 및 촉각으로 감지하면 자극을 받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홀로 지내는 메뚜기들에게 세로토닌을 주입하자 이들은 무리를 지었고 세로토닌 차단제를 투여한 메뚜기들에 무리짓는 상황을 조성해 주어도 무리를 짓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무리를 지은 메뚜기떼는 맹렬한 공격성을 갖게 되며 지구 면적의 20%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 해 호주에는 길이 6㎞의 메뚜기떼가 등장했고 아프리카와 아시아 미국 서부 지역에서도 메뚜기들이 맹위를 떨쳤다.
연구진은 "세로토닌은 사람의 행동과 상호작용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면서 "평소 순하던 메뚜기가 무리를 지어 공격하는 원인이 세로토닌에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 연구 결과에 따라 메뚜기가 무리를 짓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과학시리즈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