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톨릭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고비마다 국가 원로로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 온 김수환 추기경이 지난 16일 선종했다. 김 추기경을 마지막으로 보기 위해 명동성당에는 3시간 이상을 기다리는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간의 정신세계를 다루는 종교는 영화에서도 여러 모습으로 투영된다. 세계적인 기호학자이자 문화평론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원작소설을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영화화한 '장미의 이름'은 가톨릭신자가 아닌 이들에게는 단편적이나마 수도원의 이모저모를 살펴 볼 수 있게 한다.
스릴러라는 형식의 특성상 다소 비현실적인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세 수도원을 둘러싼 추악한 모습과 음모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어두운 분위기와 함께 무척 흥미롭다. 앳된 모습의 크리스찬 슬레이트를 볼 수있다.
1327년 이탈리아 북부의 한 베네딕트 교단의 수도원에서 그림그리는 수사 아델모가 시체로 발견된다. 이때 이 수도원에 프란체스코 교단 수도사인 바스커빌의 윌리엄이 그의 제자 아드소를 이끌고 나타난다.
윌리엄은 날카로운 관찰력과 직관을 가진 명석한 수도사이며 당대의 유명한 철학자 로저 베이컨의 제자였다. 윌리엄은 당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던 황제측과 교황측의 회담을 중재하기 위해 이 수도원에 파견되었지만 수도원장의 부탁에 따라 수사를 시작한다.
그러나 일곱 천사가 한 명씩 나팔을 불때마다 지상에서 재앙이 벌어지며 천사들이 나팔을 다 불게 되면 적 그리스도가 출현하고 세계 종말의 날이 도래한다는 요한 계시록의 예언을 본딴 연쇄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희생자들은 각자 예언의 재앙을 상징하고 있었던 것이다.
수도원이 술렁거리고 윌리엄과 아드소는 범인의 실마리를 찾아 동분서주하는데 교황이 파견한 베르나르 귀가 도착하면서 일은 더 복잡해진다. 한편 아드소는 수도원 안에서 이 마을의 여자 하나와 같이 밤을 보내게 되고 죄책감과 사랑 사이에서 괴로워하는데 그 여자는 베르나르에 의해 마녀로 몰려 화형당할 처지가 된다.
베르나르 귀의 마녀 사냥이 끝난 다음에도 수도사 한명이 더 살해당한다. 범인의 정체는 아직도 오리무중. 이대로 사건은 미궁에 묻힐 것인가? 윌리엄 수도사는 비밀에 싸인 장서관을 응시한다. 광신의 정체 모든 해답이 거기에 있었다. 그리고 범인도 그곳에서 윌리엄을 기다리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