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중앙일보

광고닫기

[지혜의 향기] 코카콜라 보살님

Los Angeles

2009.03.24 15: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이원익/제불련 이사
태고사를 지으신 무량 스님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 때 무량 스님을 도와 태고사를 짓는 일을 하던 미국인이 있었다. 이 분은 갖가지 공사일을 할 줄 아는 핸디맨이면서 골프 선수였는데 성적은 신통찮아서 대회 참가비도 잘 못 건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스님과 함께 여러 날 동안 땅파기 돌쌓기 배관 목공 등 잡다한 일들을 닥치는 대로 하면서 시합을 기다렸는데 날짜가 다가오자 점차 초조함을 견딜 수 없게 되었다.

이를 본 스님이 늘 관세음보살을 염하라고 권하였고 이를 따라 계속해 보니 과연 마음이 차차 안정되고 하던 일도 다시 손에 제대로 잡히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번 시합은 안정 속에서 좀 더 나은 성적을 올릴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였다.

그런데 무슨 영문일까? 막상 차를 몰고 시합장으로 가는 도중에 갑자기 관세음보살이라는 명호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이건가 저건가 아무리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보고 생각을 굴려 봐도 도무지 잡히지가 않고 입 안에서만 뱅뱅 돌 뿐이었다.

이것 참 큰일이구나 하고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데 문득 코카콜라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닌 것은 알겠지만 상당히 비슷한 것도 같아서 꿩 대신 닭이라고 에라 모르겠다 코카콜라라도 염송하자고 그 순간부터 마음 속으로 줄곧 코카콜라만 열심히 불렀다고 한다. 마음이 곧바로 평정을 되찾았음은 물론이요 근래에 보기 드문 성적을 올려 얼마간의 상금도 탔다던가.

사실 우리가 관세음보살 또는 관음보살님이라고 부르는 이 분은 그 이름이나 부르는 소리도 만들어 놓은 형상도 시대나 나라에 따라 갖가지이다. 중국에서는 콴인이며 일본 발음으로는 캉옹이다.

일본 카메라인 캐논이 본래 관음에서 따온 말이라는 것을 아시는가? 범어로는 아발로키테슈바라 보디사트바인데 중국에서 그 뜻과 소리를 한자로 옮겨 관세음보살 또는 관자재보살이 되었다.

세상의 온갖 괴로운 소리를 다 굽어 살피시는 보살님 지극한 마음으로 부르면 그 목소리 가운데 나타나 고난에서 구해주시는 거룩하신 보살님이시다.

화려함 속의 외로움 가족도 없이 떠돌아다니는 어제의 외톨이 핸디맨이 알록달록 근심걱정 하나 없어 뵈는 군중의 주시 속에 외로이 버티고 서서 당신을 간절히 부르고 있는 파란 잔디밭. 어찌 굽어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관세음보살님은 언제 이 세상에 왔다 가신 분일까? 부처님의 십대제자에도 그런 이름은 없던데?

없을 수밖에 없다. 그 분은 역사상의 또 다른 인물이 아니라 우리 신앙의 대상인 부처님 자신이며 분신이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님이 구제의 화신이라면 아미타 부처님은 내세에 우리를 서방정토로 인도하시는 화신이며 미륵보살님은 훗날 이 세상에 재림하시는 화신 지장보살님은 우리를 대신해 지금도 지옥 고통을 스스로 받고 계시는 부처님의 화신이다.

분업이요 역할 분담이다. 이렇듯 여럿이 하나이고 하나가 여럿인 부처님의 화신들에 대해 아신다면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느니 자력신앙일 뿐이라느니 다신교에다 우상숭배라느니 하는 설익은 언사를 함부로 내뱉기가 부끄러울 것이다.

그렇다면 관세음보살님은 언제 어떻게 우리를 건져 주시는가? 아무 조건도 없다. 누구든 현재 처한 그 자리에서 한 생각으로 간절히 그 분을 부르기만 하면 된다. 설사 일시적으로 그 이름이 헷갈려 코카콜라 보살님이 될지라도.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