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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 칼럼] 예수는 마를수록 좋네!

Los Angeles

2009.03.31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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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환 목사/LA연합감리교회
작년 이 맘 때쯤 어떤 장로님 내외 분의 초청으로 '수정교회'(Cristal Cathedral)에서 하는 부활절 연극 'The Glory of Easter'를 관람하러 갔었습니다. 잘 짜여진 이야기 구성과 속도감 있는 진행 방식이 돋보이는 연극이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독창을 부르는 솔로들의 풍부한 성량(Volume of Voice)도 좋았고 길게 길게 잘 빠진 무용수들의 춤 솜씨도 일색이었습니다. 모두가 이 분야에 전문가들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연극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인물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헤롯'이었고 또 다른 사람은 '빌라도'였습니다. 모두가 뚱뚱했습니다. 제 기억에 가장 뚱뚱한 순으로 악역을 맡긴 것 같습니다.

예전에 어느 미국 교회에서 큰 규모의 부활절 연극을 하는데 예수님의 역을 맡은 사람이 한 몸집 하는 분이었습니다. 워낙 노래도 잘하고 목소리가 좋아서 그런대로 봐 줄만 했는데 마지막 장면에서 십자가에 달릴 때 엄청나게 우람한 배(?)가 흘러 내리는 바람에 근엄해야 할 순간이 한편의 희곡으로 바뀌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수정교회에서 했던 연극에서는 뚱뚱한 빌라도와 헤롯의 모습이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들이 뚱뚱하면 할수록 그들의 탐욕스럽고 퇴폐적인 모습이 잘 묻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매력적인 여배우들을 품에 안고 희희낙락하는 헤롯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습니다. "원래 저런 사람아냐?"하는 소리가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왔습니다.

문득 제 자신을 되돌아 보았습니다. LA로 부임해오면서 체중이 참 많이 불어 났습니다. 주변의 지인들과 성도님들의 사랑을 무차별하게(?) 즐긴 결과입니다. 훗날 이 LA 지역의 목사님들로 구성된 연극팀을 만들게 된다면 "나는 무슨 역이 어울릴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빌라도'나 '헤롯'일 수 밖에 없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었습니다.

뚱뚱하면 천사도 될 수 없습니다. 와이어에 매달릴 수도 없을 테니 말입니다. 중간중간에 말을 타고 등장하는 로마 병사들은 모두 마른 사람들이었습니다. 뚱뚱한 사람들은 밑에서 칼과 창을 들고 걸어 다녔습니다. "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본능적으로 들었습니다.

중세 시대에 수도사들에게 여러가지 죄의 덕목이 있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살이 찌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어야 할 음식을 혼자서 다 먹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연극의 마지막 부분에서 예수님이 상의가 벗겨진 채 채찍에 맞는데 앙상하게 마른 모습이 예수님의 역할에 잘 어울렸습니다.

"그래 예수는 마를수록 좋네!"

운동도 열심히 하고 몸도 잘 가꾸고 매사에 절제하는 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신경써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부활절 연극에는 어떤 인물들이 배역을 맡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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