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자켓의 주인공은 타이거도 미클슨도 아니었다. 앙헬 카브레라(39)가 연장 접전 끝에 제73회 매스터스를 제패하는 감격을 누렸다. 아르헨티나인으로는 사상 첫 매스터스 우승이다.
카브레라는 12일 오거스타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에서 케니 페리(48) 채드 캠벨(34)과 12언더파 276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페리를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2007년 US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PGA투어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서 따내는 진기록도 세웠다.
앤서니 김(23)은 2언더파를 쳐 합계 2오버파로 북아일랜드의 영스타 로리 매킬로이(19) 지난해 매스터스 우승자 트레버 이멜만(남아공)과 함께 공동 19위로 마감했다.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의 41년 맺힌 한을 풀어줬다. 지난 1968년.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골퍼 로베르토 드 비첸조가 매스터스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당시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내는 바람에 연장전에 돌입하지 못하는 큰 아픔을 맛봤다. 그 때 아픔을 아직도 못 잊는다는 드 비첸조는 2년 전 카브레라가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당시 그에게 그린 자켓 사진을 보여주면서 "꼭 매스터스에서 우승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카브레라는 경기 내내 침착한 플레이로 대선배의 꿈을 대신 이뤄냈다. 18번홀(파4)에서 속개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캠벨이 보기로 물러나고 장소를 옮겨 10번홀(파4)에서 펼쳐진 두 번째 대결에서 카브레라는 두 번째 샷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퍼트로 마무리했다.
반면 2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연장전으로 끌려들어간 페리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으로 빗겨가고 칩샷마저 핀에서 멀리 떨어져 48세8개월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려던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카브레라가 아르헨티나의 매스터스 악몽을 떨쳐낸 반면 페리는 12년만에 악몽이 되살아나는 대조를 보였다.
마지막 두 홀서 보기-보기를 범해 연장으로 끌려들어간 뒤 고개를 숙였다. 페리는 지난해 매스터스 이후 4승으로 가장 많은 우승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17 18번홀서 연속 보기를 범한 게 뼈아팠다. 페리는 지난 1996년 고향 켄터키주에서 열렸던 PGA 챔피언십에서도 72번째홀에서 보기를 범해 연장에 끌려들어간 뒤 마크 브룩스에 패했다.
페리는 "내게 두 번 다시 (매스터스 우승)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즐거웠다. 이길 수 있었지만 결국 졌다. 앙헬이 끝까지 잘 견뎠다. 그가 자랑스럽다"며 아쉬움을 달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