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권에 못미쳤지만 한인 골퍼 앤서니 김은 매스터스 2라운드에서 진기록을 세웠다. 2라운드서 무려 11개의 버디를 잡아내 '무서운 영건'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매스터스가 열리는 동안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엔 앤서니 김의 부모인 김성중(66)-최미령(57) 부부가 내내 아들의 라운딩을 함께 하며 응원해 눈길을 끌었다. 앤서니 김이 있기까지 김씨 내외의 사랑과 스파르타식 훈련도 다시 한 번 화제가 됐다. 지난 70년대 미국으로 이민 온 김씨 부부에게 1985년 태어난 앤서니는 늦둥이 막내였다. 젖먹이 시절에는 우유병을 물고 아버지가 정원에서 칩샷 연습을 하는걸 지켜보고 거실에서는 PGA 비디오를 옆에서 함께 시청하며 자랐다. 생후 30개월때는 기저귀를 찬 채 스윙연습을 시작했는데 힘이 없어 골프채가 등에 맞자 스펀지를 등에 대주기까지 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전문 코치의 지도를 받으며 본격적으로 기량을 연마한 앤서니는 중학교 2학년때 PGA 주니어시리즈(13~17세 부문)에서 처음 우승컵을 안은 이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우승 트로피를 가져왔다. 하지만 김씨는 아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도록 우승을 하더라도 성에 차지 않은 듯 웃음을 짓지 않았고 오버파 성적으로 우승한 트로피는 쓰레기통에 던질 정도로 엄하게 대했다. 또 중고교 시절에는 아침부터 달리기 등 체력훈련과 스윙연습 등을 시키고 감기에 걸려도 훈련을 거르지 않는 등 스파르타식 강훈을 계속했다. 13살 때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대회에서 골프채를 매고 40℃를 웃도는 폭염 속에 경기하다 더위를 견디지 못해 토할 정도가 되어 포기 의사를 내비쳤으나 "여기서 포기하면 골프는 취미로 남을 것이고 100타를 넘게 쳐도 경기를 마치면 골프를 계속할 것"이란 어머니의 말에 마음을 돌리고 몇차례 더 토하면서도 3라운드를 모두 끝냈다. 이때 자신이 골프를 떠나서는 살 수가 없음을 절감했다고 앤서니는 회고했다. 앤서니는 최근 인터뷰에서 "지기 싫어하는 아버지의 성격에서 나의 승부근성을 물려받은 것 같다"면서 "동시에 요즘 들어서는 차분한 어머님의 성격이 내 골프에 많이 묻어나온다"며 부모님이 계셨기에 오늘의 내가 있다며 감사의 마음을 털어놓은 바 있다.
2009.04.12. 19:59
이번 매스터스 내내 앙헬 카브레라는 껌을 씹었다. 2007년 US오픈 당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경기 도중 담배를 핀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던 카브레라는 원래 '골초'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열흘 동안 앓아 누운 이후 담배를 딱 끊었다고 한다. 이제는 수십년 이상 피웠던 말보로 담배 대신 골프백에 껌을 넣고 다닌다. 카브레라는 "금연 이후 코스에서 더욱 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PGA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매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궈냈다. 카브레라는 지난 2007년 US 오픈 때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챔프 자리에 올라서며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우승으로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원래 카브레라는 선수가 아닌 캐디로 골프계에 발을 들였다. 15세 때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적인 프로 골퍼 에두아르도 로메로가 헤드 프로로 일하던 골프장 캐디로 취직하면서 골프에 입문했다. 로메로에게 본격적인 레슨을 받은 카브레라는 20세에 프로로 전향 유럽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오픈 우승 2005년 BMW챔피언십 우승 등 유럽투어에선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US오픈 우승 전까지 PGA 투어에선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매스터스 이전까지 통산 113개 대회에 출전해 US 오픈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14차례 톱25에 43차례 진입했을 뿐이었다. US오픈 우승 이후에도 별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골프 관계자들이 그의 US오픈 우승을 두고 '반짝 우승'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메이저 대회서 정상에 우뚝서며 요행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카브레라는 드라이브 비거리가 PGA 투어 3위인 308야드에 이르며 정교한 아이언샷이 장기다. 특히 승부처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로 유명하다. 앙헬 카브레라 인터뷰 -최종일 내내 별로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 "맞다. 오늘 경기가 잘 풀렸고 자신 있었다. 순간순간을 즐겼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클슨이 무섭게 추격했는 데. "여긴 매스터스다. 버디를 많이 잡을 수 있지만 보기도 많이 범할 수 있다. 기적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 누구든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년 전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줄곧 조용하다 갑자기 또 메이저 대회서 우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 대한 준비를 잘한 것 같다. US오픈 우승을 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 예전에 아르헨티나 선수가 매스터스 우승을 아깝게 놓친 적이 있는 데. "로베르토 드 빈첸조는 운이 좋지 못했다. 그 때 상황을 내가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나의 우승이 아르헨티나의 골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으면 한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때 무슨 생각을 했나. "무조건 퍼트를 잘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긴장되지 않았나? "그런 무대에서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고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 원용석 기자
2009.04.12. 19:56
타이거 우즈와 필 미클슨. PGA투어의 두 '거성'은 매스터스 최종일 갤러리들에게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두 선수 모두 선두와 7타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맞이해 우승은 머나먼 얘기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들은 나란히 '폭풍샷'을 휘두르며 멋진 추격전을 펼쳤다. 이들이 매스터스 최종일에 페어링된 것은 지난 2001년 때 이후 8년만. 당시 우즈가 우승을 차지하며 4대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이른바 '타이거 슬램'을 달성했다. 당시에도 별로 친하지 않았던 이들은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라운딩에 앞서 악수를 나누는 동안에도 '냉기'가 흘렀다. 먼저 치고 나간 건 미클슨이었다. 이번 대회서 가장 쉽다는 2번과 3번홀서 거푸 버디를 잡은 그는 5번홀서도 12피트 버디퍼트를 떨구며 우즈의 전매특허인 '피스트 펌프'를 두 차례 선보였다. 전반 9홀에서만 6언더파 30타를 기록하며 오거스타 골프장을 뜨겁게 달궜다. 매스터스에서 전반홀 30타는 지난 1975년 자니 밀러 1988년 그렉 노먼 그리고 2004년 최경주 이후 역대 4번째였다. 미클슨이 후반으로 턴할 때 그의 성적은 10언더파. 리더 케니 페리와 불과 1타차여서 해볼만했다. 우즈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2번홀 버디에 이어 8번(파5)홀에서 이글퍼트를 성공시키며 "예스"를 외친 우즈는 13~16번홀까지 버디 3개를 추가하는 무서운 상승세로 미클슨과 나란히 10언더파를 기록했다. 아쉽게도 두 선수의 추격전은 거기까지였다. 뒷심 강하기로 유명한 우즈는 이번 대회들어 한 번도 보기를 허용치 않던 17번홀서 샷이 흔들려 보기를 범하더니 18번홀 마저 보기를 적어내며 주저앉았다. 전반에 '베스트'를 보여준 미클슨도 후반들어 '워스트'로 무너졌다. 12번홀서 9번 아이언을 잡고 스리쿼터 스윙을 하다 더블보기를 범했다. 13번홀(파)서는 세컨샷을 홀컵 7피트에 붙이며 이글 기회를 잡아 더블보기 실수를 만회하는 듯 했지만 퍼팅이 말썽을 부려 버디에 만족해야 했다. 15번홀서 다시 버디를 추가한 미클슨은 18번홀서 보기를 범하면서 대역전의 꿈을 접었다. 우즈는 매스터스 '파5'홀에서만 통산 100언더파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지독한 징크스도 이어갔다. 우즈는 메이저 대회서 54홀까지 선두로 올라서지 못했을 때 역전 우승에 성공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모 저모 ○…이번 매스터스에서 진기록들이 쏟아져나왔다. 앤서니 김이 2라운드에서 버디 11개를 잡으며 한 라운드 최다 버디 기록을 세웠고 또 연장전에서 아깝게 우승을 놓친 케니 페리는 1라운드에서 첫 6개 홀에서 버디 4개를 잡는 진기록도 세웠다. ○…파드리그 해링턴(아일랜드)의 메이저 대회 3연승이 좌절됐다. 지난해 브리티시 오픈과 PGA 챔피언십에서 잇따라 우승을 차지했던 해링턴은 이날 1오버파에 그쳐 합계 이븐파 공동 34위에 머물렀다. 원용석 기자
2009.04.12. 19:48
그린 자켓의 주인공은 타이거도 미클슨도 아니었다. 앙헬 카브레라(39)가 연장 접전 끝에 제73회 매스터스를 제패하는 감격을 누렸다. 아르헨티나인으로는 사상 첫 매스터스 우승이다. 카브레라는 12일 오거스타 골프장(파72.7435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에서 케니 페리(48) 채드 캠벨(34)과 12언더파 276타로 동타를 이룬 뒤 연장 두 번째 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페리를 따돌리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 2007년 US오픈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메이저 우승이다. PGA투어 2승을 모두 메이저 대회서 따내는 진기록도 세웠다. 앤서니 김(23)은 2언더파를 쳐 합계 2오버파로 북아일랜드의 영스타 로리 매킬로이(19) 지난해 매스터스 우승자 트레버 이멜만(남아공)과 함께 공동 19위로 마감했다.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의 41년 맺힌 한을 풀어줬다. 지난 1968년.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골퍼 로베르토 드 비첸조가 매스터스 우승을 눈앞에 뒀지만 당시 스코어카드를 잘못 적어내는 바람에 연장전에 돌입하지 못하는 큰 아픔을 맛봤다. 그 때 아픔을 아직도 못 잊는다는 드 비첸조는 2년 전 카브레라가 US오픈에서 우승했을 당시 그에게 그린 자켓 사진을 보여주면서 "꼭 매스터스에서 우승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카브레라는 경기 내내 침착한 플레이로 대선배의 꿈을 대신 이뤄냈다. 18번홀(파4)에서 속개된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캠벨이 보기로 물러나고 장소를 옮겨 10번홀(파4)에서 펼쳐진 두 번째 대결에서 카브레라는 두 번째 샷만에 볼을 그린 위에 올린 뒤 2퍼트로 마무리했다. 반면 2타차 리드를 지키지 못해 연장전으로 끌려들어간 페리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으로 빗겨가고 칩샷마저 핀에서 멀리 떨어져 48세8개월의 나이로 메이저 대회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우려던 꿈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카브레라가 아르헨티나의 매스터스 악몽을 떨쳐낸 반면 페리는 12년만에 악몽이 되살아나는 대조를 보였다. 마지막 두 홀서 보기-보기를 범해 연장으로 끌려들어간 뒤 고개를 숙였다. 페리는 지난해 매스터스 이후 4승으로 가장 많은 우승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했지만 17 18번홀서 연속 보기를 범한 게 뼈아팠다. 페리는 지난 1996년 고향 켄터키주에서 열렸던 PGA 챔피언십에서도 72번째홀에서 보기를 범해 연장에 끌려들어간 뒤 마크 브룩스에 패했다. 페리는 "내게 두 번 다시 (매스터스 우승) 기회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즐거웠다. 이길 수 있었지만 결국 졌다. 앙헬이 끝까지 잘 견뎠다. 그가 자랑스럽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원용석 기자
2009.04.12.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