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매스터스 내내 앙헬 카브레라는 껌을 씹었다. 2007년 US오픈 당시 스트레스를 감당하지 못해 경기 도중 담배를 핀 장면이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던 카브레라는 원래 '골초'로 유명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열흘 동안 앓아 누운 이후 담배를 딱 끊었다고 한다.
이제는 수십년 이상 피웠던 말보로 담배 대신 골프백에 껌을 넣고 다닌다. 카브레라는 "금연 이후 코스에서 더욱 강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PGA 스타 선수들을 제치고 매스터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을 일궈냈다.
카브레라는 지난 2007년 US 오픈 때 타이거 우즈를 물리치고 챔프 자리에 올라서며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우승으로 카브레라는 아르헨티나의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원래 카브레라는 선수가 아닌 캐디로 골프계에 발을 들였다. 15세 때 아르헨티나가 낳은 세계적인 프로 골퍼 에두아르도 로메로가 헤드 프로로 일하던 골프장 캐디로 취직하면서 골프에 입문했다. 로메로에게 본격적인 레슨을 받은 카브레라는 20세에 프로로 전향 유럽투어에서 뛰기 시작했다.
2001년 아르헨티나 오픈 우승 2005년 BMW챔피언십 우승 등 유럽투어에선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US오픈 우승 전까지 PGA 투어에선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번 매스터스 이전까지 통산 113개 대회에 출전해 US 오픈 우승을 포함해 톱10에 14차례 톱25에 43차례 진입했을 뿐이었다. US오픈 우승 이후에도 별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골프 관계자들이 그의 US오픈 우승을 두고 '반짝 우승'이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다시 메이저 대회서 정상에 우뚝서며 요행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카브레라는 드라이브 비거리가 PGA 투어 3위인 308야드에 이르며 정교한 아이언샷이 장기다. 특히 승부처에서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기로 유명하다.
앙헬 카브레라 인터뷰
-최종일 내내 별로 긴장하지 않은 것 같다.
"맞다. 오늘 경기가 잘 풀렸고 자신 있었다. 순간순간을 즐겼다."
-타이거 우즈와 필 미클슨이 무섭게 추격했는 데.
"여긴 매스터스다. 버디를 많이 잡을 수 있지만 보기도 많이 범할 수 있다. 기적적인 일들이 많이 일어나 누구든 우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몇년 전 US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줄곧 조용하다 갑자기 또 메이저 대회서 우승을 거뒀다.
"이번 대회에 대한 준비를 잘한 것 같다. US오픈 우승을 했을 때는 솔직히 조금 놀랐다. 하지만 이번 우승은 준비를 잘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아르헨티나는 지금 어떤 반응을 보일 것 같나. 예전에 아르헨티나 선수가 매스터스 우승을 아깝게 놓친 적이 있는 데.
"로베르토 드 빈첸조는 운이 좋지 못했다. 그 때 상황을 내가 바꿀 수는 없는 법이다. 나의 우승이 아르헨티나의 골프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으면 한다."
-플레이오프에 들어갈 때 무슨 생각을 했나.
"무조건 퍼트를 잘해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긴장되지 않았나?
"그런 무대에서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그건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는 아니었고 쉽게 쉽게 경기를 풀어가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