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우주정거장 '화장실 냉전'
Los Angeles
2009.04.15 21:22
점점 상업성 띠게 되자 러시아 '자국 것 써라'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화장실 등 시설 이용 문제로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마치 옛날 냉전 시대를 방불케 하는 냉랭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BBC 뉴스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러시아 우주인 겐나디 파달카(50)는 최근 승무원들이 각자 `국적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는 새 규정에 따라 불편을 겪고 있다고 러시아의 노바야 가제타지에 털어 놓았다.
ISS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국적을 초월해 승무원들이 음식과 시설을 공유하는 화기애애한 공간이었는데 2003년 이후 우주선 발사가 점점 상업성을 띠게 되면서 이런 규정이 생겨 승무원들의 사기가 낮아지고 있다고 파달카는 토로했다.
러시아는 2003년부터 자국 우주선을 이용한 미국 우주인들의 ISS 파견에 탑승료를 받기 시작했다.
1998년부터 두 차례 ISS에 파견됐고 차기 선장으로 내정돼 있는 파달카는 이제 "미국측 화장실도 미국측 운동기구도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면서 "이런 일이 우리 임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소유스 우주선이 발사되기 전 ISS에서 미국측 운동기구를 사용할 수 있느냐고 당국에 질문해 '그렇다'는 대답을 들었으나 곧 번복됐으며 그 후에도 된다 안 된다가 계속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운동기구와 화장실 뿐 아니라 음식마저도 '자국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새 지침이 내려졌다면서 승무원들은 지상에서 오가는 이런 정치적ㆍ관료적 실랑이에 아직은 초연하다고 밝혔다.
이런 문제는 ISS 시설이 확장돼 상주 승무원 수가 현재의 3명에서 6명으로 늘어나면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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