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수녀원에서 연중 피정 강론을 끝내고 아침 식사를 하는데 그 수녀원의 은인이라는 모 회사의 사장님이 미사를 마치고 식당에 함께 했다. 자연스럽게 식사를 함께 하게 되었는데 그 사장님은 대화가 무르익자 회사의 성공담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저희 회사 성공은 잘 듣는 데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식사 중 그분과 나눈 대화가 지금까지 내 머리에 남아있는 것을 보면 나에게 상당히 인상을 준 내용이었던 모양이다.
어느 날 제가 회사에서 직원들을 모두 모아놓고 이런 훈련을 해보았습니다. 100여명을 둥글게 원을 그려 세워 놓고 제 바로 옆에 있는 직원에게 귀에 대고는 한 마디 했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사람에게 똑같이 귀에 대고 전하라고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100여명의 귀를 통해 저의 지시가 전해졌는데 마지막 사람이 저에게 하는 말은 제가 첫 번째 사람에게 한 말과는 달랐습니다. 저는 직원들에게 화를 내지는 않고 정중하게 듣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일장 훈시를 했습니다.
회사의 지시를 모두 잘 듣고 그대로 해야 일사분란하게 회사가 운영되며 우리 회사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훈시는 이런 식으로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그런데 한 달 후 회사의 실적이 달라졌습니다.
직원들의 근무 태도도 달라졌고 돈도 많이 벌었습니다. 수입이 올랐으니 자연적으로 보너스 액수도 올랐습니다. 모두들 좋아했습니다. 잘 들으니 이런 결과가 난 것입니다.
그분의 경험담이었다. 그리고 그분은 한자의 경청이라는 단어를 열심히 설명했다. '청'자는 마음을 다하여 귀로 듣는다는 뜻인데 귀가 두 번이나 나옵니다.
근성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해 두 귀로 듣는다는 뜻입니다. 옛날 사람들도 듣는 것을 이렇게 강조했다는 뜻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듣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강의실에서도 잘 들어야 한다. 학생이 강의를 잘 듣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자녀들은 부모의 가르침을 잘 들어야 한다.
부모는 사랑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사업가는 사업가대로 선배의 의견을 경청할 때 성공할 수 있을 것이고 인생 연륜이 많은 어른들의 경험담을 듣고 따를 때 자녀 교육이나 부부생활 등에 필요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자녀교육과 이혼 등 가정에 문제가 많은 요즈음 삶의 특별한 지혜는 이론보다는 경험이 더 중요한 교훈이 될 때가 많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잘 들어야 한다. 잘 듣고 따를 때 영성생활에 진보한다. 구체적으로 이번 주일 성경의 가르침이 무엇인지 우선 잘 들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만 성당에 가는 사람일수록 더 잘 들어야 한다.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처럼 잘 듣지 못하면 엉뚱한 곳으로 가게 된다. 엉뚱한 곳이란 멸망이다.
주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이스라엘 사람들은 하느님을 버리고 풍요를 약속했던 바알 신에게 가곤 했다. 그들을 질책한 예언자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계속해서 악행을 저질렀으므로 그들은 벌을 받아 전쟁에 패하고 끌려가고 귀양 가는 수난을 당해야만 했다. 그러므로 성경에는 "들어라 이스라엘아!"(Shema Israel)라고 하면서 듣는 것을 자주 강조하고 있다.
주도적인 사고도 중요하지만 덜 익고 덜 여문 과일이 맛을 못내는 것처럼 덜 된 인간도 듣지 않고 함부로 날뛰다가는 이스라엘 백성의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 090428_종교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