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목회 칼럼] 바보 예수

Los Angeles

2009.04.28 16:06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김세환 목사/LA연합감리교회
"너 바보지?"라고 물었을 때 "그래 나 바보다!"라고 이야기하는 "바보"는 이 세상에 아무도 없습니다. 아무리 바보라도 "나 바보 아냐!"라고 말하면서 실실 웃습니다. 그러나 웃는 모습을 보면 영락없는 바보입니다.

머리 속에 바보의 모습을 떠 올릴 때면 우리는 항상 마음 속에서 '무장해제'를 경험합니다. 바보는 남을 해치거나 괴롭히는 나쁜 마음을 품지 않습니다. 야심 있는 바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과 등을 돌리고 살아갈 자존심도 없습니다. 어느 의사가 글을 쓰면서 "바보들에게는 암(Cancer)이 없다"고 말한 것이 기억납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기억하는 바보들 중에서 정말 '암'에 걸린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바보들의 실없는 웃음은 그들의 마음이 얼마나 세상의 욕심과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메타'입니다.

바보들은 항상 우리에게 파안대소를 선사하는 존재들입니다. 바보들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똑똑하고 냉철하고 날카로운 사람들만이 사는 세상! 그런 곳이 있다면 아마도 그곳이 지옥일 것입니다. 바보들은 긴장과 논리로 찌들린 우리들의 삶에 웃음과 페이소스(pathos)를 선사하는 청량음료 같은 사람들입니다. 저는 주일 저녁에는 어김없이 '개그컨서트'라는 코메디 프로를 봅니다.

너무 저질스럽지도 않고 그렇다고 복잡하지도 않고 편하게 웃을 수 있는 풍자와 시사들이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근심과 걱정을 다 끌어안고 죽지 못해 살아가는 똑똑한 현대인들에게 '행복의 병원균'(Happy Virus)을 선사하는 바보 같은 개그맨들은 어쩌면 '타고난 천재들'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모든 것이 치밀하고 계산적인 '잘난 사람들'보다는 차라리 언제든지 '뻐드렁 웃음'을 터뜨릴 준비가 되어있는 바보들과 함께 살고 싶습니다. 제가 아는 엄청난 바보 한 사람이 있습니다.

자기 밥그릇 하나 챙기지 못하고 평생을 남에게 퍼주다가 십자가 형틀에서 못곳에 찔려 죽은 사람입니다. 우스꽝스럽게도 그의 탄생은 짐승의 밥그릇에서였습니다.

로마 식민지 치하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자들은 몸을 팔고 남자들은 자존심을 팔던 시대였습니다. 정죄 당하기 싫으면 먼저 남을 먼저 정죄하고 고난 받기 싫으면 먼저 남을 괴롭혀야 하는 시대 속에서 그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사람들을 끌어 안았습니다. 그것이 부질없는 짓이라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길을 기쁨으로 걸어 갔습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자신을 배신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들을 위해 '고난의 잔'을 단숨에 들이켰습니다. 세상을 뒤집는 혁명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는 '정치범'이라는 이름으로 처형을 당했습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그 바보는 제자들에게 자신이 다시 살아날 것이라는 소망을 주었습니다. 그는 정말 인류 최고의 바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바보가 세상을 통째로 바꾸었습니다. 각박하고 삭막한 약육강식의 세상을 '사랑방'같은 훈훈한 곳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죽음 같은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변화시켰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자신과 똑같은 바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 분을 따르는 바보들이 있기에 세상은 빛이 나고 짭짤한 맛이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분은 정말 거룩한 바보였습니다. 그러므로 바보가 되십시오! 너무 똑똑 하려고 노력하지 마십시오. 손해도 보십시오. 어떤 때는 기쁨으로 손가락질을 당하십시오. 그 바보가 우리의 주님이심을 믿는다면!?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