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챈 세계 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뉴욕 유엔총회 특별회의에서 "지난달 13일 멕시코에서 발견된 독감 명칭을 '인플루엔자A 또는 H1N1로 바꾼다"고 선언했다. 챈 총장은 "91년전인 1918년 이베리아 반도를 공포에 몰아넣었던 '스페인 독감'과 비슷하다는 징조는 없다"고 확언했다.
미국 역시 초기에는 이웃나라에서 환자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나 현재 눈에 띄게 매스컴의 논조가 톤다운 됐다. 본토에서 사망한 순수 미국인도 한명에 그쳤으며 발병지로 꼽히는 멕시코가 전체 환자의 60%를 기록했다.
"'금'겹살이 똥겹살 됐다"는 우스개소리도 나온다. 돼지고기에 대한 불신과 공포감이 커지며 가격이 폭락하고 중국을 비롯한 전세계 양돈 농가의 고난은 끝없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초기에 언론에서 '돼지독감'으로 표현하고 돼지 그림이 사용되며 오해가 일파만파로 불거졌다.
몇년전 홍콩의 조류 독감(AI)이 한국.미국서 유행할때 인명 피해가 전혀 없었음에도 양국민들이 과민 반응을 보인 적이 있다. 애꿎은 축산농가의 피해는 차치하고라도 닭집주인의 자살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일본은 '홍콩 조류독감'이란 용어로 차별화를 시도 일본.동남아산 닭고기와 구분했다. '일본산 닭고기는 괜찮다'고 홍보한 결과 줄어들었던 소비가 곧 회복되고 나중엔 오히려 값이 뛰는 상황이 됐다.
'신종 플루'가 '돼지 씨'인 것은 맞지만 어떤 과정을 거쳐 재탄생했는지는 아직도 알려지지 않았다. 돼지에서 사람으로 왔다는 증거도 없다. 그렇다고 돼지가 심하게 아픈 것도 아니다. 그러니 돼지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크다.
2003년 중국에서 시작된 사스(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도 처음에는 정체를 몰라서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렸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규명한 끝에 고양이류 야생동물에서 유래한 코로나 바이러스가 족보임을 발견했다. 그래서 공식 명칭도 '차이나 바이러스' '고양이 바이러스'가 아닌 것이다.
코미디 같은 '독침 사건'도 벌어졌다. 신종 플루에 감염된 멕시코 축구 선수가 경기 도중 상대방에게 악의적으로 침을 반복해서 뱉은 것이다.
일본의 '스포츠 닛폰'은 "과달라하라 수비수 엑토르 레이노소가 지난달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와의 조별리그전에서 자신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 상대 선수의 얼굴에 침을 뱉는 비신사적인 행동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영화 '엑스맨 탄생: 울버린'에 이어 '스타 트렉' '천사와 악마' '터미네이터'도 줄줄이 신종 독감 공포 앞에 곳곳에서 개봉을 연기하는 소동을 겪었다.
희한한 명칭의 병들이 창궐하며 밖에 나다니거나 학교 가기도 겁나는 상황이지만 결국 이 모두가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상황 못잖게 마음의 공포로 인해 사태를 더 키우는 측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언론 역시 진위를 가리기 어려운 속보 경쟁 속에서 이같은 '혼란 부추기기'에 동참하지는 않았는지 차분히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이미 지구촌은 5월 들어 평온을 되찾고 있는 분위기다.
# 돼지독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