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이라면 집에서 타이레놀을 먹고 견뎠는데 요즘은 혹시나 지금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신종 플루(인플루엔자 A 바이러스/H1N1)가 아닐까 하는 걱정에서 서둘러 의사를 찾고 있다.
차민영 내과 전문의는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조심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의사가 일반 독감이라 해도 못미더워 불안해하는 것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고 지적한다.
# 감염경로 이해 못하기 때문에 노심초사한다
언론을 통해 처음 '돼지독감'(WHO는 정확한 근거가 없다 하여 돼지란 명칭 대신 신종 플루로 부른다고 발표했다)의 감염 소식이 나왔을 때 차민영 전문의가 한인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문의 전화가 '큰일났다.
어제 가족들이 돼지 삽겹살을 먹었는데 괜찮겠냐?'는 내용이었다. 한인 중에는 직접 찾아와서 감염됐는지 미리 진단해 달라는 '열성 환자'(?)들도 있다. 모두 신종 플루를 잘못 이해하는 데서 온다.
이번에 전세계에 번진 신종 플루 바이러스는 소화기관이 아닌 호흡기관을 통해서 전해진다는 것을 먼저 이해하면 이같은 불안은 없어진다.
전염경로인 호흡기관은 우리의 코와 입이다. 그 중에서도 코와 입안의 끈적한 점막조직을 통해서 독감 바이러스는 우리 몸안에 들어 온다. (눈도 만지지 말라고 하는 이유는 눈 역시 점막조직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화기관을 통해서는 침투하지 못한다.
# 손을 반드시 씻어야 하는 이유
그렇다고 해서 마주 보며 숨을 쉬었다고 바이러스가 옮겨지는 것은 아니다.
감염된 사람이 재채기나 기침을 할 때 공기 중에 내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없이 많은 작은 침방울은 1m까지 튀어간다. 운 나쁘게 그 범위 안에 있다가 작은 침들이 자신의 눈 귀 입 안의 점막에 닿으면 자신도 신종 플루에 감염된다. 마스크를 하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손을 씻으라는 것도 똑같은 이유에서다. 감염자의 침방울이 튄 주변의 물건을 만진 손으로 자신의 점막부위 즉 입 눈 코를 만지게 되기 때문이다.
침이 그대로 피부에 닿은 상태에서는 사실은 감염되지 않는다. 독감 바이러스는 소화기관처럼 피부조직도 뚫지 못한다. 문제는 감염자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침방울이다.
그것을 피하는 것이 예방이다. (몰래 카메라로 1시간에 얼굴 만지는 횟수를 연구했는데 거의 수초마다 무의식적으로 손이 자신의 얼굴을 만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와 접촉한 직 후(1시간 이내)에 따스한 물과 비누로 손을 잘 씻기만 해도 안전하다고 하는 근거가 여기에 있다. 비누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균의 99.9%를 죽인다.
시중에 나와있는 알코올 등 물없이 손을 닦는 제품들보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단 손을 씻을 때 손목부위와 손가락 사이도 함께 씻고 '해피 버스 데이' 노래를 두 번 속으로 부르는 동안 충분히 닦아야 효과가 있다.
또 감염자가 마신 물이나 음식을 먹지 말라는 것도 이것이 입안의 점막을 통해서 들어가기 때문이지 위나 창자 등의 소화기관을 통해서가 아님을 잘 이해할 것.
# 신종 플루 백신은 언제 나오나
바이러스의 특징은 예측하기 힘들다는데 있다. 항상 멋대로 배열형태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그 때마다 신종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매년 시즌 플루(11월~3월)를 대비해서 올해엔 이렇게 변화했을 것이란 추이상태에서 독감 백신을 미리 만들어 놓고 있다. 이번에 전세계가 당혹한 것도 시즌 플루와 또다른 배열형태의 돌연변이였기 때분이다.
현재 이 돌연변이에 대한 백신 개발에 들어갔는데 보통 4개월~6개월 걸린다. 서둘렀을 경우 9월초쯤엔 신종 플루 백신이 일반에게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단 백신이 보급되면 감염상태는 훨씬 호전되리라는 것이 전세계 전염병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의 의견이다.
'돼지고기 먹어도 괜찮아'…차민영 내과 전문의 일문일답 71도 이상 가열땐 바이러스 균 죽어
▶발병지가 멕시코 시티인만큼 그 곳과 왕래하는 히스패닉이 많은 한인 타운은 그래서 더 위험하지 않은가? "어제만 해도 독감 환자가 6명~7명 정도됐다. 그러나 기온차가 심한 요즘 날씨로 인한 일반 독감 환자들이지 신종 플루 증세는 없었다. 앞서 말한대로 감염경로를 잘 이해해서 대처하면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한인들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타운의 한 마켓 정육부에서 일하신다는 분이 항상 돼지고기를 만져야 하는데 미리 예방주사 같은 것이 없냐고 걱정하셨다. 이것 역시 감염경로를 잘 모르는데서 오는 염려다. 감염된 돼지고기를 날로 만졌다고 해서 옮겨지지 않는다. 그 고기를 먹었다고 해도 바이러스 균은 섭씨 71도 이상이면 죽기 때문에 무관하다." ▶언론들이 신종 플루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다소 오버하는 것도 있다 (웃음). 첫 발생시 손닦고 외출 삼가고 하는 중요한 정보는 경각심 차원에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사망자가 급증하지 않고 증세도 일반 독감보다 경미한 상태에서 계속 사망할 수 있다는 식의 보도는 자제할 필요가 있다. 사망 이유는 합병증이지 증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 백신을 맞았는데도 또 시즌 독감 백신을 맞아야 하나? "빠르면 가을초 쯤에 신종 플루 백신이 나올 것 같다. 시즌 독감 백신과는 엄연히 다른 것이기 때문에 신종 플루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해마다 유행하는 겨울철 독감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 둘 다 맞는 것이 좋다." 글=김인순 기자 사진=백종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