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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고] 이란 땅의 꼬레 새색시! 내 딸!

Los Angeles

2009.05.12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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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영 전도사/AMI선교교회
"엄마! 난 S(이란 청년) 말고는 시집이란 것 절대 안 가."

30대 중반을 훌쩍 넘고 요즈음 세상 흔하디 흔한 유학파 노처녀의 고집스럽고 단호한 말에 얘가 제 정신인가? 지금 미국하고 이란이 어떤 관계인데 하필이면 적대국가 악의 축에 속하는 나라이니 대사관도 없고 비자도 워싱턴DC의 파키스탄 대사관이 대행할 정도에 종교.언어.문화.풍습이 완전히 다른 이슬람 국가에 시집을 가다니….

30여년 전 "딸 낳고 저렇게 좋아하는 산모는 처음 봐" 내뱉는 간호원의 소리가 지금도 쟁쟁한데 더구나 까다로운 아빠가 그렇게 예뻐하고 믿었기에 어려운 영국에 유학도 시켰는데….

영국 청년 미국 청년도 아닌 그 힘든 국가의 청년이라니? 너무나 어려운 고비가 많을 텐데. 그때부터 나는 다시 기도하고 매달리고 딸애는 고민하다가 두번씩 쓰러지고 911까지 부르면서 딸하고 울고 웃고 하기를 1년.

하나 밖에 없는 딸이 왜 그렇게 힘든 사랑을 하나? 결국 이런 걱정은 국경 없는 사랑 앞에는 허공의 메아리일 뿐이었다. 이런 딸의 사랑 스토리도 제일 가까운 어미인 내가 이제야 알았다.

영국에서 공부(페르시안 미술사전공)를 마치고 옥스퍼드 대학 박물관 큐레이터로 근무하면서 2년 전 이란에 리서치 갔다 만나 사랑을 키우고 프로포즈를 받고 아들만 넷인 신랑 집안의 허락을 받았다. 딸의 말처럼 하나님의 허락까지 받았다니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다.

더구나 딸은 이란 문화와 언어에 도통할 정도로 열심을 냈으니 사랑의 교류에는 조금도 지장이 없고 신랑을 가르쳐 "어머니 고마워요. 결혼 허락해 주셔서 진짜 고맙습니다"하고 또렷하게 전화로 말하니 두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과연 이란 땅 그곳에서 하나님의 은혜로 기독교식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을까. 하나님의 기적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워싱턴 DC 파키스탄 대사관에서 우리 부부의 이란 비자가 한달 만에 허락되었고 결혼절차 하나하나에 기적과 감사가 저절로 입에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LA공항에서 러시아 비행기로 모스크바를 거쳐 이란 테헤란 공항에 23시간 만에 도착하니 신랑형제 4형제가 다 환영 나왔으니 우리나라 옛 공항 모습을 떠올려 한치도 낯설지 않은 마음을 갖고 시댁에 도착하니 웬 가족이 그렇게 많은지. '살람 살람(Salam Salam)'하고 서로 껴안고 세번씩 스킨십 인사하고 나니 이란 말 못해도 바디 랭기지가 그렇게 효과가 있는지.

사람은 어디나 다 인정이 똑같은가 보다. 2주 후 결혼식까지 딸 시부모와 같이 생활하는데 그쪽 사람들 손님 대접은 끝내준다더니 정말 수시로 과일 티 이란 음식등 대접받고 나는 그들의 생활상의 기초언어 등을 수첩에 적어 그대로 간간히 말하면 배꼽을 빼고 웃어 좋아하는 그들과 정을 많이 나누고 드디어 아무 문제없이 테헤란에 있는 한인교회(이란교회를 빌려씀)에서 결혼 예배를 드렸다.

드디어 이란의 전통 결혼식이 저녁 늦게 시작되어 교회 가든에 꽃 장식 레드카펫 손님 테이블 피로연 음식 등 화려한 이란의 노출된 이브닝 드레스에 나는 너무나 깜짝 놀랐다.

밖에 나갈 때 쓰는 히잡은 온데간데 없고 파티할 때는 너무나 화려하게 춤추고 웃고 개방된 모습에 그 옛날 페르시아 제국의 화려했던 문화의 후예다운 전통에 내 마음은 왠지 안심이 되고 호기심으로 가득해졌다.

분홍 한복 입은 색시엄마 나도 이란의 매력 넘치는 전통음악에 맞추어 같이 팔을 흔들며 춤을 추며 분위기를 맞췄고 결혼식은 무사히 끝내게 되었다. 너무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하나님께 진실로 진실로 드릴 수 밖에 없었다.

"내 딸아 부디부디 S와의 모든 벽을 잘 허물고 잘 살아라! 페르시아 왕자같이 착하고 잘 생겼다고 인물만 바라보지 말고 하나님께서 믿음 좋고 지혜로운 너를 이란 땅에 보내실 때는 무슨 큰 뜻이 있으실 거다.

어려서 교회생활할 때부터 그렇게 무슬림을 위한 기도회에 참석하더니 결국 너는 하나님의 큰 사명을 띠고 멀고 먼 중동 이란 땅에 가서 그 대가족 다 변화시키고 하나님의 축복과 은혜 가운데 하나님의 구속사역을 감당할 씨앗이 되리라 믿는다. 처음은 미약하나 나중은 창대하리라는 말씀이 귀에 쟁쟁하다. 사랑하는 딸아 금방 보고 왔는데 또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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