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허리를 다친 후 해마다 한차례씩 증상이 재발해 1~2주 동안 누워있어야 하는 어떤 환자.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신장이 나빠 허리가 아프다’는 말을 듣고 정말 그런거냐며 문의 전화를 해왔다.
신장이 나빠서 허리가 아프다는 말은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다. 신장염이나 신우염 같은 신장의 기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기혈 부족이 원인인 기능상의 문제다. 가끔 ‘간이 나쁘다’, ‘폐가 나쁘다’ 하는 유사 상담전화를 받는데, 이 또한 기능상의 문제로 이해하면 좋겠다.
생리적으로 보면 인체의 오장육부 기육근맥 등은 오장을 중심으로 경락의 연계성으로 밀접히 관련됨으로써 하나의 유기적 정체를 이루고 있다. 예컨데 심장과 소장은 혈맥과 혀를 주관하고 비와 위는 기육(살)과 입과 입술을 , 폐와 대장은 기(氣)와 코를, 신장과 방광은 뼈와 귀를, 간과 담은 근육과 눈을 주관한다.
그러나 병리상황하에서는 장부의 기능이 실조되어 그것이 경락을 통해 체표에 반영되고 체표의 질병이 경락을 통해 장부에 영향을 주며 장부간에도 상호 영향이 오고 간다. 따라서 진단과 치료시에 표면의 변화를 통하여 체내 장부의 허실과 기혈의 성쇠의 상황을 이해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다.
예컨데 임상상 상용되는 청간(淸肝)의 방법으로는 급성 결막염을 치료할 수 있고 청심(淸心)의 방법으로 입과 혀의 이상을 치료할 수 있다. 청위(淸胃)의 방법을 써서 극심한 치통을 치료하거나 선폐(宣肺)의 방법으로 감기와 해수를 치료하며, 보신(補腎)의 방법으로 모발탈락과 이농(耳聾) 등을 치료한다.
오행상으로 신장은 물이며 간장은 나무이다. 나무는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듯 신장이 간의 어머니 격이다. 신장의 기가 허하면 자식인 간과 간이 주관하는 근육도 허해져서 척추를 감싸고 있는 근육이 무력해지므로 작은 충격에도 척추의 병변을 일으킬 수가 있다.
일단 척추에 이상이 생기면 그 부위를 보호하기 위하여 주변의 근육이 긴장하게 되는데 이 현상을 세포 조직의 근성방위(筋性防衛)라고 한다.
이 때에 근성방위를 일으킨 환부에 무리하게 강한 자극을 주면 더욱 굳어지므로 차분히 감싸듯이 보하는 침법으로 심충근까지 풀어주어야 한다.
물론 대증요법과 함께 원인치료를 위해 신장을 보하는 침도 함께 한다. 특히 만성화된 요통은 그것이 디스크가 아니더라도 허리 뿐 아니라 잔등, 둔부, 대퇴부, 복부까지 관련 근육의 긴장을 완해시키는 전체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디스크, 좌골신경통 등 모든 척추신경계 질환의 치료에는 침술과 함께 추나수기요법과 정체교정요법 등 한방 물리요법을 겸해 치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DC 강기성의 한방사랑_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