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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석의 훕스타임] '달리는 말엔 채찍을 가했어야'

Los Angeles

2009.05.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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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덴버로부터 '공짜' 선물을 받은 듯 하다.

LA 레이커스의 서부 결승 1차전 승리 얘기다. 경기 내용상으로는 덴버가 월등했다.

하지만 조지 칼 감독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경기를 운영한 데다 선수들이 자유투 라인에서 손끝이 얼어붙는 바람에 자멸하고 말았다.

이날 가장 슛감이 좋았던 선수는 코비 브라이언트가 아니었다. 바로 카멜로 앤서니였다.

앤서니는 야투 20개를 던져 3점슛 4개 포함 14개를 명중시키며 39점을 쓸어담는 절정의 슛감을 과시했다. 한 NBA 분석가는 "시라큐스에서 우승을 이끈 뒤 생애 최고의 플레이"라고 극찬할 정도였다.

칼 감독의 결정적인 실수는 '슛을 던지면 들어가던' 앤서니를 쓸데없이 벤치에 쉬게 한 일이었다.

앤서니가 뛴 시간은 총 40분. 반면 그보다 6살이나 많은 코비는 43분을 뛰었다.

앤서니는 체력적으로 지친 기색이 없었고 생애 최고 플레이오프 활약을 펼치고 있었는 데 토탈 8분이나 벤치에 앉힌 것은 납득이 안가는 일이었다.

특히 2쿼터 종료 8분47초를 남기고 앤서니를 벤치로 불러들여 3분 이상 앉히면서 레이커스도 본격적으로 추격의 고삐를 당기기 시작했다.

참고로 앤서니는 벤치에 들어가기 전까지 8개 슛 중 7개를 명중시켰다.

NBA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시리즈를 이긴 경우가 무려 80%에 가까웠던 통계를 감안하면 시종일관 리드를 지키던 덴버로서는 1차전 역전패가 더욱 뼈아프다.

덴버가 땅을 치고 아쉬워해야 할 대목은 또 있다.

농구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유투'다.

적지에서 경기를 가졌음에도 심판은 덴버에 호의적이었다. 자유투를 35개나 제공해줬다.

그러나 덴버는 이 가운데 12개나 불발시켜 심판이 마련해준 밥상을 걷어차 버렸다.

48.6%의 빼어난 야투 성공률도 65.7%의 자유투 성공률에 묻혀버렸다.

서부 준결승 시리즈에서 완벽에 가까운 96%의 자유투 성공률을 자랑했던 천시 빌럽스가 첫 자유투 3개를 모두 놓친 것부터 불길한 징조였다.

그런 반면 필 잭슨 레이커스 감독은 9차례 우승을 거머쥔 '명장'다운 대처법이 돋보였다. 잭슨 감독은 1차전에 앞서 선수들에게 팀 버튼 영화 'Big Fish'의 클라이막스 장면을 보여주며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휴스턴과의 시리즈에서 들쭉날쭉 플레이로 일관한 멤버들을 일깨우려고 영화 클립을 넣은 것이었다.

영화 대사 중에는 "제발 너의 진정한 모습을 보여줘. 좋아도 나빠도 좋으니 정말 한 번만이라도 누구인 지를 보여줘. 한 번만이라도…"라는 부분이 있는 데 선수들도 이 부분에서 뭔가를 느끼는 듯한 표정이었다는 게 레이커스 관계자의 말이다.

그래서인 지 레이커스는 1차전에서 전에 없는 파이팅 정신을 보였다.

잭슨 감독은 용병술도 돋보였다. 베테랑 가드 빌럽스에 과감하게 코비를 매치업 상대로 붙였다.

'수비에 너무 힘을 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코비는 철통수비로 빌럽스의 발을 묶는 데 성공했고 공격서도 40점을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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