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잇감을 보고 인정사정없이 독을 내뿜는 그 모습은 영락없는 '블랙 맘바'였다. 코비 브라이언트(LA 레이커스)가 1차전부터 대폭발했다.
레이커스는 4일 올랜도 매직과의 NBA 파이널(7전4선승제) 홈 1차전에서 내외곽을 가리지 않고 득점포를 풀가동한 코비의 맹활약에 힘입어 100-75로 완승했다. 코비는 40득점 8어시스트 8리바운드로 공격을 진두지휘했고 이번 시리즈 '승패의 열쇠'로 불리는 라마 오덤은 11점 14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파우 가솔도 16점으로 제몫을 다했다.
코비가 왜 현역 최고의 NBA 선수로 불리는 지를 에누리없이 보여준 게임이었다. 매직이 대인 방어를 붙이면 페너트레이션으로 골밑을 파고들었고 지역방어를 하면 확률 높은 중거리 슛을 던졌다. 빠른 가드가 붙으면 포스트업으로 밀어붙였고 키 큰 포워드는 드리블로 따돌리며 페인트존을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더블팀도 소용없었다. 그럴 때마다 코비는 외곽에 오픈된 팀 동료에게 볼을 주며 어시스트를 쌓아올렸다. 결국 매직은 시종일관 코비를 쫓느라 온 힘을 다 뺏겨 일찌감치 백기를 흔들었다.
레이커스의 디펜스도 수훈갑. 특히 상대가 마음놓고 3점슛을 하지 못하도록 외곽에 단단히 빗장을 걸었다.
동부 결승서 클리블랜드를 3점슛으로 초토화시켰던 매직이지만 이날 전반에만 3점슛 2개가 에어볼에 그치는 등 23개를 던져 8개만 림을 통과했다. 매직의 간판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12점 15리바운드)도 필드골 1개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레이커스가 달아나기 시작한 것은 코비의 득점포가 후끈 달아오른 2쿼터부터. 풀업 점퍼 페이드 어웨이 등 현란한 기술로 매직 수비를 유린한 코비는 2쿼터에만 16점 4어시스트로 맹폭을 가했다. 3쿼터에는 더욱 강도를 높여 18점을 쓸어담고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매직이 3쿼터에 올린 점수(15점)보다 많았다.
하일라이트는 3쿼터 3분여를 남기고 나왔다. 마이클 피에트러스를 앞에 두고 다리 사이와 좌우로 드리블을 하며 상대를 따돌리려 했으나 실패하자 포스트업 동작을 취했고 그마저 여의치 않자 공중으로 높이 점프한 뒤 슛을 작렬시키며 파울까지 유도해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매직은 야투 성공률이 30%에도 못 미치는 등 전 멤버들이 14점 이하로 묶였다. 어깨수술을 받은 뒤 근 4개월만에 컴백한 저미어 넬슨은 6점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