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를 보면서 첫 마디로 "예뻐졌네" 혹은 "젊어졌다" 라고 하기보다 "왜 그리 뚱뚱해졌냐" "폭삭 늙었네"로 운을 떼기란 굉장한 위험 부담이 있다. 아무리 허물없는 사이라고 해도 마음에 담아 두는 일이 생길까 조심스러운 것이 '말'이다.
요즘 소위 '뜨는 교회'로서 한인 1세 1.5세 그리고 2세 심지어 외국인 교인들까지도 서로 문화나 관념의 벽이 없이 함께 사랑의 공동체 생활을 하는 우리 교회에서는 신기하리 만큼 서로 부딪히는 일이 없다.
외국인 할머니 한 분이 파킹장에서 차를 후진하시면 뒤에 줄줄이 기다리는 우리의 급한 한인 교인들이 결코 짜증내지를 않는다.
보통 사람의 서너배가 걸리는 그 시간을 신통하게 기다리고 고개를 내밀어 미안한 표정을 짓는 할머니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며 'Good Job' 사인을 보내 드린다. 한인타운 마켓에서 경적을 울리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 할머니 또한 교통 매너에 익숙치 못한 한인 교인에게 상처를 받지않고 너그러워질 것이다. 주일마다 흔히 보는 아름다운 모습이고 많이 배우고 있다.
사업체 혹은 부동산을 사고 파는 셀러와 바이어의 입장에서 손님들은 장점과 자신이 매매하고자 하는 진짜 이유보다는 상대방의 약점과 단점을 부각시켜 본인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한다. 자기 자식은 누구보다 부모가 잘 알듯이 비즈니스의 장단점은 매매 당사자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자꾸 반복하고 강조할 때에는 다른 공격을 준비한다. 이 치열한 '기 싸움'에서 매번 힘겨운 이는 에이전트와 서류를 준비해야 하는 에스크로이다. 계속 날라오는 공방에 카운트 펀치를 날리기를 원하는 셀러와 바이어의 팽팽함이다.
이것 저것 단점을 캐내어서 막판에 가격을 좀 더 깎아 보려는 바이어의 괘씸함에 꼬투리 잡기를 기다리던 셀러는 바이어가 예정된 클로징 날짜를 하루라도 넘기면 바로 다음 날 '계약 파기' 요청을 하고 만다. 에스크로절차에 따라 들어가는 많은 비용을 지불해 온 바이어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계약은 계약이다.
어떤 바이어는 사업체에 가서 종업원에게 이런 저런 말로 셀러를 거슬리게 하기도 하고 관리사무소에 셀러와 상의없이 리스를 계약하여 셀러를 곤란하게 하기도 한다.
판매 항목에는 적어 놓고 컴퓨터가 개인 소지품이라고 우기는 셀러에게 바이어는 인벤토리로 대적한다. 시간을 제대로 못 맞춘 트레이닝에 바이어는 추호의 너그러움 없이 연장을 요구하고 에스크로가 종료되었음에도 양 진영의 싸움은 이어진다.
셀러가 소중하게 가꾸거나 일궈온 부동산이나 사업체는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전부인 것이다. 아무리 세월이 좋아 좋은 가격을 받는다고 해도 섭섭해 하지 않는 셀러를 보지 못했다.
단점과 꼬투리를 잡으려기 보다 서로의 수고와 노력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므로서 더 많은 것을 주고 받는 분들을 많이 본다. 생명처럼 지켜온 자신의 사업체를 다시 소중하게 여기는 바이어에게 셀러는 한 가지라도 도움이 되는 노하우를 주고 싶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