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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의 스포츠카페] 앙용은과 코리안 첫 승의 추억

Los Angeles

2009.08.1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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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데스크 어떻게 됐어. 정말 양용은이 이길 수 있는 거야. 지금 몇 번 홀이지?"

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 최종일 경기가 열린 16일 오후.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박모 선배는 5분 간격으로 결과를 물어 보며 궁금해 했다. 마침 다이아몬드바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 중인데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깰 것 같다는 소식에 주위 한인들 모두 크게 고무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 때가 16번 홀쯤이었으니 양용은이 우즈에 1타 앞선 7언더파를 달리던 상황이었다. 분명 이길 가능성은 커 보였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천하의 타이거 아닌가. 아무리 스포츠 데스크라고 해도 그 상황에서 '양용은이 이길 것이다'라고 장담할 수 없었다.

"분위기는 무르익은 것 같은데 글쎄요…. 못해도 플레이오프까지는 갈 수 있겠네요"라고 얼버무릴 수 밖에. 실제로 기자는 그 때까지만 해도 양용은이 우승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박 부장의 전화 후로도 지인들로부터 몇 번의 경기 결과를 묻는 전화를 받게 되자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당장 다른 지면들부터 메워야 하는데 신경은 온통 골프중계로 쏠렸다.

눈으로 열심히 중계를 보면서 기자의 생각은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 '양용은이 우승한다면…'이란 짜릿한 상상은 13년 전 당시 LA 다저스 박찬호(현 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시카고 원정경기에서 한국인 첫 메이저리그 승리를 따내던 순간까지 내달렸다. 높아만 보이던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드디어 코리안 투수가 승리투수로 우뚝섰으니 그 감격이 어떻겠는가. 한국은 온통 난리였다.

신문과 방송에서는 '한국 야구 100년사의 기념비적 승리요 월드컵 축구 1승과 맞먹는 일대 사건'이라는 거창한 제목들을 앞다퉈 달았다. 야구를 잘 모르는 국민들도 온통 박찬호 얘기 뿐이었다.

첫 승과 우승의 추억은 또 있다. 1998년 박세리가 LPGA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챔피언십과 US오픈에서 거푸 우승한 것은 박찬호의 빅리그 첫 승과 맞 먹는 또 한 번의 쾌거였다. 그 때만 해도 골프는 그저 일부 여유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이글이 뭐고 버디가 뭔지도 모르면서 코리안이 우승했다는 말만으로 우리는 함께 흥분하고 즐거워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축구의 4강 신화도 그렇고 2002년 최경주의 PGA 첫 우승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야구가 미국 쿠바 일본을 거푸 누르고 시상대 맨 꼭대기에 올랐을 때의 감격은 또 어땠는가.

PGA챔피언십에서 우즈를 3타차로 완벽하게 누르고 우승한 양용은으로 인해 16일 하루는 한인 모두에게 너무도 행복한 날이었다. 기쁨에 겨운 나머지 트로피를 받기도 전에 양용은이 골프백을 하늘 높이 치켜들던 그 감격을 한인이라면 누구라도 함께 느꼈을 것이다.

양용은은 우승 후 4라운드에 나서기 전 '백의민족의 자부심을 살리고 그 기를 받기 위해 옷은 물론이고 골프화까지 흰색으로 통일하고 출전했다'며 국민들의 성원에 고마워 했다.

스포츠만이 줄 수 있는 너무도 큰 감동들을 이번엔 양용은이 전해준 셈이었다. 양용은 만세라도 불러야 겠다. '양용은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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