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클로징이면 제 돈도 바로 찾아 갈 수 있습니까?" "내 돈을 찾아 가기 전에는 키를 넘겨줄 수 없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손님들 특히 셀러의 항변(?)이다.
한국 식으로 손에 잔금을 쥐기 전에는 절대 소유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곳에서는 에스크로라는 절차를 거치므로 그러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셀러와 바이어 사이에 직접적인 자금 거래를 막고 필요한 서로의 요구를 충족시킨 후에 거래를 마무리하는 에스크로의 필요성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만일 서로 돈을 세어가며 선금 중도금 그리고 잔금을 치뤄야 한다면 그 실갱이와 혼란을 상상하기조차 힘들다.
지난주에는 비교적 금액이 큰 카워시 에스크로의 클로징이 있었다. 바이어의 자금이 한국에서 오게 되어 있었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더 걸려서 클로징 당일에 에스크로 어카운트로 입금되었다. 바이어의 다운 페이먼트 디파짓 확인이 당연히 필요한 은행에서는 융자금이 당일 오후 늦게 펀딩이 된 것이다.
에스크로에 바이어의 거래 대금과 은행의 융자 금액까지 모두 입금이 되었으므로 실제로 인수 예정일인 토요일 아침을 위하여 금요일 당일 밤 인수 인계에는 문제가 없게 되었다.
이 때 바이어의 잔금이 반드시 지불확인 자금이어야 함에는 두말할 나위도 없다. 송금이나 캐시어스 체크가 아닌 손님의 사정으로 인해 본인의 수표로 입금이 되는 경우 문제는 심각하다. 어떤 바이어는 증권 어카운트 체크나 라인 오브 크레딧 체크로 입금할 것을 주장하여서 애를 먹는 일도 있다.
자신의 어카운트로 옮겨서 클리어된 후 다시 체크를 쓴다는 것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귀찮은 일임은 틀림없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평균 밸런스와 맞지 않을 경우 수일 혹은 1주 이상 홀드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입금 문제로 인해 압력(?)과 협박(?)이 들어 오기도 하지만 가장 중요하고 예민한 문제이므로 원칙에 어긋날 수는 없는 일이다.
인수 당일날 늦게 입금이 된 바이어의 펀드는 즉시 지불이 불가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대개 다음날 에스크로 체크로 셀러에게 지불된다.
만약 클로징 날짜가 금요일이었다면 다음 월요일에 지불되는데 정작 키를 넘겨 주고 돈을 손에 쥐지 못한 셀러의 마음이 많이 불편한 것이다. 카워시의 경우 주말 현금 장사까지 고스란히 바이어가 챙기는 것을 보면서 월요일 아침에 회사 업무가 시작되자 마자 찾아오는 셀러의 모습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에스크로는 은행이 아니다. 심지어 은행도 업무시간보다 마감시간이 더 빠르듯이 은행의 디파짓을 위하여 에스크로에서는 디파짓 마감 시간을 대개 3시로 잡아서 은행에 입금을 하게 된다. 만약 이 시간을 넘겨서 들어온 모든 디파짓은 당연히 다음 날로 잡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안전하게 입금이 된 바이어의 펀드는 에스크로를 거치면서 셀러의 펀드가 되어 당연히 트러스트 어카운트에 셀러를 기다리고 있으므로 셀러의 조바심도 또한 불필요한 것임을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