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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본선거 릴레이 인터뷰] (1)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뉴욕시 대민 부서 한글 번역 제공하겠다'

New York

2009.10.2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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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1월 3일 선거 동부지역 최대 관심사는 뉴욕시장과 뉴저지 주지사의 교체 여부다.

한인사회는 특히 베이사이드 19선거구 예비선거를 통과한 케빈 김이 본선거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최초의 한인 시의원 탄생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이에 본지는 케빈 김 후보에 이어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후보, 존 코자인 뉴저지 주지사 후보 등 이민 역사상 가장 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번 선거 출마자들을 인터뷰 했다.

"뉴욕시 대민 행정 부서는 앞으로 의무적으로 한글번역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67·공화)이 자세를 크게 낮췄다. 그는 한인을 비롯한 이민자 커뮤니티를 겨냥한 정책을 알리는 데 인터뷰의 상당부분을 할애했다.

3선을 노리고 이미 8500만달러를 선거에 쏟아 부은 억만장자 현직 시장이자 후보이지만 친대기업 정책 등으로 이민자들에게는 부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음을 의식했음직 하다. 게다가 민주당이 강세인 뉴욕에서 소수계 출신 민주당 후보 윌리엄 톰슨과 맞붙은 상황이어서 소수계들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e-메일을 통한 인터뷰에서 블룸버그 시장은 소상인들을 위한 비즈니스 활성화에 힘을 쏟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근 추석맞이 대잔치 등 한인행사에 잇따라 참석했다. 40만 뉴욕 일원 한인 커뮤니티는 정치적으로도 급성장하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를 어떻게 보나. 개인적인 친소관계나 인연이 있나.

“한인들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급성장, 타 민족의 모범이 되고 있다. 플러싱이나 맨해튼 한인타운은 매우 활기에 넘치고 있다. 한국 음식을 좋아해 1년에 한 두번 정도 플러싱 금강산 식당에 가 식사를 하기도 한다."

-한인 등 소수계들은 여전히 언어문제 등으로 각종 시정부 서비스를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률, 경찰 관련 분야에서는 특히 더하다. 개선할 용의가 있는가.

“이민자들과 가까와지기 위해 시 행정의 문을 열어 놓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7월 시행된 행정명령 통해 주요 대민업무 부서는 의무적으로 한글 등 외국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11전화 외에 소수계가 시장에게 직접 민원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에드워드 카치 시장 시절에는 시장실에 소수계 민원실이 따로 있어 의사소통이 수월했다. 그런 제도를 부활할 의사는 없나.

“기본적으로 이민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돼 있다. 그리고 이민자들이 시정부 운영 상황을 실질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현재 주정부에도 이와 유사한 정책을 마련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최근 뉴욕시 이민국 기능을 확대하겠다는 발표를 보고 선심성 공약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구체적인 목적과 실행방안을 말해 달라. 본인의 이민정책 기조가 친이민적이라고 보는가.

“이민자들에 대한 영어교육 서비스를 넓히고, 법률지원, 이민사기 방지책, 통·번역 서비스 강화 등으로 이민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펴 나갈 계획이다. 내 정책 기조는 기본적으로 ‘친이민자’ 성향이다. 연방정부의 불법 체류자 강제 추방 정책에도 반대하고 있다. 1200여만 명의 서류 미비자들을 모두 추방할 수 없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차라리 그들에게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본다."

블룸버그 시장은 명 승부사다. 블룸버그 통신을 세계 8대 재벌 기업으로 키우기까지 숱한 시련과 결단의 순간을 겪었겠지만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후에도 그 같은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뉴욕시장직에 도전한 2001년. 민주당 텃밭인 뉴욕의 선거판에서 정치 신인인 그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었다. 그는 과감하게 공화당 후보로 출마, 승리했다.

민주당에 충격을 안겨준 블룸버그의 승리는 그러나 값비싼 대가를 치른 전리품이었다. 7400만달러라는 막대한 선거자금을 썼기 때문이다.

당시 맞수였던 마크 그린 민주 후보와의 표차는 고작 3만5000표. 50.3%를 얻어 가까스로 당선됐다.

선거규정을 고쳐가면서 3선 도전이라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던진 ‘정치 승부사’ 블룸버그가 한인 표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09년 현재 한인 유권자 숫자는 2만9400여명. 경우에 따라서는 당락을 좌우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숫자이기 때문이다. 소수계와 소기업을 위한 정책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친 대기업 정책을 편다는 비판을 받아온 그가 소기업 정책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도 따지고 보면 유권자들의 표를 의식해서다.

-불경기속에서 소상인들이 과도한 조세부담과 단속, 벌과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민자들은 뉴욕시 경제의 하부 구조를 떠받치고 있는 소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들이 비즈니스를 하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방안이 있나.

“금융위기와 시정부 재정 고갈로 인해 세금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였다. 하지만 ‘5개 보로 경제활성화 방안’ 과 같은 일자리 창출과 장기 경제활성화 구상, 서민과 소상인을 위한 살기 좋은 지역사회 건설 등 서민경제 지원책을 갖고 있다."

-소수민족들은 취업과 직업교육면에서도 소외계층에 속한다. 요즘 같이 고실업 상황에서는 직업재교육이 특히 절실하다고 보는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시립 직업훈련센터의 운영시간을 늘려 보다 많은 시민들이 실질적인 직업 훈련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이런 직업훈련센터를 2개 더 늘려 뉴욕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업종과 분야에 투입시킨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블룸버그 시장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친 대기업 정책, 세금인상, 교육정책 수립의 실질적 권한 장악 등에서 보듯 과감한 추진력 때문에 반발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취임 이후 범죄가 크게 줄어들고, 교육환경이 개선됐으며 재정이 정상화 되는 등 기본적인 사회, 교육환경과 시정부 운영 방식이 나아졌다는 긍정적 평가도 동시에 받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온 뉴욕타임스가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블룸버그 지지를 선언한 것도 그런 점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블룸버그 시장은 첫 취임 후 재산세 인상과 정부 지출 축소 등의 정책을 펴 60억달러의 적자를 내던 시정부 재정을 흑자로 돌려 놓았다. 재산세 환급, 판매세 폐지 등 조세개혁을 과단성 있게 밀어 부치기도 했다.

한인들의 경우도 일반 시민과 상인들의 입장이 엇갈린다. 시민들은 재산세환급과 판매세 폐지 등으로 우호적인 데 반해 상인들은 그렇지 않다. 저소득층 지역에 신선한 과일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그린카트’ 조례안은 청과업자들로부터, 일반상점에 대한 과도한 단속은 네일, 세탁업, 식당업주들로부터 원성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선거자금으로 이미 8500만달러를 썼고, 본선거 끝날때까지 1억달러이상의 돈을 쓸 것이라는 ‘부자’ 후보 마이클 블룸버그. 비록 억만장자이더라도 결국 그가 소수계로부터 얼마나 많은 표를 얻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것이라는 관측만은 분명한 것 같다.

블룸버그는…

보스턴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출생. 존스합킨스 대학에서 전기공학 전공. 하버드대 경영학석사(MBA) 출신.

1981년 이노베이티브 마켓 시스템이라는 경제정보 회사를 차리면서 사업가로 발전하기 시작, 주가와 세계 경제정보 등을 실시간 제공하는 독자적 경제정보 제공 시스템 회사로 자리잡았다. 86년 회사명을 ‘블룸버그(Bloomberg L.P)’로 개명하면서 급성장했다.

1975년 결혼, 나중에 이혼한 수전 브라운과의 사이에 에마(30)와 조지나(26) 두 딸을 두고 있다.

공완섭 편집국장·신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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