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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권의 에스크로 기간] 잘 되면 내 덕, 안되면 남 탓

Los Angeles

2009.11.02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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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권/프리마 에스크로 대표
사업체를 인수하기 위해 좋은 값과 원하는 조건에 넘기고자 하는 셀러와 기막힌 값에 원하는 조건으로 손에 넣기를 원하는 바이어의 '동상 이몽'으로 타운은 늘 팽팽한 긴장의 도시가 된다.

운 좋게 욕심껏 제값을 받고 잘 팔았다면 기막히게 지혜를 짜내 바이어를 요리한 결과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감춰진 결점을 긍정적으로 바라 보고 자신감있게 도전하는 바이어의 이해와 노력이 있기에 좋은 결과가 있는 것이다. 혹 거래가 성사되지 못하고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면 사람들은 쉽게 상대방의 부족함과 중개인의 무능력탓으로 화살을 돌려 버린다.

지난 해 클로징한 소규모 프랜차이즈 타코 식당은 매상이 뚝 떨어진 가게를 사업에 뛰어난 안목을 가진 바이어가 도전을 갖고 인수했다. 넘길 때 셀러의 '감사한'(?) 마음은 수개월 후 급상승한 매상으로 보기 좋게 성장한 가게를 바라보는 마음이 그리 편치 못했던 것 같다. 다시는 돌아 보지 않으려고 넘긴 가게가 자신이 경영했을 때보다 번듯하게 사업으로 성장한 것을 수완이 좋은 바이어의 덕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시금 그 가게를 되찾고 싶은 욕심을 갖게 만든 것이었다.

우선 셀러는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Covenant Not to Compete' 조항을 무시한 채 변칙적으로 가족의 이름으로 길 건너에 동업종의 가게를 내고 가격과 쿠폰으로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자신이 이미 소유하고 있는 다른 몇 곳의 가게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와 함께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는 것을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한 바이어가 법적인 대응을 하는 것으로 전쟁은 시작되었다. 애초에 공급하기로 했던 소스에 차질을 빚던 셀러는 급기야 공급을 중단하였고 바이어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기 시작했다.

에스크로에 있는 모든 자료가 법정으로 넘어가고 부동산 브로커가 증인으로 출석을 하면서 점차 상황이 바이어에게 '사필귀정'으로 되어 갔지만 이미 타격을 입은 사업체에 대해 직접적인 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계란으로 바위 부수기'라고 생각한 바이어가 거대한 프랜차이저의 폭력에 맞서지 못하고 사업체를 다시 넘기는 기막힌 결과로 끝나는 것을 보면서 이민 생활에서 '7전 8기' 한국인의 끈기를 갖기가 어려운가 의아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세탁소 소송사건 후 사업체를 정리하는 동부의 한인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이해를 하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업주들이 그 식당을 다시 운영할 지는 모르겠다.

우리 한인 부부처럼 누구보다도 식당을 청결하게 닦고 쓸면서 손님들께 친절하게 '덤의 문화'를 베풀면서 장사를 할런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같은 사례들이 사실 타운에도 비일 비재하다는 것이 마음을 씁쓸하게 만든다.

▷문의:(213)365-8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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