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만 해도 휴대폰을 가진 분들은 찾기 힘들었고 그래서 늘 타운은 조용했던 것같다. 그래도 셀러나 바이어와 약속이 수월했고 부동산이나 사업체 매매도 잘 진행됐었다. 그 당시에는 주로 2-3일 걸리는 우편으로 의사 전달이 되었고 가정이나 사업체마다 전화기에 남겨진 음성 메시지를 체크하거나 급한 경우 비퍼를 이용했다.
하지만 요즘은 모든 사람들이 급해졌다. 우편 메일을 기다린다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앤서링 머신을 체크할 여유도 없다.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걸려온 전화에 즉각 전화해 보는 것이 속편해졌다. 전화 후 5분 내지 10분안에 리턴 콜이 없으면 신용없는 사람으로 되고 만다.
지갑은 두고 출근해도 휴대폰을 잊고 나온 경우 당연히 오던 길을 되돌아 가야 한다. 왜냐하면 휴대폰이 없는 '비즈니스 하루'는 존재할 수가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초스피드 사회에서 에스크로 오피서의 업무도 힘들어졌지만 무엇보다 인내심과 함께 전화 매너도 덩달아 사라져 간다는 것이 서글프다. 어린 직원이 낭랑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Good Morning Prima Escrow May I help you?" "Jae Kwon씨 바꿔줘요!"
"누구시라고 전해드릴까요?" "Mr. Kim"
"무슨 파일 때문이시라고 전할까요?"
"몰라요 바이어인데 지금 사인하러 가야 되니까 급한데..."
손님하고 계시니 다른 직원을 바꿔드릴까 여쭤보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당장 매니저를 바꿔라 내가 누구인지 아느냐 왜 내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하고 매번 물어 보느냐 등등….
모든 매매의 자료나 데이터는 본인 외에는 유출이 곤란하므로 확인 여부가 필수이건만 예외를 요구하는 손님들로 곤란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한인 회사는 친절한 직원의 전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외국인 변호사 사무실이나 은행들은 기계 음성시스템으로 응답하는데 우리네 급하신 한인 손님들이 어떻게 인내하시는지 사뭇 궁금하다.
더구나 공공기관이나 정부 부처에서 수 십분 혹은 시간을 넘기도록 전화 연결이 않되는 동안 어찌 기다리시는지…. 그후 방문하신 '김 선생님'이 그때 사연 많던 그 '김 선생님' 인지 확인하는 직원의 질문에 맞다고 해야할지 모른척 해야할지 곤란할 때가 있다.
전화 목소리하고는 영 딴판이라는 둥 역시 상상했던 모습이라는 둥…. 어린 직원들의 궁금함을 풀어줘야 할 지 잠시 갈등(?)이 생기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예기지만 이상한 목소리를 내는 잘 생긴 남자보다 멋진 목소리를 가진 편안한 남자가 매력적이라고 늘 생각한다. 일상의 업무에서 매력적인 손님은 멋진 전화 매너를 가진 손님이시고 이런 손님과의 만남이 기다려지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