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크로 손님들은 작은 소규모 자영업에서부터 윌셔가의 블럭을 통째로 사는 소위 거부들에 이르기까지 너무도 다양하다.
손님들의 등장하는 모습도 다양하고 사전 약속을 하거나 서류를 준비하고 싸인하는 습관도 각양 각색인 것이 사실이다. 몇 만달러짜리 작은 가게의 셀러나 바이어의 에스크로라고 간단하고 1000만달러가 넘는 부동산의 에스크로라서 복잡하기만 한것도 결코 아니다.
지난 주 한 미장원의 에스크로는 말 그대로 소설같이 클로징이 되었고 시간도 반 년이 걸리는 힘든 과정이었다.
장인(?)의 자존심을 곧곧이 내세우는 셀러와 사사건건 못마땅하여 시비를 거는 바이어와의 팽팽한 결전에 새우등이 터지고 또 터졌다. 결국 지치고 힘든 과정을 거쳐 극적인 타결을 보긴 했지만 생각해보면 들어간 시간과 들인 공을 생각하면 허무한 생각이 들던 에스크로였다.
반면. 같은 기간 한 블럭을 통째로 매입하는 한 기업체의 에스크로는 거의 2주만에 등기까지 마치는 아주 산뜻한 에스크로였다. 금액에 무관하게 에스크로 오피서는 모든 파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일한다. 따라서 모든 셀러나 바이어를 대하는 에스크로 오피서의 존경심과 관심은 늘 한결같기 마련이다.
이따금 고객들이 "우리 에스크로가 조그만 거라고 소홀히 하는 건 아닙니까?" 혹은 "큰 에스크로에서 에스크로 비용을 많이 받고 우리 것은 그냥 서비스해주면 안될까요?" 하는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어떻게 답변을 해야할지 난처하기만 하다. 과연 이런 고객이 원하는 대답은 무엇일까 생각도 해보지만 아직도 가슴이 답답할 때가 많다.
어떤 사업체나 부동산을 매입하느냐보다 어떤 고객이 매입하는가에 에스크로 오피서로써 관심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번뜩이는 날카로운 지혜가 보이고 간단 명료하지만 실속있는 대화를 하는 셀러나 바이어를 만나면 그 고객의 신중함에 경의가 표해지고 사소한 작은 일에 마음을 상해 대의(?)에 흔들리는 고객을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많기 때문이다.
오래 전 다운타운의 작은 소규모 식당에서 부부가 열심히 일하여 타운의 큰 고기집을 운영하고 다시 빌딩을 구입한 K선생님을 생각하면 늘 흐뭇하다.
늘 남들보다 부지런했고 남다른 아이디어로 메뉴를 개발하고 가난한 세입자에 너그러웠던 강선생님은 하는 일마다 남들의 부러움을 샀고 복이 터진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사실 노력의 댓가라는 것을 필자는 누구보다도 잘 알 수 있었다. 사업체를 매매할 때마다 바이어의 적응을 위해서 내 일처럼 뒤를 봐주시기도 했다.
오늘도 작은 사업체를 남다르게 운영하면서 미래를 향해 꿈을 키우시는 고객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존경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