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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용석 기자의 '헤일매리'] 언론의 매운 맛 보는 우즈

Los Angeles

2009.12.0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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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영국작가 에드워드 불워 라이튼이 1839년 ‘Richelieu; Or the Conspiracy’ 연극 작품에 썼던 문구다. ‘언론의 힘’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은 없는 것 같다.

극명한 예가 있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백악관 수석고문이었던 빈스 포스터의 자살 사건.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들의 필봉에 휘둘린 포스터는 괴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입안에 38구경 피스톨을 쏘았다. 당시 월스트리트 저널은 트래블게이트, 화이트워터 스캔들을 다루며 포스터를 요주의 인물로 지목, 집중포화했다.

그가 자살 직전 브리프 케이스에 구겨 넣었던 ‘유서’에도 구체적으로 월스트리트 저널이 언급됐다. ‘너무 힘들다. 언론이 무섭다. 워싱턴은 사람 죽이는 스포츠 경기장이나 다름없다’고 썼다. 클린턴도 자서전 ‘마이 라이프’를 통해 포스터가 월스트리트 저널의 사설로 인해 극심한 우울증에 빠졌었다고 토로했다.

잠시 역풍도 있었으나 월스트리트 저널이 권위지로서의 위력을 보여줬다는 게 언론계의 중론이었다.

꼭 월스트리트 저널이나 뉴욕 타임스 등의 권위지만 위력을 발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엔 황색 저널리즘의 표본이라는 ‘내셔널 인콰이어러’도 포스트 사건 못지 않은 특종으로 엄청난 파급효과를 몰고왔다.

지난해, 대통령 후보에도 올랐던 잔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이 리엘 헌터라는 여성과 외도하고 사생아까지 낳았다고 보도했다. 에드워즈는 터무니없는 음해라고 일축했고, 헌터도 아이의 아버지는 에드워즈가 아니라고 보도를 부인했다. 메인스트림 미디어 역시 ‘거짓말이겠지’하고 무시하다가 사실로 드러나자 뒤늦게 ‘쫓아가기’ 게임을 하는 촌극을 벌였다.

결국 에드워즈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계가 사실이다”고 실토했다. 지난해 오바마의 러닝메이트 꿈도 단숨에 물거품이 됐고, 그의 정치인생도 사실상 끝났다는 시각이 많다.

사라 페일린의 딸 브리스털이 혼전임신 했다는 뉴스 역시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특종이었다. ‘금욕’을 주창하는 부통령 후보 페일린의 목소리에 힘을 확실히 빼는 사건이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1926년 창간됐다. 제보자에게 제보료를 주는 독특한 방식으로 운영돼 왔고, 주로 연예 가십을 다뤄 저질 신문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최근 잇단 특종에 조금씩 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이번에 또 한건했다. 타이거 우즈가 레이첼 우치텔이라는 여성과 외도를 했다는 뉴스다. 역시 메인스트림 미디어에선 관심을 보이지 않다 27일 새벽2시30분 우즈가 교통사고를 일으키자 톱으로 보도했다.

타블로이드의 경쟁도 점입가경이다. US 위클리는 제이미 그럽스라는 제2의 여성이 우즈와 20차례 관계를 가졌다며 우즈가 “와이프가 의심하는 거 같아”라고 말한 내용의 테이프까지 입수했다. 우즈도 결국 두 손을 들고 성명을 통해 외도를 인정했다.

우즈의 외도는 한동안 계속 이슈가 될 모양이다. 제보료로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2만5천 달러, US 위클리는 15만 달러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우즈와 관계를 가진 여성들이 한탕하겠다는 속셈을 안가질리 없다. 벌써 제3의 여성도 나왔다. ‘라이프&스타일’지는 우즈가 라스베이거스 나이트클럽 매니저인 칼리카 모킨과 10월말까지 밀애했다고 보도했다. 10월23일에 마지막 관계를 가졌다는 등 내용도 구체적이다.

TMZ는 우즈가 부인에게 샌드웨지로 맞았다고 전했다. 솔직히 우즈가 9번 아이언인 지, 샌드웨지에 맞았는 지에 대해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이미 불은 지펴졌다. 부인이 그를 용서할 지도 의문이다. 우즈와 관계를 가졌다는 여자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어 용서를 하려다가도 분통이 터질 게 뻔하다.

우즈는 성명을 통해 “타블로이드의 보도방식에 크게 당황했다”고 밝혔다. 완벽한 이미지만 보여왔던 우즈. 그가 데뷔 후 처음으로 언론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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