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는 하루 종일 손님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는다. 수도 없이 드나드는 방문객들을 위해 로비에는 초콜릿과 캔디가 있고 사무실 한켠에는 직원들의 군것질 거리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다.
오시는 손님들 가운데는 워낙 오랜 단골 고객이 있고 새로이 찾아 오는 분들도 있다.
그 중에는 투자한 물건에 이익을 많이 남겨 기쁜 마음으로 매매를 하러 온 셀러가 있고 찾던 물건의 거래가 성사되어 마음이 부푼 바이어도 있지만 서로 좋지 않은 감정으로 불편한 마음으로 결판을 지으러 온 분들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전에 귀뜸 없이는 알 길이 없는 에스크로 오피서는 늘 한결같은 직업 정신에 따라 서류를 준비하고 업무를 준비하지만 받아들이는 고객의 마음은 그렇지가 못하다.
금방이라도 머리 끝에서 연기가 날 것 같은 표정을 하고 시원한 냉수부터 찾기도 하고 양쪽 진영의 공방이 이어지는 몇시간 동안 커피를 서너잔씩 부탁하는 팀들도 있다. 손님께 무조건 친절할 것을 강조해 놓았으니 안색이 불편해진 어린 직원의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저 안스럽기 짝이없다.
한바탕 손님들의 열기가 사라진 전망 좋은 우리 회의실은 그야말로 커피 잔들과 껌 종이 그리고 끄적거린 메모지들로 몸살을 앓는다.
거창하게 환경 보호 차원이라고까지 말하지 않더라도 1회용컵이 엎어져 가까이 있는 서류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우리 회사는 누구나 1회용 컵 사용을 금하고 있다. 금방 마시고 버리는 종이로 된 물 잔 외에는 손님들에게도 예외가 없는데 그 설거지가 늘 골치인 것은 사실이다.
일도 야무진 부지런한 오피서와 그 팀들은 자신의 손님들이 사용한 머그잔은 물론이고 주방에 놓여진 그 무심한 누군가가 사용한 그릇의 설거지에도 별 불만이 없다.
어떤 직원은 오래 닦지 않아 말라 버린 먼지가 뽀얀 머그 잔을 슬그머니 주방에 놓고 새잔을 쓰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남의 머그잔도 소리없이 묵묵히 씻어 놓는 직원도 있고 자신이 흘린 설탕 뿐아니라 묵은 자국까지도 언제나 닦아 놓는 이도 있다.
귀한 것은 이 직원이 자신의 하는 일을 생색 내기 위해 다른 이들을 추궁하거나 그야말로 "문제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머그를 주방에 놓고 나온 직원이 의도적이지 않을 수도 있고 자신이 머그 잔을 사용하지 않고 손님 것이라 잊을 수도 있었으리라.
자칫 자신의 원칙을 주장하고 남을 못마땅하게 생각함으로 직원들 사이에 책임을 따지고 들었다면 그 직원의 아름답고 성숙한 행동에 가치가 없어질 수도 있을텐데 정말 아름답고 흐뭇한 일이다. 반짝거리는 머그 잔에 커피를 따르면서 그 무심한 직원뿐 아니라 모두가 기분 좋고 감사한 마음일 것이다.
1회용 종이 컵보다 마음이 가득 담긴 따뜻한 커피 머그를 손에 든 모든 손님들이 마음에 여유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기를 늘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