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걷잡다’와 ‘겉잡다’
산불이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가는 상황을 나타낼 때 “강풍 때문에 작은 불씨도 겉잡을 수 없이 큰 불길로 번지기 쉽다” “최근 일어난 산불은 한번 붙으면 겉잡을 수 없는 게 특징이다”처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 ‘겉잡다’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다.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 등을 붙들어 잡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는 ‘걷잡다’를 써야 한다.‘겉잡다’가 ‘걷잡다’를 잘못 쓴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겉잡다’는 ‘걷잡다’와 다른 의미를 지닌 단어다. ‘겉잡다’는 ‘겉으로 보고 대강 짐작하여 헤아리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예산을 대충 겉잡아서 말하지 말고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처럼 쓸 수 있다.
‘걷잡다’는 한 방향으로 치우쳐 흘러가는 형세를 붙들어 잡는다는 의미 외에 ‘마음을 진정하거나 억제하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걷잡을 수 없이 흐르는 눈물”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드는 매력”이 이런 경우다.
‘겉잡다’와 ‘걷잡다’가 아직도 헷갈린다면 ‘겉잡다’는 ‘겉으로 보기에 어림잡아’를 줄여 썼다고 기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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