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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네가, 너가, 니가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너가 왜 거기서 나와?”“니가 왜 거기서 나와?” 셋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표현일까? 말할 때 ‘네가’ 대신 ‘너가’나 ‘니가’라고 하는 것은 무엇보다 ‘네가’라고 하면 ‘내가’와 헷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네가 사는 거냐?”라고 한다면 ‘네가’의 발음이 ‘내가’와 거의 같아 “내가 사는 거냐?”로 들릴 수도 있다. 그래서 아마도 말할 때 ‘너가’나 ‘니가’로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2인칭 대명사인 ‘너’는 뒤에 ‘가’가 올 때는 ‘네’가 되는 것이 우리말 어법이다. 즉 “너는 여기 가만히 있어라”처럼 ‘는’이 붙을 경우엔 ‘너’가 되지만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니”와 같이 ‘가’가 붙을 때는 ‘네’가 된다. 따라서 ‘너가’는 ‘네가’의 잘못이다. ‘니가’는 ‘네가’를 입으로 말할 때 일반적으로 쓰이는 말이다. ‘니가’를 일부 지방의 방언으로 올려 놓은 사전도 있지만 요즘은 전국에서 두루 쓰이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2021.10.11. 19:00

[우리말 바루기] 오늘 밤 12시와 내일 0시

“21일 자정부터 시행한다”고 하면 ‘21일 0시’로 생각하는 이도 있고 ‘21일 밤 12시’로 이해하는 이도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엔 ‘자정’을 ‘밤 12시’로 올려놨다.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 개념이다. 우리 조상들의 시각은 좀 달랐다. 예전엔 하루를 열둘로 나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등 십이지(十二支)의 이름을 붙여 불렀다. ‘자정’은 전날 밤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1시까지를 이르는 ‘자시’의 한가운데를 뜻한다. 자시가 십이시(十二時) 중 첫째 시인 점을 감안하면 예전엔 자정을 시작점으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자정은 하루의 시작인 0시와 마지막인 밤 12시의 개념을 함께 품은 말이다. 자정 대신 하루의 시작은 0시, 끝맺음은 밤 12시로 표현하면 오해 없이 어떤 시점을 정확히 나타낼 수 있다. “21일 밤 12시부터 시행한다”고 하면 헷갈릴 염려가 없다. “22일 0시부터 시행한다”고 표현할 수도 있다. ‘21일 밤 12시’는 ‘22일 0시’인 셈이다.

2021.10.10. 19:00

[우리말 바루기] '헬스장을 끊다'

“헬스장을 끊었다.” 헬스장 가기를 그만뒀다는 것일까, 아니면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일까. 같은 말이 이렇게 정반대로 해석될 수 있다니 재미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아마도 ‘끊다’를 ‘등록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가 많을 것 같다. 하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면 ‘끊다’의 뜻풀이 중 정확하게 이런 의미로 올라 있는 것은 없다. 그렇다면 왜 ‘등록한다’는 뜻으로 ‘끊다’가 쓰이게 됐을까. ‘끊다’의 여러 가지 의미 중에는 “한복감을 끊다” “기차표를 끊다”에서와 같이 옷감이나 표 따위를 사다는 의미도 있다. 옷감을 잘라서 사는 것을 ‘끊다’고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차표 또한 종이 승차권을 쓰던 시절엔 ‘끊다’를 ‘구매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던 것이다. 표를 구매하는 행위를 ‘끊다’고 표현하던 것이 굳어져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에 등록하는 일도 ‘끊다’고 표현하게 된 것이다. 헬스장 등에 입장할 수 있는 회원권을 구매하는 일이 ‘입장권을 사다’는 의미와 연결돼 ‘끊다’가 ‘등록하다’는 의미로 확장된 것이라 할 수 있다.

2021.10.08. 19:00

[우리말 바루기] '우연찮다'와 '우연하다'

오랜만에 동창을 길거리에서 만났다. “이렇게 우연찮게 만나게 돼 신기하고 반갑다.” “나도 우연히 만나리라고 생각도 못했어.” 둘 다 우연히 만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한 명은 ‘우연찮다’를, 다른 한 명은 ‘우연하다’를 사용하고 있다. ‘우연찮다’가 ‘우연하다+아니하다’의 준말이라는 것을 떠올려 보면 ‘우연찮게’를 쓴 게 잘못된 표현 같기도 하다. ‘시원찮다’ ‘만만찮다’ 같은 준말이 ‘시원하다’ ‘만만하다’의 반대말로 쓰이는 것을 보면 ‘우연하다+아니하다’를 줄여 쓴 ‘우연찮다’는 ‘우연이 아니다’는 뜻으로 써야 맞는 것 같다. 단어의 형성 과정을 살펴보면 반대의 뜻으로 쓰여야 할 것 같지만 ‘우연하다’와 ‘우연찮다’는 둘 다 ‘뜻하지 않게’라는 의미로 별 차이 없이 쓰이고 있다. 처음엔 ‘우연찮다’가 ‘우연하지 아니하다’는 어원에 따라 ‘필연적’이라는 의미로 쓰였겠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이 우연도 아니고 필연도 아닌 그 중간 정도에 이 말을 사용하다 보니 이를 받아들여 변화된 의미를 인정했다.

2021.10.07. 19:00

[우리말 바루기] 누구 겁니까?

“화천대유는 누구 껍니까?” 요즘 자주 듣는 말이다. “누구 껍니까?”는 “누구 겁니까?”로 고쳐야 한다. ‘겁니까’는 ‘것입니까’를 구어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이러한 표기법 혼란은 인기를 끌었던 노랫말도 한몫했다.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이란 가사가 입에 익으며 ‘내꺼’라고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발음에 이끌려 ‘거’를 ‘꺼’로 쓰기 쉽지만 우리말에 ‘꺼’란 단어는 없다. ‘내꺼’는 ‘내 거’가 바른 표기다. 습관적으로 앞말과 붙이는 것도 잘못이다. ‘것’을 구어적으로 이르는 말인 ‘거’는 의존명사다. 의존명사는 앞에 꾸며 주는 말이 있어야 하나 명사와 같은 기능을 한다. 앞말과 띄는 게 원칙이다. ‘꺼야’의 ‘꺼’도 된소리가 아닌 예사소리로 적어야 한다. “우릴 웬만해선 막을 수 없을꺼야” “이 정도면 충분할꺼야”처럼 쓰면 안 된다. ‘것’의 입말인 ‘거’에 어미 ‘야’가 붙은 형태다. ‘꺼야’가 아닌 ‘거야’로 사용해야 한다. ‘거’가 의존명사이므로 ‘없을 거야’ ‘충분할 거야’와 같이 앞말과도 띄어 쓴다.

2021.10.06. 19:00

[우리말 바루기] 참석, 참가, 참여

행사에 가거나 관여하는 것을 표현할 때 ‘참석, 참가, 참여’ 어느 것을 써야 할지 망설여진다. ‘참석’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모임이나 회의 등에 함께하는 것에 쓰인다. ‘참석(參席)’은 한자어로 ‘자리석(席)’자가 들어 있어 자리에 앉아서 하는 모임이나 행사를 연상하면 된다.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처럼 비교적 작은 행사에 자리하는 경우에 잘 어울린다. ‘참가’는 ‘참석’보다는 규모가 크고 움직임이 활발한 행사에 함께할 때 사용된다. “이번 올림픽에 참가한다”처럼 특히 경연 성격의 행사나 모임에 쓰기에 알맞다. ‘참여’는 어떤 일에 끼어들어 적극적으로 관계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같이 사용된다. ‘현실 참여’처럼 대상이 다소 추상적인 측면에 더욱 잘 어울린다. 그렇다면 “어린이날 행사에 ( )했다”에는 무엇이 적절할까? ‘참석’ ‘참가’ 모두 가능하다. 달리기 등 어린이날 열리는 각종 경연에 직접 함께하는 것이라면 ‘참가’가, 단순히 기념 행사에 가서 자리를 차지하는 것(출석)이라면 ‘참석’이 알맞다.

2021.10.05. 19:00

[우리말 바루기] ‘-마는’과 ‘만은’

“아침엔 기온이 뚝 떨어지겠지마는 낮엔 볕이 강해 일교차가 크게 벌어지겠습니다.” 이때 ‘떨어지겠지만은’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떨어지겠지마는’으로 쓰는 게 바르다. ‘-마는’과 ‘만은’은 발음이 같아 헷갈리기 쉽다. ‘-마는’은 종결어미 ‘-다, -냐, -랴, -지’ 뒤에 붙어 앞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에 대한 의문이나 그와 어긋나는 상황 등을 나타내는 보조사다. ‘-지, -다’와 결합해 확대된 연결어미 ‘-지마는, -다마는’을 만들기도 한다. ‘-마는’은 ‘-만’으로 줄일 수 있다. ‘-마는’의 준말이 ‘-만’이어서 ‘만은’과 더 혼동하기도 한다. ‘떨어지겠지마는’을 ‘떨어지겠지만’으로 쓸 수 있으나 ‘떨어지겠지만은’이라고 하는 건 잘못이다. ‘만은’은 보조사 ‘만’과 ‘은’이 중첩된 형태다. ‘만’은 명사 뒤에서 어느 것을 한정하거나 어미 ‘-지’ 뒤에서 무엇을 강조할 때 쓰인다. ‘은’도 강조의 뜻을 나타낸다. ‘만은’이 어미 ‘-지’ 뒤에 올 때는 대부분 부정어가 뒤따른다. “너만은 안 그럴 줄 알았어”처럼 사용한다.

2021.10.03. 19:00

[우리말 바루기] 장애인 비하 속담·관용구

장애인에 대한 비하는 직접적으로 장애인을 겨냥한 발언에서 나오는 경우는 드물고,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예가 더 많다. 특히 무심히 사용하는 속담이나 관용구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이 들어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적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꿀 먹은 벙어리’와 ‘장님 코끼리 만지기’다. 인권위는 ‘꿀 먹은 벙어리’는 문맥과 상황에 따라 ‘말문이 막힌’ ‘말을 못하는’ 등으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는 ‘일부만 알면서 전체를 알듯이’ ‘주먹구구식’ 등으로 바꾸어 쓸 것을 권하고 있다. ‘눈먼 돈’과 ‘외눈박이 ○○’도 있다. ‘눈먼 돈’은 임자 없는 돈이나 우연히 생긴 공돈을 뜻한다. ‘외눈박이 ○○’은 한쪽으로 기울거나 편파적인 경우에 사용되는 말이다. 상황에 따라 ‘눈먼 돈’은 ‘주인 없는 돈’, ‘외눈박이 ○○’는 ‘편파 ○○’ 등으로 바꾸어 쓸 수 있다. ‘장애를 앓고 있다’는 표현 또한 장애를 질병이나 결함으로 여기는 것이기 때문에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식으로 쓸 것을 권하고 있다.

2021.10.01. 20:01

[우리말 바루기] ‘에’와 ‘에게’

체언에 따라 ‘에게’와 ‘에’를 구분해 써야 한다. ‘에게’는 감정이 있는 사람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말(유정물) 뒤에 붙는다. “지인들에게 이곳을 소풍 장소로 꼭 추천하고 싶어요” “고양이에게 반드시 필요한 용품입니다”처럼 사용한다. 감정이 없는 식물이나 무생물을 나타내는 말(무정물) 뒤엔 ‘에게’가 아닌 ‘에’가 붙는다. “미세먼지가 자동차에게 미치는 영향” “화분에게 물을 주면 안 되나요?” “세상에게 도전하라”와 같이 쓰면 어색하다. ‘자동차에’ ‘화분에’ ‘세상에’로 고쳐야 바르다. 동화나 시 등에서는 “심술쟁이 바람이 해님에게 말을 걸었어요” “나무에게 길을 묻는 이”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화자가 무생물이나 식물을 의인화한 경우라면 ‘에게’를 붙일 수 있다. 신문이나 방송 등의 매체에서 기사 제목을 달 때 글자 수를 줄이기 위해 임의로 ‘에게’가 올 자리에 ‘에’를 쓰기도 한다. “대통령에 듣는다” “신임 당 대표에 묻는다”와 같은 식으로 표현하는 일이 잦지만 원칙에는 어긋나는 방법이다.

2021.09.30. 19:00

[우리말 바루기] 주스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은 외래어다. 외국에서 들어온 말로 국어처럼 쓰이는 대표적인 단어들이다. 문제는 헷갈리는 표기법이다. ‘텔레비젼’ ‘쥬스’ ‘쵸콜릿’으로 쓰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들 표기가 원음에 더 가깝게 느껴져서라고 주장하지만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으로 적어야 한다. 외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표기가 현지 발음에 더 가까운지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한글 맞춤법이나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처럼 외래어에도 표기법이 있어서다. 외래어 표기법에선 ‘ㅈ’ ‘ㅊ’에 이중 모음이 결합한 ‘쟈, 져, 죠, 쥬’ ‘챠, 쳐, 쵸, 츄’를 쓰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 저, 조, 주’ ‘차, 처, 초, 추’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말에선 구개음(입천장소리)인 ‘ㅈ’ ‘ㅊ’ 뒤에서는 ‘ㅑ, ㅕ, ㅛ, ㅠ’가 발음상 ‘ㅏ, ㅓ, ㅗ, ㅜ’와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소리가 구별 안 되니 ‘져’와 ‘저’, ‘쥬’와 ‘주’, ‘쵸’와 ‘초’ 등을 구분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런 이유로 ‘텔레비전’ ‘주스’ ‘초콜릿’으로 표기한다.

2021.09.29. 19:00

[우리말 바루기] ‘~하다’와 ‘~되다’

주식과 관련해 ‘붕괴됐다’ ‘마감됐다’로 끝맺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왕이면 ‘붕괴했다’ ‘마감했다’로 쓰는 게 좋다. ‘~하다’로 끝맺어도 되는데 불필요하게 ‘~되다’를 남발할 때가 많다. ‘~되다’라고 해도 틀린 것은 아니지만 ‘~하다’로 끝맺는 게 우리말답다. “유사한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관련 법률을 손질했다” “그곳에서 이상 신호가 발생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런 불합리한 관행은 시정돼야 한다”도 ‘~되다’보다 ‘~하다’로 쓰는 게 바람직하다. “재발하지 않도록” “이상 신호가 발생한” “시정해야 한다”로 바꿔도 의미 차이가 나지 않는다. 굳이 ‘~되다’로 표현할 필요가 없다. “그의 말이 전적으로 옳다고 생각된다”와 같이 자기 판단이나 의지를 드러내면서도 피동으로 표현한다. “옳다고 생각한다”로 고쳐 말하는 게 낫다. 습관적으로 ‘~되다’를 붙이다 보니 불필요한 피동문이 넘쳐난다. “우리 마을에 도서관이 우선적으로 확충돼야 한다”보다 “우리 마을에 도서관을 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해야 문장에 힘이 실린다.

2021.09.26. 19:00

[우리말 바루기] ‘딴죽’과 ‘딴지’

‘딴죽’과 ‘딴지’란 말은 흔히 혼용된다. 실생활에서 ‘딴지’란 단어가 빈번하게 사용되는데도 비표준어란 꼬리표는 늘 따라다녔다. 여전히 ‘딴죽’으로 고쳐 써야 한다고 알고 있는 이가 많다. 지금은 ‘딴지’와 ‘딴죽’ 모두 표준말이 됐다. ‘딴죽’만 계속 표준어로 인정해 오다 2014년 실제 언어생활에서 사용 빈도가 높은 ‘딴지’를 별도 표준어로 추가했다. 두 낱말의 뜻은 조금 다르다. ‘딴죽’과 더불어 ‘딴지’도 표준어로 인정하되 두 낱말의 미묘한 어감 차이를 반영해 사전에 올렸기 때문이다. ‘딴죽’은 이미 동의하거나 약속한 일에 대해 딴전을 부림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등재됐다. 주로 “딴죽 걸다” “딴죽 치다” 형태로 쓰인다. “오늘 결정한 안건에 대해 나중에 딴죽을 걸면 안 돼”처럼 사용한다. ‘딴지’는 주로 걸다, 놓다와 함께 쓰여 일이 순순히 진행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거나 어기대는 것을 의미하는 말로 사전에 올랐다.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함축돼 있다. “무슨 일을 하든 꼭 딴지를 놓는 사람이 있지요”와 같이 사용한다.

2021.09.24. 19:00

[우리말 바루기] 나날이, 다달이, 철철이

일취월장(日就月將)은 나날이 다달이 자라거나 발전함을 이른다. 달마다를 이르는 말로 ‘달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다달이’로 표기하는 게 바르다. 매일매일을 이르는 ‘나날이’도 ‘날날이’로 사용하지 않는다.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때 ‘ㄹ’ 소리가 나지 않으면 안 나는 대로 적는다. ‘ㄹ’ 받침을 가진 말이 합성어나 파생어를 형성할 때 ‘ㄹ’ 받침이 발음되지 않게 바뀌었다면 바뀐 대로 표기한다는 얘기다. 대체로 끝소리 ‘ㄹ’은 ‘ㄴ, ㄷ, ㅅ, ㅈ’으로 시작하는 말 앞에서 탈락한다. 따님(←딸+님), 차돌(←찰-+돌), 화살(←활+살), 바느질(←바늘+질) 등과 같이 쓰인다. ‘날’은 ‘ㄴ’으로, ‘달’은 ‘ㄷ’으로 각각 시작하는 말이므로 ‘날날이’ ‘달달이’가 아니라 그 앞의 받침 ‘ㄹ’이 탈락해 ‘나날이’와 ‘다달이’가 된다. 돌아오는 철마다를 뜻하는 ‘철철이’의 경우는 이와 다를까? ‘ㄹ’ 받침 뒤에 ‘ㅊ’으로 시작하는 말이 왔으므로 앞의 ‘ㄹ’을 탈락시키지 않고 그대로 ‘철철이’라고 표기한다.

2021.09.23. 19:00

[우리말 바루기] 귀한 병도 있나요?

‘희귀질환’이란 용어는 다소 어색하게 들린다. ‘희귀(稀貴)’는 드물 희(稀)와 귀할 귀(貴)자로 구성된 한자어다. 글자 그대로 드물어서 귀함을 뜻한다. 희귀 금속, 희귀 우표, 희귀 동전 등을 생각하면 의미가 바로 와 닿는다. 양이 적어서 귀한 대접을 받는 것들이다. 예전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관련해 종종 언급됐던 희토류 역시 희귀 광물이라 할 수 있다. 첨단제품 제조에 꼭 필요한 물질이지만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기 때문에 중국이 수출을 막으면 큰 피해가 우려됐었다. 이처럼 ‘희귀’는 드물어서 귀하게 대접받는 것에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희귀질환’이란 말은 의미가 잘 통하지 않는다. 드문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그것을 귀하게 대접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말이 ‘희소질환’이다. ‘희소(稀少)’는 매우 드물고 적음을 뜻한다. 어떤 현상의 많고 적음만을 나타내는 가치중립적 단어다. 희소물자·희소가치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드물게 발견되는 질환이라면 ‘희소질환’이라 부르는 것이 적절하다.

2021.09.21. 19:00

[우리말 바루기] ‘회자’와 ‘구설’

“온갖 범죄의 온상으로 회자되고 있다.” 여기서 ‘회자(膾炙)’는 회와 구운 고기라는 의미다. 오래 사랑 받으면서 사람들이 즐기던 음식이란 점에서 칭찬을 받으며 사람의 입에 자주 오르내림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의 잔혹한 행위에 대한 소문이 회자되고 있다”와 같이 표현하면 안 된다. 부정적이거나 나쁜 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땐 ‘회자’란 말을 사용할 수 없다. “그의 미담은 오늘날까지도 회자된다”처럼 쓰인다. 반대로 “구설에 오르다”는 안 좋은 일로 남의 얘깃거리가 될 때 사용한다. 이를 “구설수에 오르다”고 하는 사람도 많지만 잘못된 표현이다. ‘구설’은 시비하거나 헐뜯는 말이고 ‘구설수’는 그런 말을 들을 운수다. “구설에 오르다” 대신 “말밥에 오르다” “입길에 오르다”로도 표현한다. ‘말밥’은 좋지 못한 이야기의 대상을, ‘입길’은 남의 흉을 보는 입놀림을 이르는 말이므로 안 좋은 일로 다른 사람의 말거리가 될 때 쓸 수 있다. ‘입방아’란 말도 사용할 수 있는데 대상은 나쁜 일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2021.09.20. 19:00

[우리말 바루기] 구어체 표현

요즘 들어 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표현이 ‘~거’라는 말이다. “괜히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거다”처럼 ‘거’나 ‘거다’ 표현이 많이 쓰인다. ‘거’ ‘거다’는 ‘것’ ‘것이다’를 입으로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이다. 즉 구어체 표현이다. 구어체란 글이 아닌 일상적인 대화에서 주로 쓰는 말을 가리킨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주의해야 한다. 글의 문장은 말보다 완전하고 체계적이어야 한다. 글에서 말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표현이 나온다면 글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글을 쓸 때는 “괜히 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처럼 적는 것이 바람직하다. “해논 것이 없다” “따논 일이나 마찬가지다”처럼 ‘놓은’을 줄여 ‘논’으로 표현하는 것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해논’은 ‘해놓은’, ‘따논’은 ‘따놓은’의 줄임말이다. “재밌는 이야기들을 옮겨놨다”처럼 ‘재밌는’이나 ‘옮겨놨다’도 마찬가지다. 각각 ‘재미있는’과 ‘옮겨놓았다’의 축약어다. 글에서 구어체를 많이 쓰면 말을 그대로 옮긴 것 같아 투박해진다.

2021.09.19. 19:00

[우리말 바루기] ‘부끄런 정치’

“정치가 부끄럽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당파적 이익만을 위해 싸우는 정치인들을 보면서 국민이 자주하는 말이다. 이때 ‘부끄러운 정치’를 ‘부끄런 정치’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부끄런’은 맞춤법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부끄럽다’는 ㅂ불규칙활용을 하는 형용사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아’나 ‘아’로 시작되는 어미 앞에선 ‘오’로, ‘어’나 ‘어’로 시작되는 어미와 매개모음을 요구하는 어미 앞에선 ‘우’로 변한다. ‘부끄럽-+-어’는 ‘부끄러워’로, ‘부끄럽-+-으니’는 ‘부끄러우니’로, ‘부끄럽-+-은’은 ‘부끄러운’으로 바뀐다. 이때 ‘부끄러운’을 ‘부끄런’으로 줄여 쓸 수 없다. 어간의 끝소리인 ㅂ이 ‘오/우’로 바뀌는 과정에서 이들 모음이 줄거나 탈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활용형인 ‘부끄러우니’를 ‘부끄러니’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ㅂ불규칙용언인 ‘가깝다’ ‘쉽다’를 활용한 ‘가까운’ ‘쉬운’을 ‘가깐’ ‘쉰’으로 줄이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2021.09.17. 19:00

[우리말 바루기] '머지않은'과 '멀지 않은'

“머지않은 미래엔 드론을 이용한 배달이 정착될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고 영상을 이용해 진료를 받는 시대가 멀지 않았다.” 이처럼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타낼 때 ‘머지않다’ 또는 ‘멀지 않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둘은 어떻게 다를까? ‘머지않다’는 가까운 미래를 뜻하는 말이다. 즉 시간적으로 가깝다는 의미다. 주로 ‘머지않아’ ‘머지않은’ 꼴로 쓰인다. 한 단어로 취급해 사전에 올라 있는 낱말이므로 ‘머지 않다’ ‘머지 않아’ ‘머지 않은’ 등처럼 띄어쓰기를 해서는 안 된다. 모두 붙여야 한다. 따라서 앞의 예문에서 ‘멀지 않았다’는 ‘머지않아다’로 바루어야 한다. 이와 달리 ‘멀지 않다’는 두 단어다. ‘멀다’에 ‘않다’가 붙은 형태로,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다는 뜻이다. 한 단어가 아니므로 ‘멀지’와 ‘않다’를 띄어 써야 한다. “집에서 학교까지의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머지않다’는 시간적인 개념을, ‘멀지 않다’는 공간적인 개념을 나타낸다고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2021.09.16. 19:00

[우리말 바루기] ‘앉은뱅이책상’

요즘은 대부분 하반신 장애인이란 용어를 쓰고 있지만 ‘앉은뱅이’라는 말도 종종 사용된다. 바로 앉은뱅이책상·앉은뱅이저울·앉은뱅이걸음·앉은뱅이놀이 등과 같은 낱말이다. 이런 말은 대상의 속성을 장애에 비유한 표현이어서 낱말 자체에 장애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장애인을 직접적으로 지칭하는 것이 아니어서 대부분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지만 장애인에겐 이 역시 큰 상처로 다가갈 수가 있다. ‘앉은뱅이의자’는 ‘낮은 의자’, ‘앉은뱅이저울’은 ‘대칭’으로 바꿔 부를 수 있다. ‘난쟁이’가 들어간 낱말도 비슷한 경우다. 난쟁이춤·난쟁이잠자리·난쟁이붓꽃·난쟁이바위솔·난쟁이버들·난쟁이패랭이꽃·난쟁이돌고래 등 수없이 많다. 이 역시 바람직한 표현이 아니나 대부분은 아직 대체어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벙어리장갑·벙어리저금통·곱사등이춤(곱사춤) 등도 장애인과 관련된 표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벙어리장갑’ 대신 ‘손모아장갑’으로 부를 것을 권하고 있다.

2021.09.15. 19:00

[우리말 바루기] 전 대회 우승팀

얼마 전 끝난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야구팀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안고 돌아왔다. 이에 언론에선 ‘디펜딩 챔피언 한국 야구, 실력도 근성도 부족했다’는 등의 제목이 달리기도 했다. ‘디펜딩 챔피언(Defending Champion)’은 전년도 또는 지난 대회 우승자나 우승팀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켜야 한다는 의미의 ‘디펜딩’과 승자를 뜻하는 ‘챔피언’이 결합한 말로, 단어 그대로 풀이하면 지난번에 우승했기 때문에 지금은 그것을 방어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는 우승자나 우승팀이라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인 ‘디펜딩 챔피언’을 대신할 쉬운 말로 ‘우승지킴이’를 선정한 바 있다. 우승을 지켜야 하는 입장이란 의미를 충실하게 반영한 용어라 생각된다. 다만 “디펜딩 챔피언과 맞붙었다”를 “우승지킴이와 맞붙었다”로 바꾸는 경우처럼 다소 부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굳이 지켜야 한다는 의미를 넣지 않아도 된다면 ‘전 대회 우승팀’ 또는 ‘직전 우승팀’ 등으로 바꿔도 큰 문제는 없을 듯하다.

2021.09.1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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