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40년 전 서울 변두리의 한 초등학교로 전학을 간 학생이 있었다. 첫날 그 학생에게 주어진 학급 번호는 103번이었다. 그 후로도 세명의 학생이 더 전학을 와서 그 학급의 번호는 106번 까지 진행되었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가시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학생의 학급 번호가 106번이라는 것은 학생 수가 106명이 된다는 것으로 요즘 보통 초등학교의 한 학년 수와 맞먹는 숫자다.
2008년 하반기부터 불어닥친 경제위기는 교육계도 피해갈 수가 없었다. 캘리포니아의 교육예산은 최근 몇년간 계속 삭감되어 지난 2월 116억달러를 삭감한데 이어 7월에 시작된 올 회계연도에는 61억 달러를 삭감했다. 이와 같은 교육예산의 삭감은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시스템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지금 캘리포니아 곳곳의 주립대학들에서는 한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등록금 인상으로 인한 대규모의 과격한 항의 데모가 벌어지고 있으며 각 교육구에서는 교사 해고와 학급당 학생 수의 증가 예체능및 영재 프로그램 등이 축소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재정난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각 학교와 교육구에서는 재원마련을 위한 여러가지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계획은 곧 각 가정의 부담으로 이어져 아이들은 여러 가지 명목으로 펀드레이징 아이템을 학교에서 부지런히 가져오고 있다. 또한 학교의 스포츠 팀과 예체능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도네이션 요구도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띄게 변한 학교의 모습 중 하나는 학급의 인원 수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대규모의 교사 해고는 학급당 인원 수를 증가시키고 있다. 엘에이의 한 6학년 영어교실에는 50명의 학생들이 앉을 자리가 없어 책상 또는 바닥에 앉아 있으며 선생님은 수백명의 에세이를 검토하여야 한다.
1996년 캘리포니아는 학급당 인원 수를 축소 제한하는 획기적인 인센티브 프로그램을 제정하였다. 이 프로그램에 따르면 킨더에서 3학년까지의 학급 인원은 20명 이하로 제한되며 일년에 일인당 $1071를 받도록 되어있다.
하지만 현재 많은 교육구에서 이러한 원칙은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옛 이야기 거리로 변하고 있다. 저학년의 학급당 인원은 20명을 훌쩍 넘어 거의 30명 수준까지 허용되고 있다.
개개인의 학습 능력과 발달과정을 고려하고 학생만이 아닌 가정과의 소통을 중요시 해야 하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예체능 교사나 스탭들의 해고 역시 그들이 하던 업무를 각 교실의 선생님들이 떠 안게 되어 업무량이 대폭 늘어났다.
이러한 학생 수의 증가와 업무량 증가는 자연히 교육의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20명의 학생도 능력 없는 선생에게는 과한 인원이며 훌륭한 자질이 있는 선생에게는 30명의 학생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원론적인 이야기가 있다 하더라도 지난 13년간 지켜왔던 캘리포니아의 교육은 뒷걸음 쳐 진 것이 분명하며 개별적인 학습과 특별한 신경을 써 줘야 하는 학생들에게는 큰 타격이 될 수 밖에 없다.
미국에 계신 한국분들의 대부분은 보다 개선된 교육환경을 염두에 두고 이주 하신분들이며 한국의 교육환경과 가장 쉽게 비교되는 부분이 학급의 인원수였을 것이다. 위에 예로 든 100명을 넘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부모님의 학습 환경에서는 560명이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교육에는 여러가지 중요한 요소가 많지만 학급 인원수만을 놓고 비교하자면 이제는 미국의 환경이 더 이상 한국보다 우월하다고 볼 수 없다.
모두에게 힘들었던 2009년이 끝나가고 있다. 해가 바뀐다 해서 캘리포니아가 재정적자에서 벗어난다는 보장은 없으나 그래도 경제위기가 점차 해소되고 교육환경도 보다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계속 발달하고 있는 교육 방법과 학교와 학부모의 지혜를 모은다면 우리의 자녀에게 개선된 교육 환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