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생로병사희怒애락-6] 범죄에 쓰러져간 한인들 "어떻게 이런 참사가···" 분노한 한인

Los Angeles

2009.12.28 19:3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총기난사에 경찰 과잉진압 논란…꼬리문 '비극'
분노는 아쉬움이다.

왜 그랬어야만 했을까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2009년에도 한인사회에 공분이 가득했다. 대상만 달랐을 뿐 막지 못한 사건들로 인해 한인들은 무력감에 화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잔인함은 4월부터 찾아왔다. 20일 동안 한인 6명이 목숨을 잃었다.

2일 캘스테이트 롱비치 대학생 케이트 수 이씨가 베트남계 남자친구에 의해 살해됐다. 몸 아픈 남동생 보살펴주고 싶다고 간호사가 되려 했던 착한 누이였다. 한인들은 범인의 어리석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

닷새후 테미큘라 꽃동네 피정의 집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도 한인들을 경악케 했다. 봉사자 정수찬씨가 2쌍의 한인 봉사자 부부에게 총격을 가해 1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겼다. 기도의 안식처가 지옥으로 변한 사건을 접한 한인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탄식의 말만 삼켜야 했다.

이어 10일과 12일 연속으로 한인 남녀가 경찰 총격에 사망하면서 한인들의 공분은 극에 달했다.

수지 영 김씨가 13개월된 자신의 딸을 태우고 경찰과 추격전을 벌이다 차안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데 이어 이틀 뒤 북가주 폴섬시에서도 조셉 한씨가 칼을 든 채 경찰에 저항하다 경관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의 과잉진압의 논란이 야기됐고 한인들은 서명운동으로 참을 수 없었던 화를 표출했다.

5월에는 한국에서 변고가 들려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었다. 뉴스를 접한 한인들은 분노의 대상은 달랐겠지만 노여움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이는 희생양을 찾으려한 정부를 탓했고 어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을 무책임하다 했다.

하반기에도 한인들을 화나게 한 사건들은 계속됐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놓고 밝혀지지 않고 있는 진실들도 그 틈바구니에 있다. 하지만 가장 울분을 토했던 사건은 12월에 발생한 두 한인의 죽음이다.

LA외곽 베니스 지역에서 임신부 강은희(38)가 정신병력이 있는 흑인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피살됐다. 용의자는 짐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지 말라는 강씨의 애원이나 범행을 발견한 목격자의 만류도 범행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체포됐지만 정신병세가 있다고 판단되면 그는 실형을 면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를 나흘 앞두고 댈러스에서는 '도우넛 천사'가 강도의 총에 스러졌다. 숨진 정기선(46)씨는 산타 모자를 쓰고 가난한 이웃 아이들에게 도우넛을 무료로 나눠주곤 했다. 성실한 남편이고 두딸의 멋진 아빠였다. 강도들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다.

올해를 사흘 남겨놓고 굳이 아픈 노여움을 되새김질 하는 것은 잊지 않기 위해서다. 삶과 늙어감 아픔과 죽음 그리고 기쁨을 각인하고 싶은 것 처럼. 그래서 분노는 일회용품 처럼 버리는 감정의 쓰레기가 아니라 끝을 지켜보고 잊지 말아야 하는 숙제다.

정구현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