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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로병사희노哀락-7] 몽골 유학생 카드바드 심짐 "고국선 풍족했는데···이방인 생활 서글퍼"

Los Angeles

2009.12.29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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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서 파트타임…환율 때문에 부모 도움 꿈도 못꿔
빛은 그늘을 동반하다. 찬란했던 제국의 광영 뒤엔 몰락한 민족의 슬픔이 배어있다.

몽골 유학생 카드바드 심짐(23.사진). 그는 혼자다. 13세기 세상을 호령했던 몽골 제국의 후예는 21세기 신대륙에서 이방인일 뿐이다. 미국내 몽골인 커뮤니티는 미약하기 그지없다. 네트워크 자체가 구성되어 있지 않다. 약 1만명으로 추정되는 미국내 몽골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면서도 손을 잡지 못한다. 여기저기 떠도는 유목민의 기질 탓이라고 자위한다.

심짐은 지난 2008년 11월 넓은 세상을 눈에 담기 위해 태평양을 건넜다. 모든 것이 신기했다. 높은 빌딩들 넘치는 자동차 다른 피부색의 수많은 사람들. 신대륙의 경이로움에 혼을 빼앗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커뮤니티 단위로 구성된 이민사회 미국의 참모습에 좌절했다.

심짐은 몽골 항공사의 기장인 아버지를 두었다. 고향에서 그는 풍족했고 행복했다. 학업도 뛰어났다. 영어도 독학으로 깨쳤다. 90년대 초 몽골의 가정에선 흔치 않았던 케이블 TV를 통해 공부했다. "아버지는 모든 걸 주셨어요. 저를 강하게 키웠습니다. LA로 건너올 때 비행기 표를 구입하라며 1000달러를 주셨습니다. 그 돈은 아버지가 4년간 모은돈이에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면 유학 자체가 불가능했지요."

심짐은 현재 LA한인타운 내 위치한 '인터내셔널 칼리지'에서 국제무역을 공부때고 있다.

엄청난 환율차이로 부모의 도움은 꿈도 못 꾼다. 다운타운의 한 식당에서 파트타임으로 겨우 생활을 유지한다. 월세 700달러의 아파트에서 룸메이트와 같이 산다. 사생활은 사치다. 외식 한번 한 적이 없다. 생존이 걸린 문제다.

파트타임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고향 꿈을 꾼다. 이 버스가 하늘을 날 수 있다면…. 고향의 초원을 달리는 상상은 언제나 행복하다.

그러나 상상일 뿐. 버스에서 내리면 현실의 냉혹함에 온몸을 떤다. 이곳에 몽골의 향기는 없다. 삶의 희노애락을 나눌 동족이 사무치게 그립다. 그러나 그들은 없다. "외로움은 슬픔으로 바뀌고 그 순간 내가 왜 여기로 왔지라는 생각이 몰려와요. 참는 수 밖에 없는 거죠."

심짐은 슬플 때마다 몽골 민족의 영웅 칭기스 칸을 떠올린다고 한다. 제국을 건설했던 그도 언제나 외로웠다. 슬픔은 마음을 단련하는 무기다. 슬픔을 이겨내는 사람만이 강해진다. 슬픔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황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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