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마감하는 오늘 즐거움을 말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부침 많았던 한해였기에 마냥 즐겁기란 어렵습니다.
돌아보면 올해 가장 힘들었던 건 팍팍해진 살림살이였습니다. 기업들의 줄도산 소식은 피부로 와닿지 않았습니다. 졸라멘 허리띠에 더이상 새 구멍을 뚫기조차 어려웠던 내 집 사정이 남을 돌아볼 여유를 주지 않았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어디 이 정도로 힘들거라고 상상 했습니까.
LA한인사회 경제도 내 집 가계부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대형 은행이 무너졌고 하루가 다르게 문 닫는 업소들이 늘었습니다. 살아 남은 업체들은 저가 전쟁을 벌이면서 생존에 발버둥을 쳤습니다. 10달러 아래로 떨어진 '무제한 고기 부페'에는 손님들의 인색한 주머니 사정이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돈 없으면 건강이라도 기대하고 싶었지만 신종플루라는 질병은 그나마도 허락치 않았습니다. 라카냐다 지역을 덮친 산불은 또 어땠습니까.
돌아보니 웃기가 어려워 참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한 해를 보냈습니다. 그래서 즐거울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2009년을 시작(生)하며 사계절을 겪었고(老) 아파했고(病) 삶에 좌절하고(死) 기뻐하고(喜) 분노(怒)하고 가슴 아파했던(哀) 까닭입니다.
낙의 정의는 '살아가는 데서 느끼는 즐거움'입니다. 즐겁기만 하다면 즐거움이 낙으로 여겨질리 없습니다. 탄생이 죽음으로 의미가 있는 것 처럼 고난이 있었기 때문에 즐거움은 의미가 있습니다.
새해를 맞는 오늘의 낙은 용기와 다짐입니다. 내년에도 되풀이 될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스스로와의 약속입니다. 희망이 있다면 2010년에는 즐거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