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은 한국 겨울올림픽의 ‘효자 종목’이다. 그간 겨울올림픽에서 딴 17개의 금메달이 모두 쇼트트랙에서 나왔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겨울올림픽=쇼트트랙 올림픽’이었던 셈이다. 올해도 가장 많은 금메달은 쇼트트랙에서 쏟아질 전망이다. 2006 토리노 올림픽에서 각각 3관왕에 올랐던 안현수·진선유는 없지만 새 얼굴들의 기량도 그 못지 않다는 평가다.
◆한국팀 라이벌은= 한국인 대표팀 감독(전재수)을 영입한 미국과 ‘전통의 강국’ 중국, 홈에서 대회를 치르는 캐나다가 이번 대회 최대 라이벌이다. 특히 선수들은 “캐나다가 제일 무섭다”고 입을 모은다. 홈 텃세 때문이다. 올 시즌 캐나다에서 열린 쇼트트랙 월드컵 3차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10차례 이상 실격됐다. 여자팀의 조해리는 “몸만 닿으면 바로 실격이다. 특히 한국팀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자칫 잘못하면 ‘제2의 솔트레이크 사태’가 날 수 있다. 2002년 솔트레이크 겨울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이 확실했던 김동성은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와 자리 다툼을 벌이다 반칙 판정으로 실격당했다.
◆단내 나는 체력 훈련 중= 남자팀의 성시백은 “올림픽 때는 레이스 도중 추월하려면 무조건 아웃코스로 가야 한다. 인코스로 추월할 경우 몸싸움이 치열해지기 때문에 홈 텃세가 심한 캐나다에서는 실격 우려가 크다”고 했다. 아웃코스 추월은 인코스 때보다 체력 소모가 심하다. 그래서 대표팀은 한 달여 남은 기간 체력 훈련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대표팀은 오전 5시에 일어나 오전·오후 4시간씩 훈련을 소화한다. 2시간가량 빙판 훈련을 한 뒤 곧바로 지상 훈련을 2시간 하는 식이다. 대회 전까지는 휴식일도 없다.
이규혁·이강석, 동반 메달 기대
한국이 역대 겨울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따낸 메달은 모두 2개다. 1992년 알베르빌 올림픽에서 김윤만이 은메달(1000m)을 땄고, 14년 뒤 2006년 토리노 올림픽 500m에서 이강석이 동메달을 추가했다.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에서는 가끔 금메달 소식을 전해오지만, 중압감이 큰 올림픽에서는 번번이 빙속 강국 선수들에게 밀렸다. 이번 밴쿠버 올림픽에서는 금빛 전망이 다소 밝다.
◆경쟁자는= 한국이 메달을 노리는 종목은 ‘빙속 듀오’ 이규혁·이강석이 나서는 남자 500m와 이규혁이 나서는 남자 1000m다. 이상화가 출전하는 여자 500m도 메달을 노린다. 이강석과 이규혁은 올 시즌 네 차례 월드컵 대회 성적으로 산정한 랭킹 1, 2위에 나란히 올랐을 정도로 최고 기량을 뽐내고 있다. 이상화는 여자 500m 월드컵 랭킹에서 세계기록 보유자 예니 볼프(독일)와 중국의 에이스 왕베이싱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남자 500m는 몸집이 작은 동양 선수들이 유리해 한·중·일 3파전이 예상된다. 일본의 나가시마 게이치로와 조지 가토, 중국의 류펑퉁이 좋은 기록을 내고 있다. 1000m에는 미국의 ‘인간 탄환’ 샤니 데이비스가 있다.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1000m 금메달을 목에 건 데이비스는 8개의 스피드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수집했다. 올 시즌 열린 네 차례 스피드 월드컵 대회에서는 이규혁이 두 차례 500m 금메달을 따냈고, 데이비스가 1000m 금메달을 휩쓸었다.
◆훈련은 어떻게= 스피드 대표팀은 16일 열리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스프린트 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지난주 일본 오비히로로 건너갔다. 올림픽 전 열리는 마지막 대회인 만큼 상대 선수들의 기량을 최종 점검할 수 있다. 대표팀 김관규 감독은 “빙속은 1000분의 1초를 다투는 기록 경기인 만큼 남은 기간은 컨디션 조절에 힘쓸 예정이다. 지금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올림픽 때 최상의 컨디션을 보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밴쿠버 동계올림픽 2010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