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사이에 돈 거래는 절대 해선 않된다" 라던지 "앉아서 주고 서서 받게 된다"는 하나도 그를 것 없는 옛말 때문에 누가 어렵다고 말할 때마다 겁부터 나는 게 사실이다. 에스크로 사무실로 오는 전화들 중 많은 부분이 돈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이다. 가깝게 지내는 상법 변호사들과의 만남에서도 비즈니스 화제는 마찬가지이니 이 또한 재미있다.
요즘은 많은 한인들이 문서에 익숙하고 적절한 형식을 갖춰 거래를 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예의로 문화가 굳어져 가지만 인정에 많이 이끌리는 우리네 감정상 냉정하게 '맺고 끝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 사업체의 거래에 있어서는 UCC(Uniform Commercial Code)의 형식으로 담보권을 걸 수 있다. 이때 빌려주는 금액과 수령자 그리고 기간과 이자에 대한 정확한 언급이 있는 약속 어음과 계약서가 수반되어야 한다.
완납시 위의 서류들을 채무자가 되돌려 받아서 담보물 해지를 하는 것이 정확한 절차이다. 그저 급한 마음에 담보권만을 등기 시키는 경우가 많으나 원금과 이자에 대한 시시비비가 따르는 것은 물론이고 중요한 것은 UCC서류에 채무 액수가 적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액이 불분명한 UCC담보권 때문에 에스크로 클로징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주택이나 커머셜 그리고 토지같은 부동산의 담보권으로 대개 Deed of Trust 혹은 Deed of Trust with Assignment of Rent의 타이틀을 가진 서류를 채무자의 서명과 공증을 갖추어 해당 카운티에 등기 시키는 것이다.
UCC와는 달리 금액이 명시되기는 하나 이자와 채무기간 그리고 선지급 벌과금에 대한 명시가 분명치 않아 매치되는 약속어음을 함께 보관해야 한다. 부동산의 경우 약속된 페이먼트가 지급되지 않을 경우 렌트와 같이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입으로 대체할 수 있으므로 위의 두 가지중 렌트 어싸인에 대한 담보권이 대중적으로 쓰이고 있다.
모든 담보권은 완납시 등기본 원본과 보관되었던 약속 어음과 계약서 원본을 채무자에게 돌려주는 것이 상례이고. 원본을 채권자가 보관하고 채무자는 사본을 보관하는 것이 후에 혼돈을 방지하는 최소한의 대책이 될 수 있다. 이상하게도 5년 혹은 10년이 지나 원만하게 돈 관계를 정리하는 분들을 보면 원본을 보관해온 채무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갑을 열었던 사람은 받을 것을 결코 잊는 법이 없다. 빌려 간 사람의 얼굴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건만 얄미운 건망증은 치료약도 없이 모든 이들이 앓고 있다. 실수로 잃어버린 돈보다 빌려준 돈에 마음이 더 상하고 섭섭한 것이 인지상정이다. 처음 거절하는 입을 떼지 못했다면 좀 인정없이 냉정해 보여도 제대로 서류를 갖추는 것이 '피땀흘린 나의 돈'을 품위있게 앉아서 받는 현명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