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군인들에 “아버지~”…인순이, 애끊는 사부곡
New York
2010.02.05 20:52
카네기홀 콘서트에 100여명 초청…16개 참전국 유엔 주재 대사들도
"여러분은 모두 제 아버지입니다.(You are all of my father)”
5일 오후 6시 맨해튼 카네기홀 2층 리셉션홀로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하나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60년전 한국전에 참전했던 노병들이다. 뉴욕과 뉴저지에 있는 한국전 참전군인회에 소속된 노병들은 이날 특별한 이의 초대를 받아 카네기홀을 찾았다.
바로 가수 인순이다. 인순이는 자신의 콘서트에 한국전 참전 미군 40여명과 6·25참전유공자회 회원 20명, 한국전 참전 16개국 유엔 대표부 관계자 등 100여명을 초청했다. 또 미 육군사관학교에 재학중인 한인 생도들에게도 초대장을 보냈다.
공연 시작 30분을 남겨놓고 무대복을 입은 채 리셉션홀을 찾은 인순이는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연신 고개를 숙이며 노병들에게 정중한 인사를 건넸다. 노병들은 박수로 인순이를 반겼다.
"여러분들을 만나 정말 반갑습니다. 오늘 콘서트 재미있게 보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모두 제 아버지 입니다.”
인순이는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영어로 건넸고 잠시 인사를 나눈 뒤 아쉬움을 남긴 채 공연을 위해 자리를 떴다.
한국전 발발 60주년을 맞아 콘서트에 한국전 참전군인들을 초대한 인순이에게 노병들은 남이 아니다. 바로 자신이 한인 어머니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던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우리 군인들이 베트남에서 그랬듯이 사랑은 아무런 이유없이, 전쟁터에서도 싹틀 수 있잖아요. 저는 아버지를 본 적도 없죠. 어디선가 자기 자식이 커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부담을 평생 갖고 계셨다면 이젠 그만 그 짐을 덜어 드리고 싶어요”
인순이는 과거 뉴올리언스로 유학을 갔다가 우연히 한국전 참전군인 묘역을 찾은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이국 땅에서 산화한 군인들의 묘비를 보고 가슴이 아팠다고 인순이는 말했다.
이날 리셉션장을 찾은 한국전 참전군인회 롱아일랜드중부지부 살 사칼라토 수석부회장은 “인순이의 아버지 역시 미군이었다는 것을 전해 들었다”면서 “정말 반갑고 우리들을 초대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기뻐했다.
한인 생도들을 이끌고 온 육사 에드워드 린치 소령은 “나도 미군인데 아내가 한인”이라면서 “인순이는 보수적인 한국사회 문화를 바꾼 개척자와 같은 여성이라 생각한다”며 인순이를 치켜세웠다.
안준용 기자 [email protected]
# 인순이 카네기홀_노키아극장 공연